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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슬 May 13. 2018

#flashback #turtuk

인천공항. 서쪽으로 향하는 비행기 표를 받고 보니 주마등처럼 지난 인도 여행이 머리 위를 스친다. 가장 먼저 그 소녀가 생각났다.


레에서 새벽부터 어렵게 대중교통을 몇 번 갈아타며 반나절을 써 겨우 닿은 누브라밸리. 사람들 틈에 끼여 타다 나중에는 잠깐 한눈 판 사이에 버스 위로 밀려나 어디로 연결되어있는지도 모르는 끈을 부여잡고 행여나 버스에서 떨어질까 노심초사하며 아슬아슬하게 여행했다. 

나중에는 정신없이 급하게 내린 탓에 모자까지 버스 안에 놓고 내렸고, 나중에 그 사실을 알게 되어 짜증이 극에 달했었다. 그때 이 소녀를 만났다. 나에게 보여 준 이 미소에 모든 부정적인 감정이 녹아내렸다. 완벽하게.



인도 뚜르뚝은 파키스탄과 접경지역이고 종교적인 분쟁지역이라 외부인에게 방문의 기회가 열린 지 얼마 되지 않은 곳이다. 인도에 닿기 전에는 존재조차 몰랐다. 생각치도 못한 곳에서 뜻밖에 만난 소녀는 사람이 주는 미소가 상대방의 마음에 얼마나 크게 닿을 수 있는지를 경험하게 해 주었다. 소녀와 인사하고 헤어지니 동네가 비로소 눈에 들어왔다. 평화로웠고, 푸르고 아름다웠다. 넓은 풍경만큼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동네에 유일하게 밥집이 하나 있는데, 밥을 먹으러 가니 주인이 메뉴판을 가져오며 황당하게도 모자를 잃어버린 청년이 당신이냐고 나에게 물었다. 버스에 모자를 놓고 내린 어눌한 아시아 청년 소식이 작은 동네에 널리 퍼진 모양이다. 귀여웠다. 돌아갈 날짜를 묻더니 그 날 아침 버스기사에게 모자를 챙겨주겠다고 일러주었다. 그리고 떠나는 그 날, 다가오는 버스 운전석 앞에는 정말 갈색 볏짚으로 된 그 모자가 있었다.


이 이야기는 인도에서 일어난 수많은 추억 조각 중에 하나이다. 켜켜이 쌓인 추억들을 다시 그 장소에 가서 꺼내면 어떤 기분이 들까. 그 소녀는 얼마나 성장했을까. 왼손에 티켓과 여권을 쥐고 설레는 마음으로 게이트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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