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딸아, 내일의 너희에게 보내는 마흔두 번째 편지
사랑하는 아들과 딸에게.
살다 보면 "저 사람 참 별로다"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런데 그냥 싫은 것을 넘어, 소름 끼치도록 싫은 감정이 들 때가 있어. 아빠는 그 감정을 '가증스러움'이라고 부른다.
가증스럽다는 건 단순히 나쁜 짓을 한다는 게 아니야. 속은 시커먼데 겉으로는 하얀 척, 악취가 나는데 향수를 뿌린 척하는 그 '위선'이 역겨운 것이지. 오늘은 너희가 인생에서 반드시 피해야 할, 그리고 너희 스스로 절대 닮지 말아야 할 가증스러운 사람들의 유형에 대해 이야기해 주마.
세상에서 가장 가증스러운 사람은 대문 밖과 대문 안의 얼굴이 다른 사람이다. 밖에서는 세상 둘도 없는 호인으로 통하는 사람이 있어. 남의 부탁은 거절 못 하고, 밥값도 잘 내고, 늘 허허실실 웃는 사람. 그런데 집에만 들어오면 돌변하는 사람들이 있단다.
배우자에게는 무관심하고, 형제들에게는 난폭하게 굴며, 늙으신 부모님에게는 찬바람 쌩쌩 부는 냉혈한이 되는 사람. 밖에서 얻는 평판을 유지하기 위해 쏟는 에너지를 집안 식구들을 쥐어짜서 채우는 꼴이지. 가장 가까운 사람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자의 친절은 모두 '쇼'일뿐이란다.
너희가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이런 상사를 만날 수도 있다. 실력이나 인격으로 존경받을 생각은 안 하고, 오로지 직급과 나이를 내세워 직원을 종처럼 부리는 사람 말이다.
이들의 특징은 책임과 이익을 나누는 방식이 아주 가증스럽단다. 프로젝트가 성공해서 성과급이 나오거나 칭찬받을 일이 생기면 "다 내 지도력 덕분"이라며 혼자 이익을 독차지해. 반대로 문제가 생기거나 실적이 떨어지면 "직원들이 무능해서", "요즘 애들이 끈기가 없어서"라며 뻔뻔하게 남 탓을 하지. 권위는 스스로 세우는 게 아니라 남이 세워주는 것임을 모르는 어리석은 자들이다.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비겁하게 구는 사람도 가증스럽다. 정작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자존심 세우느라 퉁명스럽게 대하고 불친절하게 굴면서,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에게는 세상 둘도 없는 절친인 척, 유독 친절한 척 연기하는 사람들 말이다.
이런 사람들은 타인의 마음을 헷갈리게 만들고, 인간관계를 자신의 감정 놀이터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진심을 감추고 가면을 쓴 채 관계를 조종하려 드는 사람은 결코 깊은 인연이 될 수 없단다.
가장 조심해야 할 유형 중 하나다. 겉으로는 "우리 정말 친하잖아" 하며 팔짱을 끼지만, 뒤돌아서면 남들에게 네 흉을 보며 깎아내리는 사람.
이런 사람들은 대개 깊은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단다. 그래서 너희 옆에 있을 때 유독 목소리를 높이거나, 너희를 은근히 무시하는 농담을 던지며 자신이 우월하다는 것을 증명하려 애쓰지. 친구의 불행을 고소해하고, 친구의 성공을 배 아파하는 사람은 친구가 아니라 '가면 쓴 적'일뿐이다.
사랑하는 아들과 딸아.
세상에는 이런 가증스러운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단다. 그러니 사람을 만날 때는 그 사람의 화려한 말이나 겉모습에 속지 말고, 그 내면의 결을 살피는 지혜를 가져야 해.
하지만 아빠가 정말로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혹여 가증스러워 보이는 사람이 나타나거든, 비난하기 전에 먼저 거울 앞에 서보렴.
"나는 밖에서만 친절하고 가족에게 소홀하지 않았나?" "나는 내 잘못을 남 탓으로 돌리지 않았나?" "나는 질투심에 친구를 깎아내린 적이 없나?"
남의 위선은 잘 보이지만, 내 눈의 들보는 보이지 않는 법이란다. 가증스러운 사람을 욕하기 전에, 내가 그런 사람이 되지 않는 것. 그것이 너희가 세상의 위선과 싸워 이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란다.
겉과 속이 투명하게 일치하는, 향기로운 사람이 되기를 기도하며.
너희의 거울이 되고 싶은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