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 투 브레이커스 2024
샌프란시스코를 대표하는 여러 가지 행사 중에 가장 시선을 많이 받는 행사가 매년 5월에 열리는 베이 투 브레이커(Bay to Breakers)입니다. 샌프란시스코를 가로질러 12 킬로미터를 달리는 행사로 아름다운 엠바코데로를 시작으로 골든게이트 공원을 가로지른 다음 노스비치(North Beach)에서 끝이 납니다.
아름다운 코스도 행사를 유명하게 한 이유가 되지만 더 행사를 뜻깊게 만드는 이유는 바로 달리는 사람들과 샌프란시스코 주민들의 행사를 반겨주는 마음 때문입니다. 한 번도 행사에 참여한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몇몇 친구들과 함께 지난주 일요일 행사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이 행사는 샌프란시스코가 아니면 생각도 할 수 없는 행사입니다. 요즘 마라톤 행사가 워낙 인기가 많아서 미국에서도 크고 작은 달리는 행사가 연중 이어집니다. 샌프란시스코도 예외는 아닙니다. 실리콘밸리 전역에 걸쳐서 이런 달리기 행사는 흔합니다. 그러나 베이 투 브레이커스가 유명하고 인기가 많은 데는 큰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달리는 사람들의 의상 때문입니다.
핼러윈만큼이나 화려한 의상을 입고 참석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나이와 인종에 상관없이 많은 참가자들이 진심을 다해 의상을 만들거나 구입합니다. 올해 가장 흔하게 본 의상은 영화 바비에서 착안한 의상 들이었습니다.
그중에는 완전히 나체로 달리는 사람들도 꽤 있습니다. 보통은 남자들이 대 부분이지만 여자들이 상반신을 벗고 달리는 경우도 꽤 많습니다.
남자들이 여자처럼 곱게 화장하고 원피스에 뾰족구두까지 신고 달리는 이들도 보입니다. 가다가 발이 아프면 옆에서 달리던 사람이 자기 운동화와 바꿔서 신고 달리자고도 합니다. 12 킬로미터를 달리면서 보기 좋고 마음이 훈훈해지는 광경이 많습니다. 휠체어를 밀고 가는 친구들도 있고 업고 뛰는 사람도 보입니다.
경기는 아침 8시부터 12시 정도까지 이어지는데 경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지나가는 것을 구경하는 시민들은 아침부터 바비큐에 맥주까지 마시면서 공짜로 좋은 구경을 합니다.
12킬로를 뛰다가 걷다가 맥주도 한두 잔 받아 마셔가며 기록을 내기보다는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며 함께 아름다운 샌프란시스코를 즐기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마음의 문을 열고 나와 다르게 생긴 사람들 또는 나와 성향이 다른 이들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함께하면 즐거운 일들이 많이 생깁니다.
출처가 없는 사진은 직접 찍은 사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