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자가 살기 좋은 나라가 있을까
권력을 쥐고 폼 나게 살고 싶은 태수(조인성)는 권력의 설계자인 검사 한강식(정우성)을 만나 검찰청에서 핵심 라인이 된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새로운 권력의 판을 짜며 기회를 노린다. 어느 날 태수의 뒤를 봐주는 어릴 적 친구 조폭 최두일(류준열)과의 관계로 인해 문제가 생긴다.
한재림 감독은 데뷔작 영화 <연애의 목적>으로 제 26회 청룡영화상 각본상, 제 43회 대종상영화제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다. 영화 <우아한 세계>로 제 28회 청룡영화상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으며, 영화 <관상>으로 900만 이상 관객수를 동원하고 제 50회 대종상영화상 감독상과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다. 대중성과 작품성을 모두 잡은 소위 잘 나가는 감독이다. 그가 대한민국 권력에 대한 그림자를 뒤쫓는 영화 <더 킹>을내놓았다.
시국을 노린 것이 아니라
현실에 가까운 영화다.
태수(조인성)의 인생을 통해 역대 대통령의 실물을 보여주고 실명을 거론한다. 그런 점에서 감독의 정치적 성향은 숨길 수가 없다. 영화가 이명박 정권에서 끝을 맺고, 비리 검사가 가장 위기를 겪는 순간이 참여정부라는 것으로 볼 때 더없이 명확하다.
위 말은 조인성이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최순실 등에 의한 국정농단 사태를 맞이한 대한민국에 비리 검사가 주인공인 영화이기에 관련된 질문이 많았을 것이다. 조인성은 최순실이라고 실명을 직접 언급하며 영화와 연관성에 대해 답변을 했다. 현실을 반영한 영화이기 때문에 지금의 시국이 아니라도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 속내를 추측해보자면 타이밍이 맞았다는 것인데, 영화 마케팅팀에서 그리 어설프게 개봉 시기를 잡지는 않았을 것이다.
조인성과 정우성의 만남만으로도 영화는 티켓파워가 있다. 그러나 영화를 본 관람객들은 배성우와 류준열을 기억할 것이다. 조인성과 정우성을 연결해주는 것이 배성우이고, 분열시키는 것도 배성우다. 스토리의 개연성을 만들어주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류준열은 영화 결말의 임팩트를 위해 도구적으로 사용되는 경향이 있지만, 그는 영화의 긴장을 만들며 관객을 현실과 허구의 중간지점에 있게 한다.
과도한 내레이션으로 영화보다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겉돌게 만든다. 감독이 의도적으로 현실에 영화를 대입하도록 한 것으로 풀이되지만, 극영화보다 다큐영화가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런 점 또한 현 시국과 무관하지 않다. 감독은 낯선 권력의 세계를 쉽게 공감하고 친숙하게 소개하기 위해 택한 형식이라 밝혔다.
<더 킹>은 김기춘, 우병우를
모티브로 만들었다.
배우 정우성은 위와 같은 일각의 시선에 대해서 언급했다. 언론시사회에서 실존인물들을 롤모델로 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권력과 그 권력의 정당함과 부당함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부조리한 시스템 안에서 추악한 권력자를 그린 것이라 밝혔다. 본인이 연기한 ‘한강식’이라는 캐릭터는 ‘경각심의 대상’ 이라며 실제 사회에서 누구나 그렇게 될 수 있는 위험이 있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부조리한 것을 대면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한강식(정우성)은 고급 레스토랑에서 홀로 스테이크를 먹는다. 영화 말미가 돼서야 한강식은 태수(조인성)와 함께 식사를 한다. 태수는 부패한 권력에 대항하고 정의로움을 꿈꾸기 시작한 후에야 태수와 단 둘이 식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장면을 통해 감독은 우리가 외면하지 않고 부패한 권력에 대항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인인지 간접적으로 질문을 던진다.
한국만큼 권력자들이
살기 좋은 나라가 있을까?
영화 구상은 위와 같은 질문으로 시작했다. 감독은 권력자들의 입장에서 한국 사회를 바라보고자 했다. 영화를 구상하며 그들의 기분이 어떨지 상상했다. 영화 속 태수(조인성)라는 주인공이 권력의 꿈, 행복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엔 한국 사회의 부조리함에 도착할 것이라고 봤다. 대한민국이 갖고 있는 이런 모순을 관객들에게 거부감 없이 전달하기 위해서 노력했다고 한다. 참고로 한재림 감독은 정부 관계자가 작성, 배포한 것으로 알려진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감독이다. 감독은 스토리뿐만 아니라 영화 제목을 통해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대한민국의 진짜 왕은
과연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