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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백구 Mar 08. 2017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奇跡 I Wish>

완벽해지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과정

3월을 맞아 따뜻한 봄 같은
영화 소개합니다.


부모의 별거로 가고시마 현과 후쿠오카 현에서 서로 떨어져 살게 된 형 코이치(마에다 코우키)와 동생  류노스케(마에다 오시로). 형제는 소원이 이루어지는 기적을 바란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는 언제나 옳다. 홀수 영화의 저주가 있지만, 상대적으로 짝수 번째 영화가 너무 훌륭해서 생긴 말이다.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은 8번째 영화다.) 그가 만든 영화는 수많은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다. 그는 1987년 와세다 대학 졸업 후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활동했다. 1995년 첫 번째 영화 <환상의 빛>을 통해 ‘베니스 영화제’에서 골든 오셀라 상을 수상했다. 영화 <아무도 모른다>는 ‘칸 영화제’에서 최연소 남우주연상 수상을 만들어냈다. 배우 배두나는 한국 배우로는 이례적으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공기인형>을 통해 ‘일본 아카데미’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여러 영화제를 휩쓸었을 뿐만 아니라 수많은 ‘덕후’들을 양산하는 인기 감독이기도 하다. 한국에 개봉하는 일본 영화는 2015년 기준으로 전체 개봉 영화 중 1.8% 밖에 되지 않는다. 그만큼 일본 영화는 한국에서 성공하기 어렵다. 지금도 그렇다. 그럼에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연출한 11편의 영화 중 <디스턴스>를 제외하고 모두 국내 개봉했다.
서 있는 모습조차
다른 아이들과 다른 존재감


영화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은 <아무도 모른다> 이후로 아역 배우의 연기를 가장 잘 끌어내는 감독으로 알려진 고레에다 감독이 다시 어린아이들을 주인공을 내세워 화제가 된 영화다. 이번 영화 속에 등장하는 7명의 아이들을 캐스팅하기 위해 감독은 전국적인 공개 오디션을 개최했다. 오디션을 통해 실제 형제인 두 명을 캐스팅했다. 1998년생 형 ‘마에다 코우키’와 2000년생 동생 ‘마에다 오시로’가 그 주인공이다. 형제는 실제로 오사카 지역에서 만담가로 활동 중이다. 재능을 알아본 감독은 그들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당초 시나리오는 가고시마에 사는 소년과 하가타에 사는 소녀가 만나는 이야기였다. 이 형제들을 만나면서 감독은 '형제에 관한 영화'로 시나리오를 전면 수정했다. 감독은 ‘서있는 모습조차 다른 아이들과 다른 존재감’이라고 극찬했다.


촬영 당시 아역 배우들의 연기를 자연스럽게 이끌어 내기 위해 대본을 미리 주지 않았다. 촬영 당일에 대사를 주고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도록 한 후에 거의 실제와 같은 상황을 주고 촬영했다. 이 방식은 영화 <우리들>을 만든 윤가은 감독의 연출 방식과도 유사하다.


국내에도 팬들이 상당히 많은 ‘오다기리 죠’가 가족을 돌보지 않고 자신의 꿈을 좇는 불량한 아버지로 나온다. 그는 인터뷰에서 조연으로 작은 역할이지만 고레에다 히로카즈라는 이름을 믿고 출연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걸어도 걸어도> <태풍이 지나가고> 등에 출연하며 고레에다 감독의 *페르소나로 불리는 ‘아베 히로시’는 선생님으로, 일본의 김혜자라고 할 수 있는 국민배우 ‘키키 키린’은 형제의 외할머니로 등장한다.


(*페르소나 : 작가주의 영화감독들은 자신의 영화 세계를 대변할 수 있는 대역으로서 특정한 배우와 오랫동안 작업한다. 이때 배우는 작가의 페르소나(가면)가 된다.)



부모의 별거로 서로 다른 도시에 떨어져 살게 된 두 형제는 서로를 잊지 않기 위해 매일 통화한다. 형 코이치(마에다 코우키)은 엄마 노조미(오츠카 네네)와 외갓집에 살고, 동생 류노스케(마에다 오시로)는 아빠 켄지(오다기리 죠)와 산다. 언제나 밝고 낙천적인 동생과 달리 형은 지금의 상황이 불만이고, 해결하고 싶다. 그래서 매일 기도한다. 외갓집 근처에 화산이 폭발하면 모두 아빠 집으로 이사를 가야 하니까, 제발, 화산이 폭발하게 해 달라고.

형이 살고 있는 외갓집은 가고시마에 있는 사쿠라지마 화산 근처다. 고레에다 감독은 화산재가 날리는 장면을 실제로 찍어내기 위해 어렵게 화산 주변에서 촬영했다. 화산 주변 마을을 촬영하던 당시 감독은 신기한 감정에 휩싸였다. 시도 때도 없이 화산이 분출하고 화산재가 날리는 마을에 사는 사람들 중 누구도 그것을 꺼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믿기 힘든 이 상황을 인상깊에 여긴 감독은 영화 속 형의 대사로 이를 표현했다.


이해가 안 돼,
왜 다들 아무렇지 않지?
화산이 분화하는데



어느 날 아이들은 신칸센 왕복 열차가 교차하는 순간 기도하면 별똥별처럼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말을 듣게 된다. 형과 동생 그리고 친구들은 소원이 이루어지는 기적을 위해 열차가 교차하는 지점을 찾아 구마모토현으로 떠난다.
이 영화는 사실 별다른 해석이 필요하지 않다. 누군가 설명해준다면 그것은 설명해주는 사람의 가정사가 포함된 설명일 것이다. 영화의 스토리, 아이들의 가족, 그들의 관계, 내뱉는 대사 한 마디 등 영화가 있는 그대로 가슴을 울린다. 해석은 관객마다 다르다. 이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가 만드는 일종의 기적이기도 하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글은 해석이라기보다 감동을 준 장면을 소개하려는 의도가 크다.

아이들이 어른을 이해하게 되는 과정이 서글프다. 어린 동심의 눈에 현실을 들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형제의 외할아버지는 가루칸 떡이라는 전통 음식을 만들어왔던 장인이다. 새로운 주전부리들이 많아진 요즘 가루칸을 먹는 사람은 거의 없다. 어린 손자가 맛을 보고는 아무 맛도 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 어린 손자가 꾀병을 부려 학교 수업에 빠지고 외박을 한다. 그리고 돌아와서는 말한다. ‘할아버지가 준 떡, 동생이랑 나눠먹었어’ 할아버지는 동생이 맛을 어떻게 느꼈는지 궁금해 물었다. 그러자 어린 손자는 이렇게 말한다.


걔는 어려서 맛을 몰라요.



형 코이치는 기적을 찾아가던 과정을 통해 한 뼘 자랐다. 가루칸에 대한 맛의 변화는 코이치에게 일어난 삶을 대한 인식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형은 가족이 모두 함께 살기를 원한다. 해결방법은 화산이 폭발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기적을 찾기 위해 준비하던 중 친구가 질문한다. ‘화산이 폭발하면 우리는 다 죽으라고? 동생도 너랑 생각이 같아?’ 가족이 모두 함께 사는 것이 꿈인 형은 화산 폭발로 마을의 상황이 어떻게 되든 중요치 않다. 그리고 동생도 같은 생각일 것이라 생각한다. 형은 아빠에게 지속적으로 다시 합칠 생각이 없냐고 묻는다. 이때 아빠는 말한다.


네가 자신의 개인적인 생활보다
더 큰 일에 관심을 가진
인간이 됐으면 해.
음악이라든가, 세계라든가.

동생 류노스케는 낙천적이다. 엄마와 아빠가 싸우는 게 싫어서 밥그릇을 들고 몸을 피해 밥을 먹는다. 이런 동생이 형 눈에는 철없어 보인다. 그런데 형과 엄마, 아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은 동생뿐이다. 동생은 가족 구성원들 각자의 행복을 바란다. 엄마와 아빠가 서로 싫어하기 때문에, 떨어져 사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형이 바라는 기적은 너무 이기적이라고 말한다. 채소를 심어서 신경을 써야 한다는 동생에게 형은 ‘넌 가족보다 채소가 더 중요하니?’라고 나무란다. 형은 동생에게 '너는 아빠랑 똑같아'라고 말한다. 형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고 느낀 동생은 기적을 위해 떠나는 형을 도우러 간다. 동생이 자신보다 가족을 더 생각하는 기분이 드는 것은 왜일까. 형 과 함께 사는 엄마는 둘째 아들 류노스케가 보고싶다. 한번도 보고 싶다고 말하지 않는 아들에게 서운한 마음에 엄마는 이유를 묻는다. 그때 동생 류노스케는 이렇게 답한다.


내가 아빠를 많이 닮아서..
엄마가 나를 별로
안 좋아할 거라 생각해서..

형과 기적을 바라며 떠나온 과정 동안 아이들은 작은 기적들을 경험했다. 꾀병을 부리는 아이들을 양호 선생님이 모른 척 눈 감아 줬고, 외할아버지는 아이들의 조퇴를 위해 학교에 찾아왔고, 경찰에게 인도되려던 순간에 아이들의 거짓말에도 한 노부부는 자신의 자식들처럼 받아줬다. 그러나 아이들을 도와준 어른들 중 완벽한 어른은 없었다. 자식을 돌보지 않는 아빠, 술에 빠져 사는 엄마, 아버지가 없는 사람을 수업시간에 공개적으로 손을 들게 하는 선생님, 꾀병을 많이 부려본 양호 선생님, 자식이 도망가 가족이 없는 노부부 등 불완전한 어른들 뿐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완벽해지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가족의 결합이 소원이었던 형은 자신의 가족보다 세계를 선택하며 소원을 빌지 않았다. 모두의 의견을 존중해주던 동생은 형과 엄마가 나쁘게 생각하는 아빠가 가수로 성공하길 바라는 개인적인 소원을 빌었다. 아이들이 경험한 작은 기적들은 아이들을 성장시켰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저 살아가는 것이,
소중한 사람이 옆에 있다는 것이
누군가에게 기적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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