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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빛내 줄 친구를 만나는 법

자녀에게 보내는 편지

by 하늘을 나는 백구

사랑하는 아들과 딸에게.

드디어 내가 너희의 ‘내일’을 위한 나의 ‘오늘’ 이야기를 시작하는구나. 내가 살면서 겪은 크고 작은 경험, 그리고 그때서야 알게 된 소소한 지혜들을 이렇게 글로 정리해서 너희에게 보낸다. 첫 주제는 나의 삶을 가장 풍요롭게 만들어준 관계, 바로 ‘친구’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고 싶었어.


가족을 제외하고 너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관계는 '친구'가 될 거야. 친구는 너희가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 되어주기도 하고, 때로는 너희가 잠시 기대 쉴 수 있는 튼튼한 언덕이 되어주기도 하지. 하지만 좋은 친구를 만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좋은 우정을 오래도록 지킬 줄 아는 지혜란다. 오늘은 내가 경험한 ‘진짜 친구를 알아보는 법’과, ‘우정을 지키기 위해 꼭 필요한 선’에 대해 이야기해 줄게.


첫 번째 지혜: 진짜 동행자를 알아보는 눈


인생을 살다 보면 수많은 사람들과 스쳐 지나가지만, 너희의 삶을 진정으로 빛내 줄 친구는 흔치 않단다. 진짜 친구는 너희가 잘나갈 때가 아니라, 너희가 가장 약해지고 초라해졌을 때 모습을 드러내지.


첫째, 그들은 말없이 너희의 방패가 되어 줄 거야.

내 경험상, 어려울 때 흔쾌히 도와줄 친구야말로 보물 중의 보물이란다. 살면서 힘든 순간은 누구에게나 오기 마련인데, 그때 ‘왜 그런 일이 생겼니?’ 하고 따지거나 ‘미리 조심했어야지’ 하고 훈계하는 대신, 묵묵히 와서 필요한 도움을 주는 친구. 그 도움의 크기보다 그 마음의 크기를 보고 그 우정을 귀하게 여겨야 해. 너희가 그들의 어려움을 돕는 데 망설이지 않았을 때, 비로소 너희도 그런 친구를 얻게 된단다. 우정은 주고받는 신뢰의 예금이니까.


둘째, 그들은 너희의 가장 따뜻한 위로가 되어 줄 거야.

가장 힘들 때, 모든 것을 이해하는 듯 힘들 때 위로가 되는 친구가 필요하지. 때로는 말이 필요 없을 수도 있어. 그저 너희 옆에 앉아 묵묵히 너희의 어깨를 토닥여주는 침묵이 어떤 웅변보다 큰 위로가 되거든. 너희의 아픔을 진심으로 공감하고, 그 고통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 친구. 그런 친구 앞에서만 너희는 마음의 갑옷을 벗고 쉬어갈 수 있을 거야.


셋째, 그들은 너희에게 진정한 자신을 보여줄 거야.

가끔 자기 힘든 이야기를 말해주는 친구도 귀하게 여기거라. 친구가 너희에게 자신의 약점, 비밀, 혹은 고통스러운 과거를 털어놓는다는 건, 너희를 자신의 가장 안전한 울타리로 인정한다는 증거야. 그 이야기에 대해 섣부른 판단이나 가벼운 조언을 하려 들지 마렴. 그저 진심으로 경청하고, 그 비밀을 무덤까지 가져갈 준비가 된 사람이 되어 주렴. 약점을 공유할 만큼 너희를 믿는다는 것 자체가 이미 그 우정의 깊이를 증명하는 거란다.


두 번째 지혜: 우정을 지키기 위한 세 가지 철칙


좋은 친구를 만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그 우정을 돈독하게 유지하기 위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명확히 아는 것이란다. 우정은 감정으로 시작하지만, 그 관계의 질서는 이성으로 지켜야 오래가는 법이지.


첫째, 우정에 돈의 날카로운 칼을 들이대지 말아라.

나는 살면서 수많은 우정이 돈 때문에 깨지는 것을 봤단다. 가장 중요한 철칙은 절대 동업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거야. 친구와 사업을 함께 시작하는 것은 가장 순수한 관계에 '이해관계'라는 아주 날카로운 칼을 들이대는 것과 같아. 돈이 걸리면 사람들은 쉽게 변하고, 아무리 친했던 친구 사이라도 이익 앞에서는 서로를 의심하게 된단다. 우정은 돈으로 살 수 없지만, 돈은 우정을 너무나 쉽게 망가뜨린다는 사실을 명심해. 너희의 사업적인 파트너는 따로 있고, 너희의 친구는 친구로 남겨두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야.


둘째, 우정을 직장의 경쟁으로 끌어들이지 말아라.

두 번째 철칙은 내가 다니는 직장에 추천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거야. 만약 너희가 친구를 추천했는데, 그 친구가 회사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실수를 하거나 너희에게 실망을 주는 행동을 했을 때, 너희는 친구와의 의리와 회사에서의 신뢰 사이에서 끔찍한 딜레마에 빠지게 될 거야. 게다가 친구가 직장 동료가 되는 순간, 그 관계는 수평적인 우정 대신 상하관계나 알 수 없는 경쟁 관계로 변질되기 쉽단다. 순수한 우정은 '비교'가 없는 곳에서 가장 잘 자란다는 것을 기억하거라.


셋째, 너희의 짐을 친구에게 고스란히 짊어지게 하지 말아라.

마지막이자 가장 어려운 철칙은 힘든 상황에 친구를 끌어들이지 말 것이다라는 거야. 물론 친구는 너희가 힘들 때 곁을 지켜주어야 하지만, 너희가 겪는 재정적, 감정적, 혹은 법적인 문제의 무게를 친구에게 고스란히 짊어지게 해서는 안 된단다. 너희가 스스로 해결해야 할 몫은 스스로 감당하고, 친구에게는 조언과 위로, 따뜻한 응원만을 기대하는 것이 진정한 우정을 지키는 방법이야. 친구는 우리의 '짐꾼'이 아니라, 우리의 '편안한 쉼터'가 되어주어야 하니까. 너희의 힘든 상황이 친구에게 고스란히 짐이 되어 우정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게 만들지 않도록 스스로를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너희가 친구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신뢰이자 존중이란다.


사랑하는 아들과 딸아.

인생을 빛내 줄 친구를 만나는 것은 정말 큰 행운이지만, 그 빛을 오래도록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혜가 필요하단다. 진심으로 베풀고, 위로를 주고받는 따뜻한 마음과, 돈과 이해관계 앞에서 선을 그을 줄 아는 차가운 이성을 모두 갖추렴.

다음 편지에서는 우리 삶의 또 다른 중요한 주제인 '실패에서 얻는 교훈'에 대해 이야기해 볼게.

언제나 너희를 응원하고 사랑한다.

2025년 11월의 어느 날, 너희를 가장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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