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딸아, 내일의 너희에게 보내는 서른여덟 번째 편지
사랑하는 아들과 딸에게.
오늘은 인간이 살아가면서 꼭 붙들어야 할 마음의 기둥, '종교와 신앙'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아빠가 나이 들어가며, 그리고 이번에 엄마의 아픔을 겪으며 뼈저리게 느끼는 것은 우리 힘만으로는 어쩔 수 없는 일들이 세상에 너무나 많다는 사실이란다.
오늘은 너희 할머니의 이야기와 아빠의 고백을 통해, 우리가 왜 신앙을 가져야 하는지 이야기해 주마.
너희도 알다시피 돌아가신 너희 할머니는 원래 독실한 불교 신자셨다. 절에 가서 불공을 드리고, 부적을 챙기시는 것이 할머니 삶의 일부였지.
그런데 아빠가 결혼을 앞두고 너희 엄마를 만나 교회를 다니겠다고 선언했을 때였어. 보통의 부모님이라면 반대하거나 서운해하셨을 텐데, 할머니는 정말 놀라운 결단을 내리셨단다.
"네가 교회를 간다면, 나도 이제 절에 가지 않으마. 나도 너를 따라 교회를 나가겠다."
그날부로 할머니는 평생 믿어온 불교를 과감하게 정리하고, 아들을 위해, 며느리를 위해 교회에 나가기 시작하셨어. 그리고 돌아가시기 전에는 누구보다 신실한 '권사님'으로 생을 마감하셨지.
아빠는 지금도 생각한다. 할머니에게 종교는 '교리'가 아니라 '자식에 대한 사랑' 그 자체였음을. 자식이 가는 길이 평안하기를 비는 그 간절한 마음이 할머니를 움직인 가장 큰 신앙이었던 거야.
살다 보면 해결해야 할 수많은 문제들이 닥쳐온다. 물론 이성적으로 고민하고, 해결 방법을 찾아 발버둥 치는 것도 필요하지. 하지만 아빠가 경험해 보니, 머리로 아무리 계산해도 답이 나오지 않아 불안에 떨 때가 있더구나.
그때 나를 구원해 준 것은 바로 '간절한 기도'였어. 무릎 꿇고 신에게 나의 나약함을 고백하고 도와달라고 매달릴 때, 요동치던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고 설명할 수 없는 평안이 찾아오더구나. 기도는 문제를 피하게 해주는 도구가 아니라, 거친 파도 속에서도 내 마음이 휩쓸려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단단한 닻과 같단다.
젊을 때는 내 노력으로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고 믿었어. 하지만 살아보니 인간적인 능력만으로는 도저히 해결 안 되는 일들이 너무나 많더구나. 이번 엄마의 병도, 아빠의 직장 문제도 우리의 계획에는 없던 일들이었지.
하지만 아빠는 이제 믿는다. 이 모든 알 수 없는 일들은 우연이 아니라 '신의 계획'이라는 것을. 지금 당장은 이해할 수 없고 고통스러울지라도, 신은 큰 그림 속에서 우리를 가장 선한 길, 가장 옳은 길로 인도하고 계신다는 것을 말이야. 그렇게 생각하니 원망 대신 감사가, 두려움 대신 기대가 생기기 시작했단다.
사랑하는 아들과 딸아. 그러므로 아빠는 너희에게 부탁하고 싶다. 너희도 늘 종교를 갖고, 신앙생활을 병행하는 삶을 살아가거라.
세상살이가 팍팍하고 너희 힘으로 감당하기 벅찬 순간이 올 때, 혼자 끙끙 앓지 말고 절대자에게 기대어라. 겸손하게 신의 뜻을 구하고 기도하는 삶을 살 때, 너희는 교만하지 않으면서도 비굴하지 않은 당당한 삶을 살 수 있을 거야.
할머니가 보여주신 그 사랑과 믿음의 유산이 너희에게도 흐르기를 기도한다.
언제나 너희를 위해 기도하는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