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이고 낭만적인 겉모습 뒤에는, 가혹한 현실과 궂은 일이 기다립니다.
2016년 1월부터 약 2년 반 동안, 저는 게스트하우스 두 곳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루에 최대 80명 넘게 머물 수 있는데, 전체 손님 중의 80% 이상은 외국인 손님들로 국적도 아시아, 유럽, 미주 등으로 다양합니다.
게스트하우스 운영자로서 많이 듣는 이야기 중 하나는,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면 마치 여행하는 느낌일 것 같다'는 말인데요. 저희 스태프로 일하기 위해 지원하는 분들 또한 '평소에 여행을 좋아하고, 일하면서도 여행하는 기분을 느끼고 싶은' 것을 지원 동기로 쓰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또한 게스트하우스 창업을 생각하고 있는 분들 중에도 이런 생각을 하고 계신 분들이 많을 것 같네요.
분명 이러한 낭만적인 순간은 종종 있습니다. 다양한 나라에서 방문한 손님들을 만나고 얘기를 나누다 보면 새로운 문화와 가치관을 느낄 수 있고, 평소에는 한 마디 꺼내기도 어려운 외국어도 자유롭게 쓸 기회가 생기죠. 간혹 손님들과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거나 파티를 할 적에는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하는 기분입니다.
하지만 게스트하우스 운영도 결국은 장사이고, 결국은 현실입니다. 매일 새로운 여행자들을 맞이하면서 마치 여행하는 기분을 느낀다는 장점은 있지만, 늘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지요.
숙박업이라는 게스트하우스의 특성상 일반적으로 50평 이상의 넓은 공간을 사용해야 하고, 이 때문에 임대료가 높습니다. 매달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리셉션 스탭, 청소 스탭 등의 인건비도 합하면 월별로 지출되는 내역 중에 고정비가 높은 편이죠. 고정비를 커버하기 위해서는 단가를 낮추더라도 객실을 채우는 것이 낫고, 요 근래 인기를 얻고 있는 당일 땡처리 숙박 예약 앱들도 이런 숙박업의 특성을 적극 이용한 것입니다.
또한 숙박업의 매출 규모는 절대적으로 (객단가 X 객실 수) 규모에 의존합니다. 인기를 얻어 손님의 회전 수를 늘리고 매출을 성장시킬 수 있는 요식업과 달리 객실 수에 따라 매출의 상한선이 결정되지요. 물론 펍이나 카페, 바와 함께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도 간혹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매출이 올라갈 수 있는 한계가 있고, 앞에서 언급한 높은 고정비 덕에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을 내기가 어렵습니다.
어느 자영업이나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숙박업은 특히나 청소나 시설의 관리가 중요합니다. 머리카락 하나, 먼지 한 톨 같은 사소한 청결도에 따라 손님의 후기가 달라지고 이런 후기는 다른 손님들이 우리 숙소를 예약하는 데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죠. 침구류부터 객실 바닥, 화장실의 변기와 하수관, 구석구석까지 신경 쓰다 보면 객실 청소하는 데에만 하루에 몇 시간이 걸립니다.
게다가 서로 다른 손님들이 반복적으로 사용하기에 시설은 빠르게 노후화되고 청소에 소모되는 소모품도 만만치 않지요. 특히 최근에 서울 방문 손님의 다수를 차지하는 중국인 관광객의 경우, 캐리어를 가득 채울 만큼 쇼핑을 하고 나서 온갖 포장 박스와 봉투를 전부 버리고 가기에... 하루에도 쓰레기가 수십 리터씩 생기곤 합니다. 시설 청결 상태를 관리하고, 소모품을 채우고 쓰레기를 버리는 일에는 손이 많이 갑니다.
2010년대에 들어 저비용 항공이 확산되고 모바일 기술의 발달로 개별 여행이 쉬워지면서,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관광객도 크게 늘어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런 시장의 변화에 욕심을 낸 사람들 또한 많았죠. 서울시 관광숙박업 등록 통계(https://opengov.seoul.go.kr/anspruch/10045474)에 따르면, 2013년 171개소였던 관광숙박업 업체 수는 2018년 3월까지 410개소로 2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거기다 문화관광부 담당인 관광숙박업(호텔, 호스텔 등) 뿐 아니라 보건복지부에서 담당하는 일반 숙박업(여관, 모텔 등)까지 합한다면 사업장의 개수는 더 많아지겠지요.
이렇듯 숙박업 시장에 뛰어드는 경쟁자는 많아지고 공급은 늘어나고 있지만, 관광객의 수는 외부 상황에 의해 크게 좌우됩니다. 예컨대 2017년 하반기에 THAAD 배치 문제로 불거진 한-중 외교 위기의 경우 숙박업은 물론 관광업계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한국관광공사 통계자료(https://kto.visitkorea.or.kr/kor/notice/data/statis.kto)에 따르면 2016년 1,700만 명을 넘어섰던 한국 방문 관광객은, 2017년 한-중 관계 악화로 인해 크게 감소해 1,333만 명까지 떨어졌습니다. 관광시장의 성장을 예상하고 난립했던 숙박업계는 직격탄을 맞았고, 그나마 비어있는 객실을 채우고자 전반적인 객단가는 뚝 떨어졌습니다.
2012~2013년 경 게스트하우스 2인실의 1박 가격은 5만 원을 가뿐히 넘었지만 2018년 현재도 원상회복을 못 한 채 대다수의 숙소가 4만 원 이하의 가격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야 반가운 소식이지만 운영자 입장에서는 수익을 제살 깎아먹기 하는 세태가 뼈 아프죠.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고객의 갑질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손님은 왕이다'라는 명제가 어떤 사람에게는 큰 고통이 될 수도 있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게스트하우스에서는 온갖 국적의 고객을 상대하고, 그만큼 문화와 교육의 차이로 인한 오해도 많이 생기며, 소위 진상 고객도 엄청나게 다양하게 나타나지요.
두 개의 숙박 업장을 운영하면서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우리 스스로가 고객일 때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만들자'는 생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만... 때때로 상상 이상의 손님들이 나타나 우리 운영자들의 멘탈을 박살 내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기억나는 예를 말하자면- 객실을 지저분하게 사용하고 쓰레기를 많이 버리고 가는 경우는 일주일에 1~2번씩 발생하고, 손님들을 위해 마련한 식빵과 시리얼에다 스탭용 식량까지 싹 다 훔쳐가는 경우도 있었고, 비품을 부수거나 카드키를 분실하고서는 조용히 도망가 버리거나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화내는 경우도 있었고, 변기에 먹는 배를 통째로 버린다거나 세면대에 포도알과 딸기를 버려서 수도관이 막히는 경우도 있었고, 지금도 이해되지는 않지만 침대 밑에 화장실 휴지를 잔뜩 모아놓은 경우도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까지 2년 반 정도 운영을 하면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경험은, 실제로 인분을 비닐봉지에 고이 담아 투척하고 간 사건이었습니다. 국적을 말할 수 없는 한 외국인이 객실에서 담배를 피워서 한 번 더 적발되면 강제 퇴실이라고 조금 강하게 말했더니, 나가면서 이런 인류 문명을 거스르는 행동을 하고 갔지요... 그러나 이미 사라진 외국인이었기에 우리는 추가로 위약금을 받아낼 수도 연락을 취할 수도 없었습니다.
여기까지 써놓은 내용만 보면 게스트하우스는 시장도 어렵고 수익성도 좋지 않고 운영 관리도 어렵고 거기다 각양각색의 진상까지 만나는, 지옥의 사업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즐거운 시간이 더 많았고, 재미있는 경험이 더 많았던 매력적인 비즈니스입니다.
시장이 어렵다고는 해도 내수경제를 덜 타고, 큰 외교 문제나 질병 재난이 터지지 않는다면 관광시장은 성장하고 있죠. 수익성이 대박은 아니지만 괜찮은 위치에서 관리를 통해 좋은 리뷰를 달성하면 준수한 수익을 꾸준히 낼 수도 있습니다. 운영 관리는 처음에는 정신없고 신경 쓸 것도 많아 보이지만 같은 객실을 유지 관리하는 것이기에 노하우가 쌓이면 운영을 표준화하고 시간을 절약할 수도 있고요. 무엇보다도 다양한 국적의 손님들을 만나고, 그들과 생각과 가치관을 공유하고, 때로는 맛있는 음식과 음료를 함께 하며 파티하는 좋은 기억들이 더 많았습니다.
다만 한때 많은 이들이 로망을 가졌던 '카페나 열어볼까'라는 생각과 마찬가지로, 게스트하우스 사장도 그저 '일하면서 여행하는 기분을 느끼고 싶다'는 장밋빛 낭만을 가지고 섣불리 뛰어들면, 겉으로 보이는 낭만적인 즐거움 뒤에는 가혹한 현실과 궂은일이 많이 도사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