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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백구 Feb 13. 2017

참혹함 속에서 소수의 신념이 지켜낸 것

영화 <핵소 고지> 리뷰(결말, 해석, 실화)

‘양심적 집총 거부자’인 데스먼드 도스(앤드류 가필드)는 전쟁에서 조국과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자진 입대한다. 총을 들지 않겠다는 신념으로 도스는 총기 훈련을 거부하고 군사재판까지 받게 된다. 그러나 끝까지 신념을 굽히지 않은 그는 총기 없이 의무병으로 참전한다.
이 영화는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치열했던 오키나와 핵소 고지 전투에서 무기 없이 75명의 생명을 구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전쟁 영웅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데스먼드 도스의 이야기를 극화한 작품이다. 제 20회 할리우드 필름 어워드에서 감독상, 편집상, 분장상 등을 수상했으며, 제 74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3개 부문 노미네이트, 제 70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5개 부문 노미네이트 그리고 제 8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편집상, 음향상, 음향효과상 총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다.
누가 보든 최악의 상황이라고
느끼게 해야 했으며,
참전한 이들에게는 실제로 그러했다.


이 영화의 전쟁 장면은 놀랍다. 멜 깁슨 감독의 섬세한 연출은 전쟁 장면을 생생하게 만들어냈다. 특히 전투 장면에서 부상당한 병사들과 사망한 병사들은 그 묘사가 너무 생생해 전쟁의 참혹함을 느낄 수 있다. 감독은 전쟁이라는 잔혹한 현실이 가지고 있는 본질 그 자체에 집중했다고 전했다.


잔인한 전쟁의 묘사는 북미 개봉 당시 ‘R등급’을 받게 했다. 국내 개봉은 ‘청소년 관람불가’로 예상되었지만, 예상과 달리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영상의 표현에 있어 폭력적인 부분을 정당화하거나 미화하지 않았고, 그 외 대사, 공포 부분은 사회 통념상 용인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1945년에 일어났던 이야기가 왜 이제야 영화화됐을까. 1950년대 프로듀서 할 월리스는 데스먼드 도스의 이야기에 대한 판권을 구입하려 했다. 그러나 당사자인 도스는 자신의 이야기가 전형적인 할리우드 영화로 재탄생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그는 겸손한 삶을 살고자 했다고 전해진다. 도스는 87세로 생을 마감하지 몇 년 전에서야 영화화를 허락했다. 프로듀서 데이비드 퍼멋과 빌 메카닉은 16년 동안 영화 제작을 준비했다.


잊혀진 영웅의 위대한 이야기에
영원성을 부여할 기회를 얻었다.



도스는 조국을 위해,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자원입대했다. 그러나 총을 들지 않는다는 가치관 혹은 신념으로 인해 총기 훈련을 거부한다. 그는 제칠일안식일교회의 신자다. 그의 종교에 대해서는 논외로 하자. 그가 어떤 종교를 가지고 있건 그가 그 신념을 지키며 해낸 일들은 존경받아 마땅하다. 무기의 휴대, 총기 훈련을 거부하는 부분적 병역거부를 한 그는 군과 동료들의 비난을 어떻게 견뎠을까. 이 영화는 전쟁 영웅의 이야기지만, 한 개인의 가치관이 사회적으로 소수에 해당할 때 어떤 상황을 겪을 수 있는지 드러낸다. 영화에서 도스의 아버지 톰 도스(휴고 위빙)는 아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네 머릿속에 무슨 신념이 들었든
네 신념대로 되진 않을 거다.


공동체에 속해 있는 사람들의 생각이나 가치관이 모두 같을까. 그렇다면 그 공동체의 속성을 의심해봐야 한다. 영화가 좋은 사람들이 모여도 좋아하는 장르가 다르고,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나도 여행하는 방식이 다르다. 같은 성향이라 모였다는 정당 또한 정책에 대해 세부적으로는 다르다. 매일 같이 자고 밥을 먹는 가족들마저도 다르다. 3명 이상이 되면, 주제에 따라 한 명은 소수가 될 수 있다. 그럴 때 우리는 도스처럼 자신의 가치관을 고집하고 지켜나갈 수 있는가.

아무리 내가 총을 잡으라고 해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당시 도스의 실제 상사였던 잭 글로버는 회상한다. 영화 말미에 잭의 인터뷰 장면이 나온다. 군대라는 곳은 아주 특수한 집단이다. 상명하복이 지켜져야 하고, 규율대로 생활해야 한다. 전쟁을 위해 언제나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이 곳에서 상사의 명령에 움직이지 않는 부하는 쓸모없게 느껴진다. 그러나 도스는 군의 규율과 상사의 명령보다 자신의 신념이 더 중요했고, 그것은 1945년 5월 5일 핵소 고지 전투에서 증명되었다. 1945년 10월 12일 당시 미국 대통령 해리 트루먼은 전쟁 영웅들에게 수여하는 ‘명예의 훈장’을 도스에게 직접 수여했다.


도스는 총포가 오가는 전투에서도 신념을 버리지 않았다. 자신의 목숨보다 신념을 더 지키려 한 것일까. 맨몸으로 뛰어다니며 병사들을 구했다. ‘내 앞에 적군이 나타나면 어떡하지’와 같은 생각이 드는 장면이 있다. 그 또한 두렵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가 핵소 고지에서 신념을 지켜며 이루고자 한 것은 오로지 한 가지였다.


한 명만 더
구하게 해달라고 기도했어.

한 명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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