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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복직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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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mi Apr 03. 2021

복직 첫 날, 터져버렸다


콩콩이가 하늘나라로 간지 6개월이 되었고

나는 휴직을 한지 7개월이 되었다.


인생은 한 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다더니

육아휴직까지 쓰고 내년에 복직하려던 계획과 달리,

나는 출산휴가만 쓰고 110일만에 복직 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도저히 마음이 추스려지지 나는 2개월 무급휴직을 더해 7개월만에 회사에 복직하게 되었다.


무급휴직을  쓸까 고민도 했으나,

이렇게 한달, 두달, 세달을  쉬는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영영   있는것도 아니고 언젠가는 복귀를 해야하는데

이제는 세상으로 나가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돈도 벌어야 하니까ㅠㅠ

그렇게 4 1일자로, 만우절 거짓말처럼 복직을 하게 되었다.


잠을 자는둥 마는둥 묘하게 떨리기도 하던 아침,

마치 어제도 출근했던 것 처럼 저절로 향하는 발걸음을 따라 평소보다 조금 일찍 출근했다.

팀에는 많은 인원변동이 있었지만 다행히 친했던 동료가   남아있어 다행이었다.

오전에는 PC셋팅을 하다보니 시간이 가고 오후는 팀장과 1시간  점심을 먹고 나니 시간이 제법  갔다.


이렇게 꼿꼿하게 8시간 동안 의자에 앉아있는 것도, 무언가 집중 상태에 있었던 것도 오랜만이라

마치 회사 취업하여  출근을  때처럼 몸이 뻣뻣해지고 당장 눕고 싶을 정도로 피곤이 몰려왔다.


 , 전 날 신청했던 출산휴가 급여에 대해 고용노동부에서 전화가 왔다.

잠깐 화장실 옆으로 가 조용히 전화를 받았다.

제출해야 할 서류에 대해 설명하던 담당자는 너무나 당연하게


그런데 선생님, 제가 등본을 확인해보니 아이가 같이 안나와서요.. 아직 출생신고를 안하셨나요?”


...


당연한 일이었다.

출생신고는 했으나 사망신고를 했으니

우리 콩콩이가 우리 등본에는 이제 흔적없이 사라져 있을테니까.


나는 심호흡을 한번 하고 최대한 담담하게

“아 그게.. 아이가 태어났는데요.. 사망하게 되어서...”


분명 말을 ‘아 그게..’로 시작할 때는 괜찮았다.

그런데 몇글자 안되어 나는 무너지고 말았다.


마치 확인사살을 당한것 처럼.

그래. 넌 아이를 잃은 엄마였지.

그랬었지. 우리 아이가 하늘나라에 .


무너지기 시작하는 마음은 홍수에 댐이 무너지듯 가속도가 붙어 진정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계속 무너져갔다.

소리없이 입술을 꽉 깨물고 눈을 질끈 감다가 안되겠다 싶어 나는 화장실로 향했고

담당자는 당황한 목소리로 죄송하다며 내가 보낸 서류를 다시 확인하겠다고 서둘러 통화를 마무리 하려 했다.


나는 그렇게 알겠다고 대답도 못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입에서 소리가 나오면 오열하는 소리가 터져나올 것 같아서.


화장실에 들어가 별 생각을 다 했다.

이러지 않으려 했는데, 내가 복직하며 제일 걱정하던게 이건데.

이런 모습 보이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아이를 잃었다더니 쯧쯧 딱하다 생각할까.

지금 사람들 생각이 무슨 소용인가 내 마음이 이렇게 찢어지는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과 서러움과 콩콩이에 대한 그리움에

한바탕 소리없는 통곡 후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정신차려, 여기 회사야”


그리고 시뻘개진 눈을 마스크로 가리고 눈을 십여번 아주 빠르게 깜빡깜빡   씩씩하게 화장실을 나갔다.

코로나가 있어서 좋은점도 었다. 빨개진 코를 마스크로 가릴  있어서.

그냥  피곤해 보이는 누군지 잘 모르겠는 여직원으 쉽게 둔갑할  있었서.


그렇게 어떻게 하루가 갔는지 모르게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지옥철을 타고 집에 오면서 무심코 메일을 확인했다.

그런데 오후에 통화했던 담당자에게 메일이 와있었다. 너무 당연하게 그렇게 물어봐서 미안하다고, 모르는 사람의 말도 위로가   있지 않을까 하여 메일을 보낸다며 너무 죄송하다며 힘내라며 나를 위로했다.


2차 대폭발.

버스에서 나는  사연있는 여자처럼 한번 더 무너졌다.


이런 상황이 싫고,

이런 상황에 있는 내가 싫고 딱했다.

동굴에 갇혀 지내다 세상밖에 한 발 내딛었더니

아이를 잃은 엄마에게 세상은 이토록 아프고 차가운 곳이구나를

예상은 했지만 다시한 번 몸으로 깨닫게 해주는,

확인사살 총알이 난무하여 마음이 너덜너덜해진 것 같은 복직 후 첫 출근날.


집으로 돌아와 마음을 진정하고는, 한편으로는  담당자 분의 마음이 고마워 나는 답장을 보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당연하지 않은 

마음 아픈 일이 있을 수도 있다는 .


적어도 이 담당자는 앞으로 출산휴가 급여 업무를 할 때

만약 나와 같은 처지의 사람이 있다면 그렇게 당연하게 등본에  아이가 없는지 물어보지 않을 것이다.

조금은 더 조심스러워 질 것이다.

나는  작은 배려로 인해 나와 같은 처지일지 모르는 한 사람이 조금은 덜 무너졌으면 좋겠다.  그랬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는데 내가 사용된다면, 나는 얼마든지 오케이다.


그 담당자는, 본인의 업무를 하면서 당연히 물어봐야  질문을  것이고,

내가 이런 상황인 것을  턱이 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업무를 하면서 처음 겪은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냥 이런일도 있구나 딱하다 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겠으나

이 분은 마음을 한번 더 써 메일을 줬다. 정말 흔치 않은 일이고, 너무나 고마운 일이다.


그리고 나의 출산휴가 급여금은 바로 다음날 입금처리 되었다.

통상 2 정도 걸리고, 맘카페를 봤을 때도 정말 빨라야 1주일 후 인 것 같았다.

 담당자분이 미안한 마음을 신속한 업무처리로 대신해주었구나 싶어  한번 감사했고 웬지 모르게 피식 음이 나기도 했다.


나는 회사를 다시 다니면서 얼마나 많은 이런 고비들을 맞이하게 될까.

그 때마다 나는 얼마나 더 무너져야 할까.


 날은 너무 몸과 마음이 힘들고 많이 울어서 쓰러지듯 잠들어 몰랐었는데 

하루 이틀 지나고 생각해보니 하나님께서 나의 마음을 위로해주시는 구나 싶었다.


 전화통화는 당연히 있을  있는 통화 였지만 

담당자의 마음을 움직이셔서 메일을 통해 한번  마음을 만져주시고 위로해주셨다고 믿는다.


예전에도 그런 적이 있었다.

내가 나의 아픔을 이야기 했을 때 건성건성 반응하는 친구에 굉장히 마음이 상한 적 있었고,

기도하며 내가 너무 상처받지 않게 해달라고 했었다.

그런데 다음날 친구한테 톡이 왔다.

어제 자기가 너무 놀래서 톡을 보내놓고 본인이 마음이 안좋았다면서.

그 때 작지만 기도의 응답이라고 생각한 적 있었다.


-


이제 다시  발을 내딛었다.

앞이 보이지 않고 벌써부터 스트레스가 몰려 오는 듯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나를 나보다  사랑하시는 하나님을 믿으며     전진해 나갈 것이다.

나를 응원하는 사람들을 기억하며, 무너지지 말자. 무너져도 빨리 다시 일어나자.


-


이렇게 복직일기를 남기는 이유는,

혹시나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에게 이렇게 조금씩 괜찮아질 수도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고 싶어서.

그리고 미래의 나에게도 이렇게 버텨냈노라고 다시 한 번 상기시켜주고 싶어서.


열심히 써보자, 꾸준하게 조금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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