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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사모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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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을 나는 백구 Apr 20. 2024

한 번만 더

얼굴을 기억하려 사진을 찍었습니다.

  어머니께서 정신을 차리셨네요. 오늘 아침 면회를 다녀왔습니다. 얼굴을 많이 편안해지셨어요. 1주일 금식 중인 분 같지 않게 말이죠. 제가 "얼굴이 좋아지셨어요."라고 하니, 어머니께선 "죽을 때가 되면 다 그렇단다."라고 들릴 듯 말듯한 목소리로 읊조리시네요. 순간 눈물이 났습니다.

  제 아들이자 어머니의 손자인 녀석도 같이 눈물을 닦습니다. 어머니께서 "어려서 많이 먹어야 한다. 젊어서도 그렇고. 그런데 넌 젊어서 많이 못 먹어서 걱정이다. 허벅지, 엉덩이 살이 많아야 나처럼 고생을 안 한다."라고 말씀하시네요. 저는 얼굴은 웃지만 속으로 울었습니다.

  이제 얼마나 더 버티실지 몰라 "어머니 좀 편안하게 계시다가 주무실 때 돌아가셔요!"라고 하니, 어머니도 웃습니다. 제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듣는 것 같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아들과 서로 말없이 조용히 서로 눈물을 훔쳤습니다. 형편상 첫째를 업어 키우시다시피 하신 어머니기에 손자이자 아들인 녀석도 뭔가 느낌이 달라 보입니다.

  오늘은 유난히도 어머니께서 "어여 가거라! 어여!"를 여러 번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더 떠나는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어머님 얼굴을 기억하려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조금만 더 일찍 어머님을 요양병원으로 모셨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가 몰려옵니다. 아들이 말합니다. "그러면 할머니가 싫다 하셨을걸요."

  오후부터는 또 수업이 시작됩니다. 요즘 수업은 정말이지 차분합니다. 제가 차분하니 졸거나 떠드는 학생들이 거의 없습니다. 아이들에게 미안하기도 하지만, 아직 어머니를 보내드릴 준비가 덜 되어서인지 저도 제 감정을 제대로 조절하기가 어렵습니다. 어머니께서 평안하게 가시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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