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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을 나는 백구 May 29. 2024

어머니께

그곳에서는 평안하시죠?

  지난 새벽 어머니를 만났다. 아파트 앞마당에서 서성이고 있는 내게 다가와 건강한 얼굴로 말씀해 주셨다. 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다행히도 다리는 멀쩡했고, 피부도 고와 보였다. 목소리도 전과 같았다. 그러다 꿈을 깼다.

  어머니께서 하나님 곁으로 가신지 2주가 되어 간다. 별일 없을 것 같았는데, 갑작스레 내 곁을 떠나 버리셨다. 어머니를 만날 때마다

어머니 편안히 주무시다가 돌아가셔요.

라고 귓속말을 했었다. 그때마다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러던 분이 진짜 응급실에서 5시간 정도 주무시다 하나님께 돌어가셨다. 

  분명 중환자실로 이동하여 당분간 치료를 하면 괜찮을 거라 의사가 말했는데, 중환자실 침상이 배정되어 올라가면 된다고 했는데, 그래서 응급실로 발을 옮기는 순간 어머니께서 숨을 거두셨다. 진짜 중환자실에 가기가 어지간히 싫으셨나 보다. 

  고개를 부둥켜안고 있는 대로 울음을 쏟아냈는데, 아직까지도 목덜미가 따스한 어머니 귀에 대고 마지막 말을 고했다.

  엄마! 고생했어. 이제 평안하게 가셔요. 그리고 사랑해요!!!

  아직도 멍하니 앉아 있을 때면 자꾸 잘못한 일만 생각이 난다. 분명 돌아가시기 전까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보살펴드렸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가 보다.

  사망 신고를 하고, 휴대전화 해지까지 마무리하고 나니, 그렇게 서운할 수가 없다. 자꾸 휴대전화를 아침저녁으로 켜서 보게 된다. 아무 문자도 카톡도 오지 않는 전화를 보게 된다. 

  아버지와 함께 모시길 잘했다고 위안을 삼아 보면서 다음 주에는 어머니와 아버지를 찾아뵈어야겠다. 매일 새벽마다 어머니를 아니 엄마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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