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꺼내어 보기

01 일기는 감정의 기록이다.

by 글쓰는 백구
그래서 네 마음이 어떻냐고


친구, 연인 혹은 가족과 다툴 때 흔히 하는 실수다. 이성적으로 판단하려다가 서로의 감정을 무시하면 결국 저런 말까지 하게 된다. "별로다" "그렇게 하면 안 돼" "그건 문제야. 잘못됐어" 감정표현이 서툰 사람들은 이렇게 중요한 말이 빠진 말을 반복하다 싸움을 자초한다. 일기 쓰는 얘기는 안 하고 갑자기 인간관계 얘기냐고? 결국 내 감정에 관한 문제기 때문이다.


나는 네가 그랬으면 좋겠어


타인에게 감정보다 이성적 판단을 많이 내리는 사람은 자신에게도 그렇다. 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정답을 찾기에 급급하다. 중요한 건 정답이나 올바른 길을 알아내는 게 아니다. 그 어떤 발걸음을 내딛더라도 내 감정은 괜찮은지 물어야 한다. "이렇게 하면 될까"가 아니라 "이렇게 하면 내 기분이 좋을까" 혹은 "기분이 상할까"로 접근하면 문제를 풀어내기 쉬워진다. 하지만 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습관이란 무서우니


일기 쓰기란 결국 자신의 감정을 꺼내어보는 일이다. 친구가 물었다. "일기를 쓰는 건 좋은데, 뭐라고 쓰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 친구가 어제 한 일을 들었다. 첫 직장을 그만두고 이직 준비를 하는 과정이 쉽지 않고, 공부를 하는데 그게 맞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리고 취업공부를 하기 위해 카페에서 꽤 오랜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친구는 "'카페에 갔다'라고 쓰면 될까'"라고 질문을 건넸다. 이 내용에는 또다시 감정이 빠져있다. 그래서 내가 물었다. "어제 마음이 힘들었니?" "아니" "그러면 불안했니" "아닌데" "부모님 때문에 답답했니" "..." 감정에 서툰 친구는 자신의 이야기를 다시 꺼내기 시작했다. 내 질문이 감정의 수도꼭지를 열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일기장에 이렇게 적으라고 알려줬다.

나는 오늘 답답했다


감정으로 시작한다. 친구는 스스로는 불안해하지 않으면서 부모님의 간섭은 괴로워하고 있었다. 일기에 취업준비를 어떻게 했는지 적어도 좋다. 그리고 그 결과 내 감정이 어땠는지까지 적어주면 일기는 완성이다. 비싼 음식을 먹었는데 너무 맛이 없었다면 "돈도 많이 썼는데 맛이 너무 없었다"라는 말에 "진짜 짜증 났다"까지 써주는 것. 타인의 행동 때문에 기분이 안 좋았다면 "그 친구는 도무지 왜 그런지 모르겠다"라느 말에 "결국 오늘은 그 친구 말에 상처받았다"까지 적는다. 내 감정을 한 마디 꺼내면 다음은 조금 쉬워진다.


일기는 감정의 기록이다. 감정은 파도 같아서 흘러온 과정을 곱씹으면 쉽게 알 수 있다. 가장 높았던 파도는 어느 방향에서 왔는지 이해하기 더 쉽다. 감정을 잘 몰랐던 친구는 그동안 육지에서 벌어진 일을 신경 쓰느라 바다 방향으로 시선을 돌려보지 않았을 뿐이다. 매 순간 우리의 정은 변한다. 밥 먹을 때, 길을 걸을 때, 대화할 때, 일 할 때, 운동할 때 등 모든 일상에 다양한 감정이 덕지덕지 붙어있다. 이제는 잠시 시선을 돌려보자. 그리고 적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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