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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빽지 Jun 25. 2023

하늘에 별만큼 많은 게 광고회사니까

이래도 광고할 거야?

당신의 주변 지인이 광고회사를 다닌다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상상이 되나? 처음엔 창의력과 관련되어 보여 멋있다고 생각할 거고 곧이어 야근이 많다는 흉흉한 소문에 안타까운 마음이 생길 거다. 관련 업종 종사자가 아니니까 자세히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딱히 그려지는 이미지가 없을 것이다. 아이러니한 건 같은 업종의 종사자라도 자세히 듣지 못한다면 같은 업종인데도 서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광고주가 원하는 모든 것에 영향을 끼칠 정도로 광고의 범위가 넓기 때문이다. 이 전제하에 어떤 광고주를 만났었는지, 그 광고주와 어떤 광고를 해왔는지에 따라 3년 안에 어느 한쪽으로 특화되기도 하며 시대와 트렌드 변화에 따라 광고의 형태가 매번 달라지는 것도 한몫한다.


광고계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유명한 광고회사라도 특화된 광고 포지션이 있으며 다소 약점으로 평가받는 포지션도 있다. 광고주가 광고회사에게 원하는 메인이 무엇이냐에 따라 경쟁 PT에서 자주 부딪히는 회사들이 다 다르다.


때문에 이제 막 광고회사에 발을 들이려는 친구들은 신중한 선택이 요구된다. 일을 하다 보면 계단식으로 올라가게 되어 있고 그 속에서 성장하면 결국 이직을 통해 원하는 것을 쟁취할 수 있겠지만 오랜 세월을 감내해야 하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다. 그래서 이미 앞서간 선배들이 첫 단추를 중요하게 바라보는 거다.


"저도 조회수 수백만이 나오고 사람들이 댓글로 박수쳐주는 광고를 만들고 싶은데 여긴 아닌 거 같고 어디를 가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와 비슷한 류의 질문들을 후배들에게 자주 받는다. 이 친구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질문에서 유추가 가능하다. 조회수라고 말하는 거 보니 동영상 광고를 만들고 싶어 하면서 스마트폰과 같은 디바이스에 익숙한 것이 은연중에 보인다. 그러면서 댓글로 상호작용이 가능한 매체인 것 보니 유튜브에서 본 다른 사람의 광고가 본인을 자극한 것 같다. 유튜브에서 광고가 백만단위의 조회수를 기록하려면 인스트림 광고처럼 유튜브에 돈을 태우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일반적이고 정제된 15초 TVC 영상으로는 댓글을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바이럴 영상이라 불리는 스토리텔링이 가미된 광고여야 한다. 최소 1분 이상 평균 3~5분 되는 긴 호흡의 광고다. 광고를 오랜 시간 보게 하려면 울림을 줘야 하는데 유튜브는 재미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한 곳이기 때문에 유머러스한 것을 잘 만들어야 한다. 자, 대충 이 친구가 원하는 게 뭔지 나왔다.


이 친구가 다니고 싶은 회사를 짧게 요약하면 디지털에 집중하면서 기획을 받쳐줄 제작력이 뛰어나고 감각적인 무드가 살아있는 젊은 광고회사다. 어느 정도 광고주가 믿고 따라주는 신뢰도 있는 회사이기도 해야 한다. 위와 같은 일이 광고주에게 익숙한 형태의 광고가 아니기 때문에 결코 아무개 광고회사에게 주진 않는다. 물론 큰 광고회사에 가면 규모로 인해서 이런 일도 할 수 있겠으나 숙련도가 떨어지고 무엇보다 조직문화가 그러지 못해서 오히려 만드는 과정 중에 사람과 환경에 스트레스만 받다 지칠 수도 있다. 어떤 광고회사가 적합한지 딱 골라 말해줄 수 없지만 그런 회사가 여러 존재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광고회사에 관심이 많으면 대충 알고 있을 것이다. 종합광고대행사하면 선망되는 곳. 디지털대행사하면 유명한 곳. 외국계 광고회사하면 가고 싶은 곳. 그러나 여기서 좀 더 파고들어야 한다. 같은 대분류에 묶였더라도 어느 광고회사는 제작에 힘을 주고, 어느 광고회사는 기획에 힘을 준다. 같은 디지털대행사라도 어느 광고회사는 퍼포먼스에 힘을 주고, 어느 광고회사는 소셜에 집중한다. 본인이 원하는 부류의 일이 있다면 그 일을 하는 곳에 가야지 다 똑같은 광고니까 어딜 가든 내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겠지란 생각으로 덤비면 커리어가 십창 난다.


요즘 현직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플랫폼이 많으니 자주 이용하면 광고회사마다 특징을 알아내는데 도움이 된다. 단, 야근이 많다거나 단점만 나열한 이야기는 걸러야 한다. 탈광할거 아니면 광고회사는 어디나 야근이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리고 이런 플랫폼엔 대부분 쓴소리를 하기 위해 작성하는 심리가 반영되기 때문에 객관성이 떨어지는데, 해달라는 식의 단점만 많은 사람의 이야기는 본인은 노력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간주하며 그렇게 보이는 게 대다수다.


광고회사는 광고주와 해온 일을 토대로 업계에서 정체성이 잡힌다. 광고주의 일을 하고 광고주의 평가를 듣기 때문에 한번 잡힌 정체성을 깨기란 쉽지 않다. 그 정체성으로 인해 그동안 다져진 조직문화를 바꾼다는 건 더욱이 어렵다. 이것이 새로움에 도전해야 하는 광고회사가 내부적으로 고이고 보수적으로 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따라서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그것과 어울리는 광고회사로 가야 한다.


광고주도 마찬가지다. 광고회사는 클라이언트의 부름이 있으면 언제든 달려가고 어떠한 요청에도 십중팔구 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천지차이다. 요청한 일을 잘 수행해 줄 광고회사를 찾고 있다면 주변 지인을 통하든 직접 발품을 해서든 적합한 광고회사를 찾을 줄 알아야 한다. 싸게 해 준다고 혹은 귀찮아서 어울리지도 않는 아무개 광고회사를 경쟁 PT에 참여시키고 그러한 곳만 참여했다면 당신들의 1년 마케팅 농사는 가뭄이라고 보면 된다. 불러 놓고 어떤 일을 주로 하느냐고 묻는 광고주가 참 많다.


광고회사 정말 많다. 가끔 누가 여기 아냐고 물어보면 아는 곳보다 모르는 곳이 더 많을 정도다. 현업에 있어도 모르는 광고회사가 정말 많은데 사회의 첫 단추를 앞둔 초년생이, 1년 농사를 앞둔 광고주가 각자 자기 색을 뽐내고 있는 광고회사를 제대로 잘 알아보지 않는다면 그 결과는 뻔하디 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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