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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백구 Feb 06. 2017

<스포트라이트 Spotlight>

이런 걸 보도 안하면 그게 언론인가요.

신부님께서 아이들을 강간한다는
기사를 누가 좋아하겠어요.
미첼 개러비디언 변호사(스탠리 투치)는 이 사건과 관련된 문건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내용은 게오건이라는 신부가 수십 명의 아동을 성추행하였고, 로우 추기경은 이를 알고도 덮어준다는 것이다. [보스턴 글로브]에 새로 부임한 편집장 마티(리브 슈라이버)는 이 문제는 독자들이 반드시 읽어야 한다며 4인으로 구성된 탐사보도 팀인 ‘스포트라이트’ 팀에게 이 문제를 다뤄줄 것을 요청한다.
[보스턴 글러브]는 영화 <스포트라이트>의 오스카상 수상을 1면에 보도했다.
이 영화는 제 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고, 작품상과 각본상을 수상했다.
네티즌과 평론가들에게 호평을 받았으며, 이동진 평론가는 별 네 개 반을 주며, 모범적 언론 영화라 극찬했다. 바티칸에서도 이 영화는 반가톨릭 작품이 아니며, 끔찍한 현실을 마주한 신앙인들의 충격과 고통을 잘 대변했다고 전했다. 자신들의 치부를 드러낸 작품이지만, 다른 많은 집단과는 대조적으로 용기 있는 태도를 보였다.
이 영화는 [보스턴 글로브] 기자들의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다. 미국의 3대 일간지 중 하나인 [보스턴 글로브]의 ‘스포트라이트’ 팀이 가톨릭 보스턴 교구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사건을 취재하며 벌어지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실제로 이 기사를 보도했던 스포트라이트 팀은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인 퓰리처 상을 수상했다.

교회는 사회를 위해
좋은 일을 해왔다.
교회를 건드리지 않는 게 좋다.


‘스포트라이트’ 팀의 팀장인 윌터 로빈슨(마이클 키튼)은 자신의 친구이자 변호사인 짐 설리반(제이미 쉐리던)을 만나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짐 설리반은 윌터가 취재하는 성추행 사건과 유사한 사건에서 교회 측 입장을 변호해 합의를 도와준 적이 있다. 짐은 사건을 캐내려는 친구 윌터에게 ‘교회는 좋은 사람들이고 좋은 일도 많이 했어’라고 말하며, ‘건드리지 않는 게 좋다’는 식의 경고를 한다. 성추행 피해자들은 교회 권위 유지를 위해 희생되어야 하는가.


'스포트라이트'팀이 취재를 위해 만난 교회 측 인물들은 교회의 권위를 흔드는 진실 은폐에 대해 암묵적 동의를 하고 있었다. 짐의 말은 그 인물들의 생각을 대변한다. 성추행 피해자들은 사회의 안정이라는 명목의 공동체 이익을 위해 희생되었다. 관련된 진실이 드러나는 것은 공동체의 이익에 해가 된다. 공동체의 이익을 위한 개인의 희생이라는 전체주의적 사상이 지역사회를 지배하고 있었다. 이와 같은 사상이 전해질 때 우리는 의문이 생긴다. 전체를 위해 소수가 희생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있는가.


‘스포트라이트’ 팀은 보스턴에만 약 90명의 신부가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했었다는 것을 알아낸다. 약 90명이라는 엄청난 수의 신부가 연루된 문제는 왜 드러나지 않았을까.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왜 모두 모른 척하는 것일까. ‘스포트라이트’ 팀의 팀원인 마이크(마크 러팔로)는 편집장과의 회의에서 수십 년 동안 진실을 은폐해온 교회와 지역사회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그들은 마치 나치의 국민들 같다.


‘스포트라이트’ 팀의 팀원인 사샤(레이첼 맥아담스)는 사건의 피해자 중 한 명과 인터뷰를 하며 공원을 걷는다. 걷는 도중 교회 건물을 마주친다. 화면은 거대한 교회 앞에 서있는 작디작은 두 사람을 비춘다. 가톨릭이라는 거대한 종교집단 앞에 그 집단에 의해 피해를 받은 사람이 상대적으로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느껴진다. 이 외에도 장면 곳곳에 교회 건물을 비추며 어디에나 있으며 우리 일상에 스며있는 교회의 권위를 이미지로 보여준다.


심리 치료사 리처드가 ‘스포트라이트’ 팀에 전화를 건다. 그 장면에서 카메라는 전화기를 클로즈업해서 보다가 서서히 풀샷으로 줌 아웃한다. 한 명의 신부가 일으킨 하나의 사건을 개인의 일탈 문제로 치부되지 않고 언론을 통해 거대 권력의 방조로 이루어진 사회문제라는 것을 드러내는 장면이다.



취재가 진실의 턱밑까지 쫓아오자, 관련된 증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들과의 연락이 어려워진다. 막강한 종교적 권력과 반대편에 서는 것이 두려운 것일까. 연락이 안 되자 윌터는 이 상황에 대해 ‘그럴 수밖에’라고 당연하다는 듯 반응한다. 적당히 끝나길 바랐던 취재가 사건의 실체에 다가서자 은폐하려 했던 인물들이 취재팀을 피하는 것이다.


취재를 통해 의혹이 있는 신부가 87명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그리고 이 중 약 50명이 아동성애자였다. '스포트라이트'팀 팀장 윌터는 관련 기사를 보도하려고 했다. 보도를 위한 회의가 열렸다. 그런데 [보스턴 글로브]의 편집장 마티가 이 보도를 막는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방향을 바꾼다. 그는 회의에서 아동성애자 신부가 보스턴에 많다는 기사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고 말한다. ‘관행과 정책, 교회가 혐의를 피하려고 법을 악용한 정황, 교회가 지속적으로 문제가 된 신부들을 전출 보낸 상황, 상부에서 체계적으로 은폐한 정황을 찾으라는 겁니다.’라고 말하며 보도 프레임을 전환한다.


 '교회'라는 체계를 파헤치자는 거죠.


윌터가 보도하려는 것은 성직자 개인의 일탈 문제였다. 그러나 편집장 마티는 사회 문제로 지적하고 예방을 위한 보도를 원했다. 성직자 개개인의 일탈적 행동으로 보는 것은 그것 또한 문제를 감추는 꼴이 된다. 그들을 숨겨준 교회가 어떻게 움직였는지가 더 중요하다. 그래야만 미래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의견을 수용하여 ‘스포트라이트’ 팀은 보스턴 교구의 꼭짓점에 있는 로우 추기경을 파헤친다.



사과 몇 알 썩었다고
상자째 버릴 순 없잖아요.


윌터 로빈슨은 자신이 졸업한 가톨릭계 고등학교에서도 성추행 사건이 있었다는 것을 교장에게 알린다. 교장은 그에게 위와 같이 말한다. 교장은 썩은 사과 같은 신부들 때문에 드러낼 수 없었던 진실이라고 했다. 진실이 드러나면 상자째 버리는 것이라 했다.


교회는 보스턴이라는 지역사회를 아끼는 마음에서 성추행 사건을 덮었다. 감추었다. 없던 일처럼 모른 체 했다. 그리고 피해자들은 여전히 도처에 살고 있다.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에서 돼지들은 '이상 사회'를 위해 다른 동물들의 희생을 합리화했다. 나치는 독일을 아끼는 마음에서 유대인을 학살했다. 그리고 대한민국도 국가를 아끼는 누군가의 마음에서 비롯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영화가 끝날 무렵, 보스턴에서만 249명의 사제와 수도회 평신도가 성추행 혐의의 피의자라는 정보가 나온다.)


영화 <스포트라이트> 제작진과 실제 [보스턴 글로브]의 '스포트라이트'팀
문제의식이 있어야 문제가 발견되고,
문제 제기를 함으로써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거대한 교회 앞에는 피해자가 서있었다. 그리고 인터뷰를 위해 그를 찾아온 기자도 옆에 있었다. 그 장면을 통해 거대한 교회의 권위가 느껴지지만, 영화가 결말에 이르면 우리 눈에 작아 보이는 기자가 그리 작지 않음을 알게 된다. 존경받는 언론인 중 한 명인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은 한 대학의 강의에서 위와 같이 말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언론, 우리가 바라는 언론은 무엇인가. 영화로 돌아오면, 비상식적인 이유로 비공개가 된 성추행 혐의의 신부와 추기경에 대한 증거가 있는 서류를 보기 위해서 마이크(마크 러팔로)는 판사를 찾아가 공개를 요청한다. '언론이 이런 일을 하냐'라고 묻는 판사에게 그는 이렇게 답한다.


이런 걸 보도 안 하면
그게 언론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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