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어깨위고양이 밥 AStreetCatNamedBob>
거리에서 버스킹을 하는 제임스(루크 트레더웨이)는 부모님이 이혼한 11살 때부터 마약을 했다. 마약중독자가 된 그는 복지 프로그램을 통해 약물치료를 받지만, 극복하기 쉽지 않다. 운 좋게 복지사 벨(조앤 프로갯)의 배려로 임대주택을 얻고 새로운 삶을 꿈꾼다.
어느 날 집에 들어온 길고양이 ‘밥’ 에게 식량을 나눠주고 전 재산을 털어 상처를 치료해준다. 밥의 생계를 책임지게 되자 삶의 의지가 생겼다. 밥과 함께 버스킹에 나서 사람들은 제임스의 노래에 관심을 갖게 된다.
제 고양이도 아닌데
여기까지 쫓아왔어요
영화 속 실제 이야기는 약 10년 전 내용이다. 고양이 ‘밥’과 제임스의 이야기는 이미 <내 어깨 위 고양이 Bob>이라는 책으로 발간되었고, 2012년과 2013년 연속 영국 아마존 장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영국 도서관 협회가 선정한 반드시 읽어야 할 100대 문학작품으로 선정되었으며, 전 세계 30개국 번역 출간되어 유명해졌다. 국내에는 2013년 4월에 출간되었다.
영화는 가끔씩 고양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카메라는 고양이의 관점을 따라간다. 동물을 상당히 사랑하는 감독이라고 추측해본다. 동물이 나오는 영화에서 동물의 시선을 따라가는 경우 동물이 말을 할 때가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현실에 있으면서도 고양이의 시선을 따라가고 고양이는 말을 할 수 없다. 그 지점에서 느껴지는 답답함. 사회에서 겪은 빈곤층의 답답함과 고양이의 의사소통에서의 답답함이 동질감을 느끼게 하여 고양이에게 이입되는 경험을 한다.
다행히도 훌륭한 친구들 덕분에
두 번째 기회를 잡을 수 있었어요
영화 <내 어깨 위 고양이, 밥>은 제임스 보웬의 실화를 다룬 작품이다. 인생의 밑바닥을 걷고 있던 한 남자가 고양이를 만나며 새로운 삶을 찾게 된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가 인기를 얻고 유명해진 것은 분명 고양이 ‘밥’ 덕분이다. 그러나 그가 삶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뿐만은 아니다. 자신의 사회적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는 주변 사람들이 그를 쓰러지지 않게 지탱해준 것이다.
약물중독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남자의 자립을 끝까지 돕는 복지사 벨(조앤 프로갯), 낯선 옆집 남자의 어려움을 모른척하지 않는 베티(루타 게드민타스), 규정을 엄격히 준수하며 노숙자들의 자활을 독려하는 ‘빅이슈’ 매거진 담당자 등 영화는 어떤 역할이든 제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이 한 인간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보여준다.
난 그저… 사람답게 살고 싶어요.
이게 마지막 기회예요
복지는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유지시켜줄 수 있는 제도다. 영국의 복지 시스템을 비춰준다는 측면에서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와 비교된다. 영화는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다니엘’과 그 주변 인물을 통해 관료주의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에 반해 영화 <내 어깨 위 고양이, 밥>에서 영국의 복지 시스템은 문제가 느껴지지 않으며 따뜻하기까지 하다.
이 영화는 실화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신뢰가 있지만,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에서 ‘다니엘’이 겪은 관료주의로 인한 복지 시스템의 문제가 단순한 허구라고 말할 순 없다. 영국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관료주의 폐해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 왕실과 왕세자비 케이트 미들턴이 영화 <내 어깨 위 고양이, 밥>을 추천하고 직접 고양이 ‘밥’을 만나 스킨십 한 것으로 볼 때,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에 대해서는 어떤 마음을 가질지 짐작할 수 있다.
어느 사회에나 제도적으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흠결 없는 완벽한 시스템을 개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고양이 ‘밥’이 만들어낸 따뜻한 이야기로 우리는 위로받는다. 영화 속 등장하는 고양이 ‘밥 역할은 본인이 직접 연기했다. 실제 ‘제임스 보웬’이 영화 말미에 카메오로 등장하기도 한다.
제임스가 사회를 바라보는 태도는 대사를 통해 드러난다. 각박한 사람들과 부대끼고 난 후, 따뜻한 사회가 그리운 사람들에게 이 영화는 빌딩 숲 사이를 비집고 나온 아침햇살같이 느껴지지 않을까.
사람들이
일부러 상처 준건 아닐 거예요.
착한 이들도 가끔 그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