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영화 <결혼 이야기> 리뷰(해석, 결말)
부모님은 자주 싸우셨다. 어린 시절이라 싸우는 상황이 이해가 되진 않았지만, 세상에서 가장 미운 사람 대하듯 싸우고 다음날 아침밥을 함께 먹는 모습은 더 이해하기 어려웠다. 어머니는 가끔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아들에게 아버지 흉을 봤다. 한참 이야기를 듣다가 어머니에게 "맞아, 아빠 참 나빴어"라고 맞장구를 쳐줬다. 어머니는 "그래도 너네 아빠가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냐"라며 되려 꾸짖었다. 당신은 욕해도 되고 아들은 안되나 보다. "그렇게 싫으면 아빠랑 이혼해" 아주 순수하고 어린 마음으로 내뱉은 말에 어머니는 "그게 또 그런 게 아니야"라고 모호하고 모순적으로 답했다.
성인이 되어서야 알게 됐다. 그저 부모였던 두 사람이 과거에 지독히 서로를 사랑했던 남자와 여자였다는 사실을. 모호하고 모순적인 어머니 발언의 실마리를 여기서 찾았다. 결혼이란 게 모순으로 가득 차 있어 '그게 또 그런 게 아닌' 것이다. 2019년 11월 개봉한 노아 바움백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결혼 이야기>는 이 같은 현실의 민낯을 그대로 노출한다. 복잡하게 얽힌 한 부부의 이야기의 모순적인 상황과 태도를 반복하여 보여준다. 한 부부가 이혼하는 과정을 그린 이 작품이 '이혼 이야기'가 아닌 '결혼 이야기'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LA에서 잘 나가던 배우 니콜(스칼렛 요한슨 분)은 연극 연출가 찰리(아담 드라이버 분)와 결혼하면서 뉴욕에서 10년째 생활하고 있다. 그들은 아이도 낳고 찰리의 극단에서 연출가와 배우로 함께 성장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니콜은 이제 LA로 돌아가고 싶다. 찰리에게 말했지만 뉴욕 브로드웨이에 입성하는 게 꿈인 찰리는 동의하지 않는다. 이후 두 사람의 관계는 조금씩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날 독립적 인격체로
인정하지 않았어요
찰리가 무대감독이랑
잔 것 같아요
난 매일 눈뜰 때마다
당신이 죽길 바라!
난 평생 그를 사랑할 거다.
이제 말이 안 되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