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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노래

교실 별곡 Ⅱ

1등이여 영원 하라 !

by 하늘을 나는 백구

그가 나타났다.

깔끔하게 정리된 머리,

환하게 드러난 이마,

굳게 닫힌 입술,

그 사이로 비치는 하얀 이.


드디어 그가 나타났다.

우리는 모두, 그를 보며

얼어붙은 표정으로,

그의 완벽한 눈빛에

고개를 떨군다.


정적은 칼날이 되어

우리들의 숨통을 조여온다.

심장이 쿵, 하고

저 밑으로 떨어지는 소리.


우리는 모두 그를 기다렸다.

그는 소리 없이 다가와,

그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는다는 듯,

거침없는 손으로,

결과가 전부라고 속삭이듯,

조심스레 시험지를 건넨다.


정답은 오직 하나인데,

삶은 딱 다섯 개의 선택지로

압축될 수 있으므로.

오분의 일이라는 확률로,

우리의 꿈을 펼쳐야 한다.


우리의 창의적인 미래를.

정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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