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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der May 16. 2024

나도 가해자?

누구나 가해자가 될 수 있다

계속되는 이스라엘의 가자(Gaza) 지역 침공을 반대하는 시위가 미국 전역 대학가들을 중심으로 퍼져나가는 가운데 미국은 이 전쟁이 보통 불편한 것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미국은 이스라엘과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미국 정부나 양 당도 이스라엘 편을 들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 중이다. 앞으로 다가올 미국 대선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도 지켜볼 일이다.


미국에 살고 있는 많은 유대인들도 전쟁에 대한 입장이 갈리고 있다. 이스라엘이라고 무조건 옹호하고 나서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스라엘의 너무하다 싶은 보복성 폭격을 비난해야 할지 쉽지 않은 결정이다. 물론 'Zionist(시온주의자)', 즉 유대인 국가인 이스라엘의 건립을 지지하는 사람이나 단체들의 입장은 확고하다. 이스라엘에 대한 입장과 상관없이 많은 유대인들은 이 전쟁이 Antisemitism(안티세미티즘) - 유대인 혐오나 유대인에 대한 적개심을 퍼트릴까 봐 걱정하고 있다. 이러한 우려가 지난번 하버드의 총장을 자진 사퇴로 모는데 일조를 했다. 많은 대학생들의 최근 시위들이 유대인에 대한 반감에서 온 것이라는 주장이 현재 미국에 사는 유대인들 사이에 퍼지고 있는 중이다.


내가 사는 실리콘밸리에서 안티세미티즘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버클리 대학에서는 여러 차례 전쟁에 대한 반대 시위가 있었지만 어디에서도 유대인을 향한 반감이라는 느낌은 받을 수 없었다. 꽤 많은 유대인들이 시위에 동참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왜 많은 유대인들은 안티세미티즘을 걱정할까?


스탠퍼드 감옥 실험

스탠퍼드 감옥 실험은 1971년에 미국의 심리학자인 필립 지모(Philip Zimbardo)가 진행한 실험으로, 가짜 감옥 환경을 조성하여 감옥 수감자와 간수로 참가자들을 나눈 후 행동을 연구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실험 참가자들은 임의로 감옥 수감자나 간수로 분류되었다.


실험이 시작하면서 수감자들은 간수들의 권위에 복종하고, 간수들은 수감자들에 대해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무자비해졌다. 실험은 예정보다 빨리 종료되었으며, 이후 여러 가지 비슷한 실험이 행해졌고 결과는 항상 같았다.

인간은 도덕성이나 인격에 상관없이 주어진 환경과 역할에 따라 행동한다

즉, 윗사람이 명령을 내리면 옳던 그르던 복종하고 따른다는 말이다. 윗사람이 상사일 수도 있고 부모나 사회적으로 지위가 높은 사람일 수도 있고 다수의 친구들이 되기도 한다. 명령이 남에게 해가 되는 일이라도 많은 이들은 복종한다.


이 때문일까? 세계대전 즈음 유럽에 퍼지기 시작한 안티세미티즘이 또 한 번 세상에 퍼질까 봐? 그래서 유대인들은 불안해하는 것일까?


복종 문화 - 실리콘밸리

실리콘밸리처럼 자기 개인주의가 잘 보장되어 있고  인력이 존중받는 곳에서 이런 이야기가 조금 생소할지 몰라도 이곳에서도 생각보다 이런 일들이 자주 목격된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엘리자베스 홈즈의 테라노스(Theranos) 사가 좋은 예다. 피검사 하나로 여러 가지 질병을 알아낼 수 있는 기계를 발명했다고 엄청난 투자를 받고 거짓 증언도 마다하지 않았던 홈즈는 지금 감옥에 있다. 


홈즈는 직원들에게 환자들의 피를 다른 회사의 검사실로 보내고 자체 기계를 쓴 것처럼 보고서를 꾸미라고 직원들에게 지시했다. 물론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고 나서는 거짓 증언도 요구했다. 그리고 많은 직원들이 이 명령에 복종했다.


이곳에서 일하던 직원들이 다 인간 말종이나 좀 모자란 사람들 아니야?라고 생각하시면 오산이다. 평범하게 학교 잘 나오고 곱게 자란 보통 사람들이다. 사기를 쳐서 엄청난 돈을 벌고 싶어 했던 사람들도 아니고 그저 상사가 시키니까 따라 간 우리 같은 사람 들이다.

Vanityfair 잡지에서 채취한 엘리자베스 홈즈 이야기

내가 테라노스에 다녔다면 말도 안 되는 일을 시킨다고 사직서를 내 던질 수 있었을까?

내가 테라노스에 다녔다면 언론에 이 회사 완전히 사기라고 당당히 밝힐 수 있었을까?

내가 테라노스의 임원이었다면 거짓 증언을 내 직원들에게 명령했을까?

시키는 데로 고분고분 따르고 사는 게 편하게 사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갑자기 이런 생각을 하니 머리가 복잡해졌다.

 

대문은 Photo by Emiliano Bar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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