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딸아, 내일의 너희에게 보내는 서른다섯 번째 편지
사랑하는 아들과 딸에게.
오늘은 아빠 인생에 또 하나의 점을 찍은, 숨 가빴던 지난 3일간의 이야기를 전하려 한다. 아내의 아픔과 나의 방황 끝에 내린 결단, '학교로 돌아가는 길'이 드디어 열리게 되었단다.
1. 결전의 날, 학교로 향하는 길
지난 1월 19일 월요일, 1차 서류 합격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인 20일 오후 4시, 2차 면접과 시범 강의가 잡혔지.
아빠는 늦는 것을 제일 싫어하잖니. 20분 전 입실 완료가 원칙이었지만, 아빠는 오후 2시 반에 집을 나서 3시가 되기도 전에 학교에 도착했단다. 대기실에 앉아 창밖으로 보이는 교정과 복도를 오가는 선생님들을 가만히 지켜보았어. 차분하고 고요하게 움직이는 학교의 공기가 낯설면서도 참 편안하게 다가오더구나.
2. 날카로운 질문, 진심 어린 대답
준비해 간 PPT로 시범 강의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면접관들이 강의를 멈추고 본격적인 심층 면접을 시작했어. 수많은 방송 강의와 인터넷 강의를 했고, 수없이 많은 면접을 '진행'해 봤던 아빠지만, '지원자'의 자리에 앉으니 기분 좋은 떨림이 있더구나.
첫 질문은 묵직했어. "도대체 당신 같은 경력의 소유자가 왜 우리 학교에 지원했습니까?" 단순한 지원 동기가 아니라, 사교육계에서 정점을 찍은 사람이 왜 다시 학교로 오려는지에 대한 진심 어린 궁금증이었지.
아빠는 솔직하게 답했다. 사교육 현장에서 지친 심신을 공교육에서, 아이들과 호흡하며 마무리하고 싶다는 인생의 전환점에 대해 이야기했어. 그리고 무엇보다 아내의 건강 문제가 나를 잠시 멈추게 했고, 이것이 삶을 돌아보고 옳은 길로 가라는 '하나님의 권유'로 느껴졌다고 고백했단다.
3. "합격하면 도망가지 않을 겁니까?"
학교 측은 아빠의 화려한 이력 때문에 오히려 걱정이 많아 보였어. 합격시켜 놓으면 힘들다고 그만두거나, 다른 곳으로 가버리지 않을까 하는 현실적인 우려였지.
아빠는 단호하게 말했다. "이곳은 내 삶의 세 번째 직업이 시작되는 곳이자, 내 교직 생활의 마지막 종착지입니다."
고3 담임이 가능하냐는 질문에는 "담임을 안 할 거면 지원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오히려 환영한다고 했고, 생활기록부 작성이나 하위권 학생 지도에 대한 우려에는 대치동에서의 컨설팅 경험과 학원 현장에서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자신감을 보여주었지. 내 대답을 듣는 선생님들의 눈빛에서 '믿음'이 읽히더구나.
마지막으로 나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저도 고집이 센 사람이지만, 학교에 들어온다면 나이 어린 선생님들과 호흡을 맞추기 위해 가장 낮은 자세로 배우고 협업하겠습니다." 그것은 면접용 멘트가 아니라, 너희 아빠의 진짜 다짐이었단다.
4. 최종 합격, 그리고 새로운 사명
그리고 바로 어제, 1월 21일 수요일 오후 1시. [최종 합격] 통보 문자가 도착했다.
오후 4시에는 바로 내년도 업무분장 희망원을 내라고 하더구나. 아빠는 주저 없이 '고3 담임'을 1 지망으로 썼다. 그리고 경기외고 시절의 경험을 살려 '입학홍보'와 '진학진로', 그리고 '생활관(기숙사)' 업무를 지원했어. 기숙사를 지원한 건, 밤늦게까지 아이들 곁에 남아서 상담도 하고 공부도 가르쳐주고 싶은 욕심 때문이란다.
사랑하는 아이들아. 이제 아빠는 다시 '선생님'이다. 기대 반 설렘 반으로 학교로 향할 것이다.
나를 항상 옳은 길로 인도해 주시는 하나님께 깊이 감사드린다.
그리고 아빠의 이 새로운 출발이, 병상에 있는 엄마에게도 쾌유의 힘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너희의 자랑스러운 아빠, 그리고 선생님이 되어 돌아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