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동규 「살구꽃과 한때」로 읽는 감정의 모양과 자연의 질서
황동규
마을 안에 차 집어넣고
이 집, 한 집 건너 또 저집,
구름처럼 피고 있는 살구꽃과 만난다.
빈집에는 작지만 분홍빛 더 실린 꽃구름,
때맞춰 깬 벌들이 이리저리 날고
날개맥(脈) 덜 여문 나비들이 저속으로 오간다.
소의 순한 얼굴이 너무 좋아
소 앞세우고 오는 마을 사람과 눈웃음으로 인사한다.
하늘 구름이 온통 동네에 내려와 있으니
말을 걸지 않아도 말이 되는군.
차에 올라 시동 걸고도 한참 동안 밖을 내다본다.
꽃들의 생애가 좀 짧으면 어때?
달포 뒤쯤 이곳을 다시 지날 때
이 꽃구름들 낡은 귀신들처럼 그냥 허옇게 매달려 있다면……
꽃도 황홀도 때맞춰 피고 지는 거다.
다리를 건너 가속 페달 밟으려다 말고
천천히 차를 몬다.
몸 돌려 보지 않아도
차 거울들 속에 꽃구름 피고 있고
차 거울로는 잘 잡히지 않으나
하늘의 연분홍을 땅 위에 내려 받는 검은 둥치들이
군소리 없이 구름을 잔뜩 인 채 서 있겠지.
차을 멈추고 뒤돌아본다.
아 하늘의 기둥들!
황동규의 시에서
‘살구꽃’은 꽃구름이 되고,
‘나무’는 하늘의 기둥이 된다.
이는 단순히 아름다운 비유가 아니다.
화자의 내면 정서를 감각적으로 형상화한 장치다.
‘꽃구름’은 스쳐 지나가는 황홀, 짧고 섬세한 감정의 잔상이다.
‘하늘의 기둥’은 무언의 의지, 자연에 기대어 서 있는 존재의 감각을 말한다.
이 시에서 비유는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떠올리는 방식으로 표현되고 있다.
수능 문학 문제는 비유가 감정을 어떻게 전달하는지를 묻는다.
단어의 뜻보다, 정서의 움직임을 읽는 훈련이 필요한 이유다.
시인은 말한다.
꽃도 황홀도 때맞춰 피고 지는 거다.
이 문장은 단순한 풍경 묘사가 아니라
삶의 태도를 담고 있다.
꽃은 필 때 아름답고, 질 때도 아름답다.
피는 순간은 눈부신 외적 아름다움,
지는 순간은 결실과 내적 완성의 시간이다.
짧게 피었다 지는 살구꽃을 통해 시인은
자연의 순환과 삶의 흐름,
그리고 때에 맞게 사라지는 것의 품격을 노래한다.
살구꽃은 단지 봄의 풍경이 아니라,
존재의 질서를 받아들이는 시인의 마음이다.
비유는 감정을 가리고, 또 드러내는 시의 도구다.
‘꽃구름’은 스쳐가는 황홀의 잔상이고,
‘기둥’은 감정을 조용히 떠받치는 뿌리다.
수능 문학은 감정을 직접 묻지 않습니다.
감정을 어떻게 감추고,
어떻게 흘려보내는지를 묻습니다.
정서의 구조를 읽는 순간,
수능 문학은 훨씬 단순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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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꽃’이라는 감각적 이미지로 그리움과 부재의 시간이 겹쳐진다.
수능은 감정을 드러내는 방식보다, 은유하고 감추는 방식을 주로 묻는다.
✅ 오늘의 한 줄 요약
“보이지 않는 감정일수록, 시는 더 조용히 말한다.”
→ 감정을 말하는 시가 아니라, 감정을 감추는 시를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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