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빽지 Jul 03. 2023

안면마비 이후의 삶

안면마비가 온 지 4개월이 지났다. 분명 3개월까진 눈도 잘 안 감기고 입도 잘 안 움직였는데 인지하지 못한 어느 순간 풀리더니 지금은 온전한 일상생활이 가능한 단계까지 회복이 되었다. 비록 힘이 약해서 움직임은 살짝 느리지만 이젠 사람을 만나는데 큰 지장이 없을 정도다.


누군가에겐 짧은 3개월이지만 안면마비로 고생했던 나의 3개월은 시간과 정신의 방, 기나긴 인고의 시간이었다. 30년 넘게 견고히 다진 가치관이 무너졌으며 동시에 새로운 탑을 쌓아 올리는 시간이었다. 집에만 틀여 박혀 있던 그때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달리해준 성장통이자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안면마비로 인해 느낀 것과 달라진 나에 대해 써본다.


#가장 잘 보여야 할 상대는 나 자신이었다.

사회망 속에서 우린 누군가의 평가를 들으며 살아간다. 평가 한 줄 위해서 평판에 목숨을 건다. 누군가에게 희생을 강요받고 스스로 이타적이 되어야 한다 목을 조른다. 그러나 그 평가는 절대 내가 한 만큼 돌아오리란 보장이 없다. 결국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사람 대 사람이기 때문이다. 여태 난 나를 위한다는 거짓된 말로 남을 위해 살고 있었다.


제어할 수 없고 통제할 수 없는 것에 기대하고 잘 보이려 하지 않는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나 자신 뿐이며 나를 위해 나를 가꾸고 나를 보살펴야 한다. 나를 제일 먼저 존중했을 때 행동력에 근간이 되는 건강을 얻을 수 있다. 나를 사랑했을 때 남들이 우러러보는 자존감을 얻을 수 있다. 그게 여유다. 여유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남일에 하나하나 신경 쓰지 않는다.

평상시 대화로 사람을 변화시키려는 건 무모한 짓임을 깨달았다. 아무리 그 길이 아니라고 소리쳐도 그 길로 가려는 사람을 억지로 잡을 필요 없다. 결국 다시 그 길로 갈 것이기 때문이다. 대화로 기회를 주지 말고 응당한 결과만 매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게 남는 건 스트레스 밖에 없다.


#담배를 끊었다.

술, 커피, 담배를 3대 기호식품이라 부른다. 술은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정을 나누는 것이기에 필요하다. 커피는 생산성을 위해 필요하다. 그러나 담배는 필요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 안면마비에 걸리자마자 이 3가지를 중지했었다. 3개월이 지난 후 술과 커피는 버릇을 많이 고쳐 조금씩 마시고 있지만 담배는 단칼에 끊었다. 참는다는 말이 더 어울리겠지만 희한하게도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 그동안 담배를 어떤 목적과 필요에 의해서 핀 듯 싶다. 그것이 보잘것없다는 것을 알게 되니 부질없는 것임을 깨달았다.


#매일 운동한다.

건강한 몸과 정신을 갖기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운동한다. 스트레스를 줄이고 면역력을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운동하는 순간에는 짜증도 없고 잡생각도 없다. 사람은 누구나 나태한 면모가 있고 그것이 쌓이고 쌓여 순간적으로 병이 온다. 아니, 알아차린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을 어찌할 수 없기 때문에 항상 운동을 통해 대비하고 병이 오는 순간을 연장시켜야 한다.


#외적인 모습에 신경 쓴다.

자기 관리의 연장선이다. 외적으로 꾸미지 않는다면 그 나태함이 결국 습관으로 자리 잡고 자기 관리에 나쁜 영향을 준다. 사람은 단정할 때 건강해 보이며 여유 있어 보인다. 즉,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으로 보인다는 이야기다.


#자기 계발에 힘을 쓴다.

안면마비 초기에 난 투병이 길어지면 직업을 잃을까 내심 걱정했다. 사람을 대면하는 순간이 많은 나에겐 치명적이었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잃게 되면 다른 무언가를 채워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다. 그리고 집에만 있다 보니 새로운 것을 배울 시간도 많았다. 기회였다.


난 나의 기획을 내 손으로 직접 만들고 싶은 것에 열망이 크다. 누군가가 대신하면 100% 내 생각을 대신해 줄 수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시간을 쪼개서 디자인 툴을 배우고 있고, 연관되어 활용가치가 큰 AI 툴들을 배우고 있다. 추가로 일본어 공부까지 하고 있다.



사람은 저마다 성장을 원하고 어떠한 계기로 인해 성장을 맞이한다. 누구는 철저한 준비를 갖추고 맞이하며, 누구는 순간 머릿속에 빅뱅 충돌이 일어나 맞이하기도 한다. 알게 모르게 꾸준히 준비하여 남들과 차이를 만들기도 하며, 변했다는 말을 들어가며 어느 순간부터 달라진 모습을 비추는 이들도 있다.


안면마비는 내 삶을 건강한 쪽으로 돌려놨다. 여유 없이 달려온 나에게 스스로를 되돌아볼 시간을 주었다. 정말로 나를 위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 주었다. 그러면서 사회에서 살아가는 새로운 방법을 일깨워주었다.


여유. 여유를 가져야 한다. 여유는 나 스스로를 제어할 수 있을 때 나타나며 나를 사랑한다면 남을 업신여기지 않는 예의와 매너도 갖추게 된다. 여유가 있어야 자존감이 세상에 발현된다.


지금 난 하루하루가 성취감의 연속이다. 재미는 세상이 아닌 나에게서 찾는 것이었다. 유튜브 댓글에서 본 말로 글을 마무리한다.


'시련과 고통은 나의 과거와 현재를 부수고 미래를 만들어 낸다.'

작가의 이전글 하늘에 별만큼 많은 게 광고회사니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