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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백구 Mar 02. 2017

<로건 Logan>

엑스맨 시리즈 사상 가장 사실적이고 인간적인 영화

영화는 우리의 삶의 단면을 비춘다. 기승전결이라는 구성의 틀에 매몰된다면 삶과 동떨어져 관객의 감동을 이끌어낼 수 없다. 영화의 상영이 끝나도 우리 삶은 끝나지 않는다. 영화라는 탄생과 죽음 사이를 달리는 기차를 다룰 땐, 모든 것을 담을 필요는 없다. 어느 역부터 어느 역까지 담을 것인가가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영화 <로건>은 ‘울버린’이 인생의 종착역을 향해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돌연변이들이 사라져 가는 시대. 로건(휴 잭맨)과 프로페서 X(패트릭 스튜어트)는 자신의 능력이 상실되어간다. 어느 날, 로건은 자신을 닮은 ‘로라’(다프네 킨)를 만난다. 이후 로건은 로라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건다.

‘울버린’은 엑스맨 시리즈의 캐릭터 중에서 가장 유명하다. 울버린은 선천적, 후천적 능력이 모두 결합된 독보적인 캐릭터다. 영화 <로건>에서 로건의 감정을 가장 크게 감싸는 것은 ‘죄책감’이다. 울버린은 언제나 고독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다 죽어’라고 말하며 과거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 이런 감정의 밑바탕에는 자신을 그런 상황으로 몰아가는 세상에 대한 불신 또한 그를 지배하는 정신이 깔려있다고 할 수 있다.



이 행정부의 정책들은
혐오스러우며 오래가지 못할 것


슈퍼히어로 영화는 미국의 현실을 반영한다. 단순한 선과 악의 대치를 다루는 이야기는 옛날 영화다. 지금의 미국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정책이다.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앞서 레드카펫 행사에서 많은 배우들이 파란색 리본을 달고 나타났다. 파란 리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항의해 소송을 제기하며 법정투쟁을 하고 있는 시민단체 미국 시민자유연맹(ACLU)을 지지하는 상징이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탄 케이시 애플렉은 전날 밤에 이런 말을 했다. ‘이 행정부의 정책들은 혐오스러우며 오래가지 못할 것’ 수상소감으로 정부를 비판할 정도로 트럼부의 정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크다.

질문을 던지는 영화


트럼프가 지배하는 나라에 슈퍼히어로들 중에서 가장 고통받을 캐릭터는 ‘엑스맨’이다. 돌연변이인 ‘엑스맨’들은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당하고 힘든 삶을 살고 있다. 영화 <로건>은 그와 비슷한 배경을 담고 있다. 사회에서 배척당한 소수자 돌연변이 울버린, 즉 로건의 마지막 이야기를 다룬다.


이 이야기가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은 영화의 구성을 통해 알 수 있다. 이야기는 미국과 맞닿은 멕시코 국경 ‘엘파소’에서 시작해 미국을 건너 캐나다 국경을 향해 가는 여정을 그린다. 갈 곳 없는 ‘난민’ 같은 처지인 엑스맨들이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이야기라고 말할 수 있다. 영화는 사회의 소수자이고 쇠약해진 ‘로건’을 통해 국민들과 난민들 사이에서 국가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질문을 던진다.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은 무슬림 7개 국가 사람들에 대한 비자 발급과 입국을 90일간 정지하고 난민 입국 프로그램을 120일간 중단한 조치다. 이민자들에 의해 발전되고 다양성을 존중하며 강국이 된 미국이 이러한 조치를 했다는 것은 믿기 힘든 사실이다. 이에 대해 영화는 자신의 태도를 보여준다.

포스터로도 사용된 위 로건의 이미지는 미국의 16대 대통령인 에이브러햄 링컨을 연상케 한다. 링컨은 남북전쟁을 통해 흑인 노예를 해방시켰다. 영화에서 로건이 한 흑인 가족의 집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는데, 그 집의 아들 방에는 링컨의 초상화가 걸려있다. 로건은 그동안 ‘엑스맨’ 시리즈에서 사회에서 배척되는 소수자인 돌연변이들의 일탈을 막고 바른 길로 이끌어왔다. ‘로라’는 DNA 실험을 통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돌연변이다. 이는 돌연변이를 군대의 살상 병기로 키우기 위한 것인데, 이 실험에 동원된 아이들은 대부분 아시아인, 흑인, 히스패닉 등으로 미국에서 소수인종에 속한다. 실험을 주관하는 사람들은 이 아이들을 상품 취급한다. 실제 미국의 남북전쟁 당시의 흑인 노예에 대한 태도와도 비슷하다. 로건이 로라를 '에덴'이라는 곳에 데려다주는 것은 로라에게는 곧 해방을 의미한다. 영화 <로건>은 그가 마치 링컨과 같은 존재임을 보여준다.



I will let you down,
I will make you hurt
(난 널 실망시킬 거야,
나는 널 아프게 할 거야)


예고편을 보게 되면, 조니 캐시의 ‘Hurt’가 흘러나온다. 영화 <로건>을 연출한 제임스 맨골드 감독은 조니 캐시의 일대기를 담은 영화 <앙코르>를 연출했다. 조니 캐시에 대해 전문가인 감독이 영화를 연출했다. 음악이 영화와 한 몸같이 어울리는 것은 그런 과거에 기인한다.


영화 <로건> 속에 호텔에서 영화 <셰인> 을 보는 장면이 등장한다. 로건 역을 맡은 휴잭맨은 '영화 <로건>이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 자>나 조지 스티븐스 감독의 <셰인>의 캐릭터 같은 서부극 히어로들의 영적인 후손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영화 속에서 <셰인>을 볼 때 나오는 장면은 <로건>의 주제 의식과도 맞닿는다.


살인을 한 이상 돌이킬 수 없어.
옳던 그르던 그것은 낙인이 돼.

앞서 말했던 로건의 '죄책감'을 드러내는 대사라고 할 수 있다. 대의를 위한 일이더라도 그것은 기본적으로 '살인'이다. 로건은 상처가 자연 치유되는 능력이 있다. 그러나 나이가 든 로건은 머리카락은 새치로 가득하고 몸에 상처도 남는다. 젊은 시절의 폭력이 노화와 함께 몸에 남았다. 수없이 많은 살인으로 인한 죄책감이 몸에 상처로 남은 것이다. 목적이 정의롭다고 수단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능력을 이용해 싸우고 난 뒤 로라는 로건에게 '나쁜 사람이라 그랬어요'라고 말한다. 죄책감에 휩쌓여사는 로건은 자신과 같은 능력을 지닌 로라에게 말한다.

똑같은 거야.
그걸 끌어안고 사는 법을
배우는 거야.

영화는 슈퍼 히어로물로는 이례적으로 R등급(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다. 청소년 관람객을 놓치면서까지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충분히 구현되었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로건의 공격에 상대방은 어떤 상처를 입는지 적나라한 장면이 등장한다. 이로 인해 슈퍼히어로 장르의 판타지 영화가 현실에 한 발짝 다가온다. 영화 <로건>은 미국 사회를 넘어 국제사회의 갈등까지 담아내기 위해 효과적인 선택을 했다. 휴 잭맨은 영화의 완성도를 위해 자신의 출연료를 낮추면서까지 표현 수위에 제약이 없는 R등급을 감독에게 요구했다. 그의 울버린은 이제 떠나지만 슈퍼히어로 영화라는 대지 위에 역사적인 발자취를 남겼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청소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앞으로도 슈퍼히어로 영화가 현실에 한 발 더 다가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휴 잭맨은 영화 <로건>에 대해서 이렇게 정리했다.


 엑스맨 시리즈 사상
가장 사실적이고 인간적인 영화


(사진 출처 : https://media.giphy.com/, https://kr.pinterest.com, 다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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