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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을 나는 백구 Mar 30. 2024

요구르트 아줌마와 경쟁하기

효용성의 시대

  경기가 안 좋기는 안 좋은가보다. 언론에서는 의대 증원, 약대 약진 등을 언급하면서 대치동이 들썩인다고들 한다. 그런데 실제는 속 빈 강정과 같은 상황이다. 대치동뿐만 아니라 내가 일하고 있는 목동, 평촌, 분당, 일산 등에 위치한 대형 종합학원의 경우 정원을 채우지 못해 울상이다. 과거에 대기를 걸어놓아야 할 정도로 호황이던 곳들이 성적 완화를 핑계로 아이들을 마구잡이로 받아들이고도 정원을 다 못 채우고 있으니, 중소 학원들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란다.

  언제부터인가 아이들 공부를 요구르트 배달과 놓고 저울질하기 시작한 것 같다. (절대 비하 발언은 아님을 분명히 한다.) 예전에는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다.

라면서 어떻게든 아이들을 가르쳐 보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은 아이들 성향도 그렇고, 게다가 경기까지 안 좋으니 그냥 조금 싸고 효율적인 것처럼 보이는 스터디 카페나 독학재수학원으로 아이들을 많이 보내고 있다. 


  신문 배달원의 경쟁 상대는 요구르트 아줌마라는 말이 있다. 무얼 먼저 끊을까 하는 고민을 두 상품을 놓고 하는 상황을 말한 것일 게다. 

요즘 학원의 형편으로 본다면 

요구르트 아줌마와 학원이 경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나마 조금이라도 잘 잘되는 학원이라면 시스템이라도 제대로 갖추었을 텐데, 그저 임기응변으로 운영 중인 곳이라면 아마도 요구르트 아줌마를 이기기는 힘들 것 같다.


어제 학부모님에게 문의가 왔다. 

탐구 과목 진도가 느리가 진행되는 것 같은데요.
6월 전에 한 번은 끝내기는 하나요? 상담할 때 그렇게 들었는데요.


국어 강사는 나로서는 탐구 과목 진도를 알 수가 없어 관리자에게 문의했더니, 알아서 잘 좀 말해 달란다. 그래서 혹시 진도 예정표라도 있으면 답변에 도움이 되겠다고 하니, 좋은 생각이란다. 

그런데 휴일 아침 일찍 톡이 와 있다. 

관리자 : 내가 직접 물어보고 싶은데요. 선생님부터 계획서를 제출하시죠.
나 : 저는 당연히 방침이 확정되면 제출하겠습니다. 단체로 공지하시면 따르겠습니다.
관리자 : 그건 제가 부담이 되네요.
나 : 알겠습니다.......


  아마도 관리자(편하게 이렇게 칭하겠다.)는 내가 자신에게 뭔가를 따진다고 생각했나 보다. 시스템을 만들어 간다기보다는 그냥 자신에게 이런저런 말을 해 대는 게 싫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순간 나는 요구르트 아줌마에게 우리 학원은 지고 있다.

라는 생각이 들고 있었다. 


목동에 덩그러니 흉물스럽게 남은 건물만 보이는 것 같아 잠이 오질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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