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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빽지 Jul 23. 2023

광고회사마다 기획자도 다르다

이래도 광고할 거야?

일반인도 이해하기 쉽게 광고기획자라 말하지만 업계에선 AE라고 하는 직책이 있다. AE에 대한 설명은 다양하지만 광고주와 얽혀있는 모든 것에 관여하고 관리하고 운영한다고 보면 된다.


A: Aㅏ,

E: E것도 제가 하나요?


AE의 직무 범위를 알 수 있는 유명한 말이다. 기획을 중심으로 디자인, 개발, 미디어 등 모든 것을 이해하고 능숙하게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며 모르면 배우고 배워도 모르겠으면 처세술이라도 필요한 역할이다.


어도비 같은 툴을 다를 줄 알아서 디자이너나 다른 부서의 무언가로 광고회사에 들어오는 게 아니라면 십중팔구 AE로 입문하게 되어있다. AE는 기획 파트이기 때문에 사회초년생 대다수가 뭔가 크고 멋진 일을 할 것이란 오만한 기대를 가지고 들어온다. 이게 함정이다. 업무 범위가 범위인 만큼 회사마다 AE의 직무도 가지각색이란 사실을 알아차려야 한다. 이를 숙지하지 않고 달려든다면 첫판부터 커리어를 조질 수 있고 흘러가는 대로 가다 보면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일을 하게 될 수도 있다.


광고를 하겠다는 후배들에게 조금이라도 생각의 시간을 갖게 하고자 경험을 바탕으로 광고회사마다 AE가 어떻게 다른지 3가지 성향에 따라 소개하겠다.



올라운더라면 디지털 광고회사

디지털을 중심으로 하는 곳 중 제너럴하게 일하는 광고회사가 있을 것이다. 여러 형태의 디지털 프로모션을 다루고 퍼포먼스도 하면서 바이럴/SNS 운영도 한다. 가끔 영상도 제작해서 ATL까지 진행하는 곳이 되겠다. 이런 곳은 AE의 힘이 막강하다. 진짜 'Aㅏ, E것도 제가 하나요?'를 하는 극랄한 업무 범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외부로 메인 커뮤니케이션 맡게 되고 광고주에게 컨펌받을 일이 잦다. 컨펌이 잦다는 건 그만큼 광고주가 간섭할 상황들이 많다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광고주의 의도가 AE의 힘으로 작용되어 협업하는 사람들에게 명확한 가이드로 표출된다.


AE가 모든 것을 관리해야지! AE는 곧 모든 것에 헤더야! 내가 모두를 이끌 거야!(물론 싸가지없으라는게 아니다.)라는 마인드를 지닌 친구들이라면 제너럴한 디지털 광고회사를 추천한다. 이런 친구들이 처음부터 AE의 역할 범위가 작거나 하나에 집중되는 곳으로 가면 답답해서 화병 나고 골골되다 탈광한다. 개인적으로도 다양한 업무를 하드하지만 빠르게 배울 수 있어서 압축성장에 도움도 되어 추천하는 경로다. 내가 걸어온 길이기도 하다.


스토리텔러라면 콘텐츠 광고회사

비교적 최근에 주목받고 있는 형태의 광고회사다. 가끔 스킵하지 않고 끝까지 보고 싶은 광고가 있을 것이다. 그런 광고 댓글에 보면 '이거 만든 사람 연봉 올려줘야 한다'와 같은 찬사 댓글을 볼 수 있다. 물론 광고주를 위하지 않는 광고가 어딨겠냐만은 광고를 위한 광고, 사람들이 즐겨볼 수 있는 광고를 만들고 싶다면 이곳을 추천한다. 나의 콘텐츠로 하여금 광고주보다 내가 유명해지고 우리 회사가 잘 나가고 싶다면 광고를 하나의 콘텐츠로 여기는 광고회사에 가는 것이 좋다. 트렌드를 따라가기도 하지만 앞서나가기도 하며 다양한 형태를 시도해 볼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기 때문에 비교적 자유롭고 진취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다만,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이 많아서 스스로가 매우 적극적이고 도전정신이 강해야 한다. 반대되는 성향이라면 자책하다가 자존감만 낮아져 탈광할 수 있다. 또한 제작의 기여도가 높아서 AE가 일부 역할만 할 수 있으며 만드는 과정에 있어서 기획/제작 경계 없이 일하다 보니 정체성 혼란이 생길 수 있다. 이런 거에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협업자체가 좋은 사람이라면 추천한다. 장담컨대 죽을 때까지 우려먹을 수 있는 포트폴리오가 생긴다.


기획자라면 종합광고회사

AE가 곧 기획자인데 기획자라면 종합광고대행사를 가라니? 무슨 말일까?


AE의 직무가 시대에 따라 다변화되고 있지만 그것들을 다 걷어내면 본질에는 뭐가 있을까? 나는 2가지가 남는다고 본다. 바로 기획과 커뮤니케이션 그 자체다. 종합광고회사는 AE가 본질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규모와 그에 따른 체계적인 시스템 덕분이다. 미디어를 대신해 주는 본부나 담당 회사가 따로 있으며 콘텐츠를 대신해 주는 본부가 따로 있는 경우가 흔하다. 제작 측에는 CD와 AD가 있기 때문에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전반적인 생각을 맡아준다. 때문에 AE는 기획에 집중하여 큰그림을 그리고 요소요소마다 디테일을 잡아가고 모든 협업관계의 생각을 거르고 벼르는 취합과 하모니에 집중할 수 있다.


현재 내가 이상향으로 바라보고 걷고 있는 길이기도 하다. 본질에 집중하고 싶은 친구들에게 추천하는 길이지만 다른 곳보다 진입장벽도 높을뿐더러 처음부터 추천하고 싶지 않다. 이유는 반대로 생각하면 된다. 무언가에 집중한다는 건 다양한 경험을 통한 이해와 능력이 필요한 AE에게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허구한 날 남 부려먹을 줄만 알지 AE가 자기 손으로 직접 미디어 하나 운영 못하고 콘텐츠 하나 만들지 못한다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렇게 멍 때린 채 대리 직급 달았다가 정신 차려보니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는 나를 발견하고 멘탈이 터져서 그만둔 친구들을 많이 봐왔다. 좋은 기획력과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좋은 태도를 겸비할 순 있겠지만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 있으니 따로 공부가 필요한 길이다.


AE를 꿈꾼다면 절대 추천하지 않는 것


"SNS만 할 수 있어요?"


막상 AE를 뽑는다고 해서 면접을 보러 갔는데 특정 직무만 하기를 원하는 곳은 추천하지 않는다. 비교적 작은 회사들은 체계가 없기 때문에 AE라고 부를 뿐 SNS 운영만 시킨다든지 키워드 광고 관리만 시킨다든지 할 것이다. 플래너인지 매니저인지 정체성이 흔들릴 것이고 이로 인해 번아웃이 빠르게 올 수 있다.


비교적 큰 회사는 콘텐츠 본부, 퍼포먼스 본부 등이 따로 있어 소셜마케터라던지 미디어플래너라던지 임의의 명칭으로 따로 채용한다. 사회초년생들이 저런 있어빌리티 말만 듣고 AE인지 알고 잘못 지원하는데 전혀 다른 직무이니 조심하길 바란다. 큰 회사 AE는 AE라고 구분을 명확히 하고 채용한다.



AE는 광고주가 원하는 모든 형태의 일을 다루는 사람들이다. 태생이 큰 물에서 헤엄쳐야 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큰 물을 세팅해 놓고 물 자체를 연구할지 놀이공원으로 만들지 생태공원으로 만들지를 고민하고 결정해야 한다.


디자이너는 원하는 디자인이 아닐지언정 쓰던 툴을 쓴다. 개발자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AE는 노는 물이 다르면 쓰고 싶던 카피 한 줄 못쓸 수 있고 PPT는 커녕 엑셀만 주구장창 봐야 할 수도 있다. 기획하러 왔는데 운영만 하다 허송세월 보낼 수도 있단 말이다. 어려운 일 아니니까 부디 잘 알아보고 본인에게 맞는 광고회사를 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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