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중 하나는 ADHD 진단받는 미국 아이들
지난번 실리콘밸리에서 ADHD 개발자로 살면서 나의 경험담과 미국에서의 진단 경위등을 쓴 글을 공개했고 개인적으로나 브런치를 통해서 여러 질문을 받았었다.
글을 쓰던 2023년 8월에만 해도 약(나의 경우는 메틸페니데이트)의 복용을 중지한 상태였는데 글을 쓰면서 약물에 대한 더 많은 것을 배웠고 의사 선생님과 상담 끝에 복용을 다시 시작했다.
약을 복용한 지 10개월. 언젠가 업데이트를 하고 싶었는데 마침 미국에서 ADHD에 관련된 큰 기사가 어제 났었다. 이 조사는 청소년 ADHD를 주제로 한 것으로는 큰 조사 중 하나다. 2024년 5월 23일 자 NPR 보도에 따르면 미국에서 현재 9명의 아이 중 한 명이 ADHD의 진단을 받는다고 한다. 보고된 아이들의 연령은 3세에서 17세이다. 정확한 조사 결과는 저명한 의학 잡지 - 미국의 소아 정신/상담에서 관람하실 수 있다. 우선 기사의 골자는 다음의 주제들에 주목했다.
우선 조사를 진행하고 연구를 이끌어온 전문가들은 다른 연구들을 토대로 많은 아이들이 코로나 동안 스트레스, 우울증 및 불안이 증가했다는 것을 발견했다. 많은 경우 아이가 불안이나 우울증 같은 다른 진단을 받는 과정에서 ADHD 진단이 함께 내려졌기 때문을 증가의 첫째 이유로 꼽았다.
전통적으로 ADHD는 남자아이들이 항상 여자 아이들보다 많이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여아들의 진단이 늘었다. 이것은 여아들이 갑자기 ADHD 증상을 보여서라기보다는 그동안 제대로 진단을 받지 못했던 여아들이 좀 더 진취적으로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현상으로 ADHD를 진단받은 아이들이 다른 정신적인 이상이나 문제를 진단받았다는 것도 주목해 볼 일이다. 거의 78%가 적어도 하나 이상의 다른 진단된 장애를 가지고 있고 가장 흔한 것은 행동 또는 품행 문제, 불안, 그리고 발달 지연이었다. 자폐증과 우울증도 자주 관찰되었다고 한다.
보고서는 2016년 이후 ADHD 진단을 받은 아이들의 수가 증가했지만, 이들 중 약 절반만이 약물 치료를 받고 있었으며 이는 2016년의 3분의 2와 비교되는 수치라고 전했다. 데이터는 이에 대한 이유를 조사하지 않았지만, 조사자는 데이터가 수집된 시점에 ADHD 약물 부족 보고가 시작되었는 것을 언급했다. 즉 약이 없어서 치료를 못하는 상태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2024년을 시작으로 ADHD 약물 부족이 시작되었다. 나도 지난 2월에 한 달여간 약을 구할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한 달간 공복 기를 가졌었다. 지금 현재도 약의 부족 때문에 병원에서는 약을 30일 치 정도 밖에는 처방하지 않고 있다.
8년 전 처음 성인으로서 ADHD를 진단받고 약물 처방을 받았을 때는 약물을 복용하기만 하면 모든 나의 문제들, 특히 집중력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복용을 하면서 그때 당시에 진급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별로 효과가 없는 것 같아서 처음에는 20mg에서 시작된 처방을 60까지 3배로 올렸었다. 부작용으로 꼭 커피를 10잔 정도 마신 것처럼 심한 각성 효과를 경험했고 밤에 잠을 잘 못 자는 일도 생겼다. 그래서 다시 40으로 내리고 한 두 달 정도 복용하다가 그만두었다. 그리고 다시 작년 8월에 복용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20mg로 시작했는데 이번에는 나의 기대감을 많이 낮추었다. 별로 차도를 보지 못해도 3개월은 복용을 해보자 라는 생각으로 시작을 했다. 주중에만 복용하고 주말에는 복용하지 않았다.
약을 복용한 날은 일을 시작하면 약간 집중력이 떨어지고 일이 겉도는 것 같은 기분이 돼서 시계를 보면 오후 3시 정도가 되었다. 그 말은 약을 복용하면 아침 9시부터 오후 3시 정도까지는 집중을 하고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약의 부족으로 복용을 끊었던 지난 2월은 점심을 먹고 난 후(12시쯤)가 되면 벌써 일이 지루하고 짜증이 좀 나는 날도 있었다. 즉, 나에게 약은 집중력을 약 3시간 정도 늘려주고 일하는 동안 전반적으로 기분을 좋게 해 준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앞으로도 약은 계속 복용할 예정이다.
ADHD 인지행동치료는 미국에 요즘 약물복용 대신에 많은 주목을 받는 중이다. 그러나 아직은 인지행동 치료를 권하거나 할 수 있는 곳이 미국에서도 많지 않은 편이다. 특히 성인 ADHD의 경우에는 이런 치료를 받기가 아직은 상당히 어렵다. 미국에서 공신력 있는 ADHD 기관인 CHADD - Children & Adults with ADHD에 따르면 이런 분들에게는 많은 효과가 나타난다고 한다.
선택적 완벽주의자 - ADHD와 완벽주의자는 완전히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내 경우에도 어떤 것은 정말 집착할 정도로 완벽하게 하지만 내가 관심이 없는 것은 시작도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ADHD 중에는 상당히 많은 "선택적 완벽주의자"가 있다.
우울증, 불안감이 있는 사람들 - 누구나 부정적인 사건이나 결과에만 신경을 많이 쓰는 것은 당연하다. 이것을 보통 negative bias라고 한다. 그러나 본인이 너무 부정적인 것에만 집중해서 다른 일을 하기가 힘들면 ADHD 인지행동치료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9명 중 한 명이 ADHD 진단을 받는 사회에서 ADHD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지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우리가 100년 전에만 해도 시력이 많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나 당료가 있는 사람들을 장애를 가진 사람이나 질병이 있는 사람들로 여겼었다. 그러나 요즘은 이런 사람들은 안경이나 수술 그리고 인슐린 약이나 주사를 맞으면서 약간의 불편함만 느끼면서 산다고 여겨진다.
미래에는 ADHD도 그저 하나의 "불편함"이 될 수 도 있겠다.
대문사진은 Photo by Milad Fakurian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