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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백구 Nov 22. 2021

연상호의 디스토피아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 리뷰(줄거리, 결말, 해석)

넷플릭스 <지옥>


※스포일러 없음


연상호 감독이 진짜 돌아왔습니다. 연 감독은 디스토피아를 그리는 데 탁월합니다. 암울하고 염세주의적인 이야기를 잘 만드는 감독인데요.


초창기에 만들었던 작품이 그랬습니다. '돼지의 왕', '사이비' 등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역사에 남을 작품을 만들었는데요. 당시 업계에 놀라운 충격을 줬죠.


그런데 상업영화 진출 후 아쉬운 작품들을 다수 만들었죠. '부산행'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반도', '염력'은 참담했습니다. 상업자본이 연 감독을 망쳤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지옥'은 반갑습니다. 과거의 연 감독이 돌아온 느낌입니다. 디스토피아에서 무기력해진 인간들이 얼마나 망가질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2003년 연 감독이 만든 애니메이션 '지옥', 네이버웹툰 '지옥'이 원작인데요. 원작을 충실하게 반영하면서 당시의 감독이 만들었던 세계관을 드라마로 훌륭하게 재현했습니다.

또한, 이번 작품은 전작들보다 업그레이드된 느낌입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자세히 말하긴 어렵지만 암울한 세상에서 실낱같은 희망이 있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도 있습니다.


'오징어게임'처럼 우리나라에서는 호불호가 갈리지만 해외 반응은 좋을 것 같습니다. 괴수, 지옥과 천국, 사이비 집단, 종교적 이미지 묘사 등이 서구권에서 더 큰 호응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지옥'의 세계관은 충격적인데요. 이는 하나의 배경일 뿐이고요. 그 세계관 안에서 나타나는 인간군상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데 집중한 작품입니다.


극중 '화살촉'은 많은 사건들을 상기시키는데요. 특히 찰리 맨슨이 이끈 맨슨 패밀리 등 반인륜적인 사이비 집단을 떠올리게 해 미국 사람들의 공포를 더 자극할 것 같습니다.


영화 '미스트'와 이야기 구조가 비슷하죠. 물론 세계관은 전혀 다른데요. 실체를 알 수 없는 괴생명체가 나타난 상황에서 인간은 공포에 휩싸이고요. 사이비 종교가 등장한 뒤 사람들이 광기를 일으키는 것이 유사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여러 사회적 이슈 사이사이에 등장한 종교들을 떠올리게 할 텐데요. 이러한 내용에 흥미가있는 분이라면 연 감독의 '사이비'를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연 감독의 복귀는 사실 넷플릭스의 자본 덕분이죠. 넷플릭스도 결국 상업자본이라는 점에서 아이러니하네요. 예술가의 자율성을 고취시켜 새로운 세상을 열고 돈을 벌고 있다니.


이번 작품은 극중 '새진리회'가 말하는 "새로운 세상에 오신걸" 넷플릭스가 "환영하는" 것 같습니다. 결국 연상호 감독이 넷플릭스 구독자들과 팬들의 '의도'를 잘 파악해서 만든 작품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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