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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백구 Jul 05. 2019

루저들의 발버둥

영화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

*[영화 앞담화]는 깊이 있게 파고드는 [영화 뒷담화]와 달리 스포일러 없이 간편하게 읽는 영화리뷰입니다.


지루할 틈이 없다. 프랑스 영화임에도 유머 코드가 생소하지 않다. 찌질해 보이는 중년 남성들의 어설픈 생활상은 이른바 '웃프(웃기면서도 슬픈)'다.


영화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은 중년 남성들의 '수영 발레' 도전기다. 2년 차 백수 베르트랑(마티유 아말릭), 히트곡이 전무한 로커 시몽(장 위그 앙글라드), 가족관계 문제로 삶이 힘든 예민한 남자 로망(기욤 까네), 파산 직전의 사장님 마퀴스(브누와 뽀엘 부르드)는 수영 발레를 시작한다.


이들은 사회적 관점에서 '루저'다. 세월에 따라 주름살만 늘어갈 뿐 어느 하나 성공한 일이 없다. 사업에 실패하여 빚이 쌓여가고, 알코올 중독자에, 심각한 불안증세로 인해 약 없이는 살 수 없는 그야말로 '루저'로 불리는 삶이다.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은 삶에 '수영 발레' 하나 더 한다고 무엇이 달라지랴. 그럼에도 영화는 무엇인가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어떻게 희망으로 변하는지 보여준다. 스스로도 믿지 못하던 이들의 물속을 가르는 작은 손짓과 발짓은 희망이라는 씨앗을 뿌린다.


 발레는 겉으로는 아름답지만 물속에서 보면 발버둥에 지나지 않는다. 사회는 발버둥보다 수면 위 아름다움을 본다. 때때로 지나가는 물속 발짓 장면은 비록 '루저'라 불릴지라도 단 한 번도 삶을 멈춘 적 없는 중년들의 애환이 담겨있다.


영화를 보다가 문득 떠올랐다. 사랑의 루저가 '춤'과 '사람'을 통해 생활을 극복하는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아내의 외도로 직장과 가정, 정신까지 잃은 남자와 남편의 죽음으로 직장 내 모든 남자과 관계를 맺고 삶을 놔버린 여자가 '춤'을 매개로 만나는 이야기다. 이들의 춤은 또 다른 발버둥이었을 터. 발버둥 치고 사람을 만나고 희망이 생긴다는 점에서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과 닮았다.


영화는 '프랑스의 아카데미'라 불리는 제44회 세자르 영화제에서 8개 부문, 10개 후보에 올랐다. 작품상, 감독상,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 각본상, 촬영상, 음향상 그리고 편집상까지. 코미디 영화로는 드물게 제71회 칸영화제에 공식 초청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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