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영화 <나는 악마를 사랑했다> 리뷰(실화, 결말, 해석)
어린 시절, 자주 먹던 과자가 있었다. 아마도 봉지 안에 동그란 딱지 때문에 그 과자를 샀을 것이다. 딱지는 보는 각도 따라 안에 그려진 캐릭터가 바뀌는 마술 같은 장난감이었다. 나중에 알게 됐는데 ‘홀로그램 종이’라고 하더라. 어떤 각도에서 보느냐에 따라 내용이 달라지는 탓에서 지루하지 않고 다른 장난감보다 더 오래 갖고 놀았던 기억이 있다.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것을 이야기할 때 흔히 언급되는 것이 있는데, 바로 '다의도형(多義圖形, ambiguous figures)'이다. 하나의 도형인데 보는 방법에 따라 두 가지 이상의 형태를 볼 수 있다. 오스트리아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의 '토끼-오리', 영국 만화가 윌리엄 엘리 힐의 '아내와 시어머니'가 대표적이다. 전자는 오리를 생각하면 오리가 보이고, 토끼를 생각하면 토끼가 보인다. 후자는 젊은 부인이 보이면서, 코와 턱이 큰 노파로 보이기도 한다.
범죄도 비슷하다. ‘홀로그램 종이’, ‘다의도형’처럼 관점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그 관점은 범죄의 성격을 결정한다. 사건의 성격은 ‘사이코패스 범죄’, ‘묻지마 범죄’, ‘조현병 범죄’ 등의 이름을 붙이는 언론이 보통 정한다. 하지만 실제 사건을 들여다보면 잘못된 명명인 경우가 많다. 언론이 잘못 조명한 일부 사건은 영화화되기도 하는데, 대중이 몰랐던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며 또 다른 사회적 허점이 드러나기도 한다. 그러한 허점은 우리를 불편하게 한다. 넷플릭스 영화 <나는 악마를 사랑했다>는 범죄자에서 주변 인물들로 관점을 이동하여 관객들을 안절부절못하게 만든다.
1969년, 싱글맘 리즈 켄들(릴리 콜린스)은 시애틀의 한 술집에서 다정하고 똑똑한 테드 번디(잭 에프론)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두 사람은 한 집에 살게 되고, 미래를 약속한다.
1974년, 젊은 여성들이 연달아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리즈는 테드와 너무 닮은 용의자의 몽타주를 보고 충격에 빠진다. 이후 연쇄살인 혐의로 기소된 그의 범죄 사실을 수년간 의심한다.
저는 결백해요
여러 인간성이 다 합쳐진 쓰레기를
여기서 보게 된 건 비극입니다.
테드는 감옥에 있을
사람이 아니에요
<살인의 추억>과 <추격자>
당신은 현명한 젊은이예요.
좋은 변호사가 될 수도 있었죠.
그 이름은 좀 웃겨요.
테드 번디라는 이름은
매우 다양한 맥락에서 쓰여요.
저는 여전히 저인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