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은밀하고 사적인 이야기를 좋아한다. 낯선 사람의 집에 머물며 주인이 얼떨결에 한 말에 귀 기울인다. 금요일 저녁 맥주를 마시며 꺼낸 가족에 관한 상처, 일요일 늦은 아침 식사 도중 나온 연애 이야기. 여행 중 가장 즐거운 시간이다. 내일 아침에 떠날 여행자라서 인지 사람들은 아무에게도 고백하지 않은 말들을 내게 가볍게 한다. 극장에서 오직 나만을 위한 영화가 상영되는 것처럼 나는 숨죽이고 본다.
특히 죽은 자들과의 대화에 나는 열광한다. 그것에 대한 기억은 트빌리시라는 도시에서 출발한다. 한낮 월요일의 공동묘지는 사치스럽다는 기분이 든다. 한 방에 여덟 명씩 이 층 침대에 자는 호스텔 도미토리보다 훨씬 내 방 같다. 도시의 이십사 시간 소란 한가운데 침묵이 존재한다. 나무, 새, 깨끗한 공기, 예술 조각, 양초, 꽃, 잠든 사람들. 일부러 내가 좋아하는 소품을 모아 놓은 온전한 나의 방. 내 경험상, 여행자에게 가장 안전한 장소가 평일의 공동묘지이다. 일상과 가까운 거리에 있지만, 살아 있는 사람들은 바쁘고, 죽음을 기피하기 때문에, 유일하게 내가 혼자 사색할 수 있는 공간이다. 낯선 도시에서 온 몸의 긴장을 풀고, 숨겼던 자신을 꺼내 기에 알맞은 방이다. 분위기도 낭만적이다. 내가 말을 붙이기 전에는 누구도 말을 걸지 않는다. 조용한 사람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점은 훌륭하기까지 하다. 왜냐하면 내가 일하는데 방해될 게 없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진짜 나의 모습, 명탐정 셜록 홈즈로 돌아온다. 단서를 찾으며, 죽은 자의 삶을 추리한다.
무덤은 이국적이다. 묘비마다 주인의 사진이 있다. 죽은 자들의 천국 조지아에 대해서 라면 할 말이 많다. 죽은 사람을 위해 아예 집을 짓는다. 울타리, 지붕 그리고 빗물받이까지. 문은 열쇠로 잠근다. 원룸 정도 되겠다. 화장실과 부엌이 없을 뿐. 음식은 일 년에 여러 번 가족들이 들고 온다. 와인을 맨 처음 만든 나라답게 술잔을 든 사진도 있다. 시를 써놓기도 한다. 아제르바이잔의 비석에는 눈물 흘리는 눈동자 그림, 노르웨이 사미족의 무덤에는 순록 조각이 등장한다. 파키스탄은 주인의 침대와 베개를 남긴다. 티베트 사람들은 감쪽같이 사라진다. 하늘에 시꺼먼 독수리 떼만 장례식에 참석한다. 죽음의 운명은 공통이지만, 받아들이는 방법은 지극히 개인적이다.
이것은 내가 도시를 탐구하는 방식이다. 낯선 도시에서 100년 전에 살았던 사람들의 과거를 수집한다. 무덤, 이야기, 오래된 편지, 사진. 동시에 현재를 여행하며, 혼자 도시의 미래를 상상한다. 수수께끼 같은 한 사람의 세계를 꽤 안다는 착각이 들면, 곧 나는 새 애인을 사귀고 싶은 충동에 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