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힘: 버티되, 끊임없이 움직여라

아들아, 딸아, 내일의 너희에게 보내는 서른여섯 번째 편지

by 하늘을 나는 백구

사랑하는 아들과 딸에게.


오늘은 아빠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 칠판 앞에 서 있는 내 모습을 그려보았다. 칠판에 적힌 '국어 강병길'이라는 이름 석 자가 오늘따라 참 묵직하고 가슴 벅차게 다가오는구나.

너희도 살다 보면 인생의 겨울을 만날 때가 있을 것이다. 도무지 길이 보이지 않고, 숨이 턱턱 막히는 위기의 순간들 말이다. 오늘은 아빠가 그 위기를 어떻게 버텨왔는지, 그리고 어떻게 기회로 바꿨는지 이야기해 주려 한다.


1. 무의미해 보였던 타자기가 만들어낸 기적


아빠가 겪었던 IMF 시절의 금전적 위기, 너희도 들어서 알고 있지? 당장 내일이 막막했던 그 시절, 아빠가 했던 행동은 남들이 보기엔 참 바보 같았을 거야.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방구석에 앉아 끊임없이 책을 읽고, 그 내용을 정리해서 타자기로 쳐 내려갔으니까.

당시에는 그저 불안함을 잊기 위한 몸부림이었어.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단순 노동 같았지. 하지만 얘들아, 놀랍게도 그때 정리했던 그 원고들이 모이고 모여 훗날 아빠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논술 교재'가 되었단다.

그때 내가 절망하며 술만 마시거나 누워만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위기의 순간, 무언가 끊임없이 읽고, 쓰고, 움직였던 그 행동들이 쌓여 훗날 나에게 '기회'라는 문을 열어준 열쇠가 되었던 거야.


2. 가난할수록 장터로 나가라


옛말에 "가난하고 힘들 때일수록 장터에 나가라"는 말이 있다. 사람은 힘들면 자꾸만 동굴 속으로 숨고 싶어 진단다. 초라한 내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문을 걸어 잠그지. 하지만 그러면 정말로 고립되고 만다.

힘들수록 씻고, 옷을 챙겨 입고,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야 해. 장터에 나가야 사람 구경도 하고, 우연히 아는 사람을 만나 밥이라도 한 끼 얻어먹을 수 있는 법이다. 그리고 그 우연한 만남이 너희를 예상치 못한 길로 이끌어주기도 하지. 아빠가 이번에 재취업을 준비하면서도 뼈저리게 느낀 진리란다. 방 안에 웅크리고 있었다면 결코 오지 않았을 기회들이, 내가 밖으로 나와 문을 두드리니 열리기 시작했어.


3. 부담스러웠던 30년 경력, 꼭 필요한 조각이 되다


이번에 학교 자리를 알아보면서 아빠는 참 많은 거절을 당했단다. 강남종로학원, 메가스터디, 수많은 대형 학원들... 나의 화려한 30년 경력이 오히려 학교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웠던 모양이야. "너무 거물급이라 우리가 모시기 힘들다", "나이가 많아 젊은 교사들과 어울리기 힘들 것이다"라는 시선들이 느껴졌지.

하지만 아빠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문을 두드렸어. 내가 가진 이 경험을 부담이 아닌 '자산'으로 봐주는 곳이 분명 있을 거라 믿었기 때문이야. 그리고 결국, 나의 이 깊은 노하우를 간절히 필요로 하는 곳을 만났지 않니?

멈추지 않고 준비하고 찾았기에 가능한 결과였어. 만약 거절당했다고 멈췄다면, 나의 30년 경력은 그저 빛바랜 옛날이야기로 끝났을지도 모른다.


4. 버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움직여라


사랑하는 아들과 딸아.

살다 보면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며 버텨야 할 때가 온다. 하지만 아빠는 너희에게 한 가지를 더 주문하고 싶다. 그냥 버티지만 말고, 무엇이든 하면서 버텨라.

책을 읽든, 글을 쓰든, 운동하든, 사람을 만나든, 끊임없이 너희의 몸과 머리를 움직여라. 고통스러운 시간 속에서 흘린 너희의 땀방울은 절대 땅에 떨어지지 않는다. 그것들은 차곡차곡 쌓여, 위기가 끝나는 순간 너희를 가장 높은 곳으로 쏘아 올릴 발판이 되어줄 것이다.

지금 아빠가 겪는 이 벅찬 감동도, 결국 그 힘든 시간을 멈추지 않고 걸어왔기에 만날 수 있었던 풍경이란다.

가장 힘들다고 생각되는 순간도 지나고 나면 추억이 된다. 그러니 두려워 말고 움직여라. 기회는 움직이는 자의 몫이란다.


다시 칠판 앞에 선, 너희의 자랑스러운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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