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리는 마음이 증명하는 것: 신체검사를 마치고

아들아, 딸아, 내일의 너희에게 보내는 서른일곱 번째 편지

by 하늘을 나는 백구

사랑하는 아들과 딸에게.


오늘은 아빠가 학교에 제출할 채용 신체검사서를 받으러 근처 내과에 다녀왔단다. 키와 몸무게를 재고, 엑스레이를 찍고, 시력 검사와 소변 검사, 채혈까지... 여느 때와 다름없는 기본적인 검사들이었지.

그런데 참 이상하지? 평소 늘 다니던 병원인데도 혈압을 재니 수치가 평소보다 훨씬 높게 나오더구나. 의사 선생님도 "평소에는 괜찮으셨는데 왜 이러시지?" 하며 고개를 갸웃거렸어. 결국 서류를 찾으러 올 때 다시 재보기로 하고 병원을 나섰단다.


1. 을지로 5가 국립의료원에서의 추억


문득 아빠가 처음 교사가 되었던 젊은 날이 떠오르더구나. 그때는 을지로 5가에 있던 국립의료원에서 신체검사를 받았었지. 합격의 기쁨을 안고 씩씩하게 검사를 받았던 기억이 나. 요즘은 세상이 변해서 기간제 교사든 강사든 마약 검사나 결핵 검사까지 필수로 진행하더구나.

생각해 보니 재작년, 처음 근무했던 학교에서 기숙사 특강을 부탁받아 검사를 했을 때도 혈압이 높게 나왔던 기억이 난다. 그때도, 그리고 오늘도 아빠의 몸은 알고 있었나 보다. 이 일이 아빠에게 얼마나 중요하고 절실한 일인지 말이야.


2. 몸이 먼저 반응한 '간절함'


검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잠시 쉬니, 거짓말처럼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왔어. 아마도 심리적인 영향이 컸겠지. 아빠는 겉으로는 담담한 척했지만, 속으로는 다시 학교로 돌아간다는 사실에, 그리고 이 새로운 시작을 잘 해내야 한다는 책임감에 온 신경이 곤두서 있었던 거야. 그 긴장과 떨림이 나쁜 징조가 아니라, 내가 그만큼 이 생활을 '절실하게' 원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하니 오히려 안심이 되더구나.


3. 후회 없는 마지막 선택이 되기를


돌이켜보면 아빠가 지금까지 내린 수많은 결정 중에는 1~2년도 안 되어 "그때 그러지 말걸" 하고 후회한 적이 참 많았단다. 성급했고, 욕심이 앞섰던 선택들이었지.

하지만 이번만큼은 다를 것 같다는 확신이 든다. 학교로 돌아가기로 한 이 결정은, 내가 교단에서 내려와 일을 끝내는 그 마지막 순간까지 "참 잘했다"라고 스스로를 칭찬하게 될 선택이 될 것 같구나.


사랑하는 아이들아. 아빠는 이제 서두르지 않으려 한다.

엄마의 건강을 1순위로 챙기고,

종교 생활도 충실히 하면서,

조금 천천히 가더라도 '항상 옳은 길'을 걸어가고 싶다.

높았던 혈압이 다시 차분해진 것처럼,

아빠의 새로운 교직 생활도 뜨거운 열정 뒤에 차분한 평안이 깃들기를 기도해 다오.


너희의 기도로 다시 일어서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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