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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2일 오후

학생에게 보내는 가정통신문 1호

by 하늘을 나는 백구

당당하게 살았으면 좋겠어! 위축되지 말고 진짜 멋지고 당당하게 살았으면 좋겠어. 혹시, 네 곁에서 널 초라하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면 이런 생각을 해도 좋겠어.


나의 가는 곳
어디나 백일이 없을 소냐.


이런 생각은 어때? 네가 가는 곳이 어디든, 얼마나 춥고 어둡든 상관없어. 네가 가는 곳이라면 그 어디가 되었든지 백일이 널 비출테니. 그럼 넌 정말 편하게, 평안하게 먹고 자고 맘껏 뛰어다닐 수 있을 거야. 마치 아주 먼 옛날 우리의 조상들이 그러했듯이 말이야.

그런데 잊지 말아야할 게 있어. 살아있는 그 모든 것을 사랑하고 두려워하지만 스스로 애련에 빠지지 않았으면 해. 네가 널 불쌍히 여긴다면 분명 넌 그 순간이 네 생에 가장 치욕스런 날이 될테니.


생명에 속한 것을 열애(熱愛)하되
삼가 애련(愛憐)에 빠지지 않음은
---그는 치욕(恥辱)임일레라.

그렇지? 우린 지금 잘 살고 있어. 멋지게 살고 있어. 옳지 않은 것과 타협 않고 증오로 대결할 것이며, 어떤 시련이 우린 사지로 몰아 넣는다 하더라도 그게 정의롭지 않다면 끝까지 맞서 싸울 수 있잖아?

그럼 우린 후회 없는...... 그 누구도 쉽게 이루지 못한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았다고 자신할거야. 그렇지?


오오, 나의 세상의 거룩한 일월(日月)에
또한 무슨 회한(悔恨)인들 남길소냐.


일월
- 유치환 -


나의 가는 곳

어디나 백일(白日)이 없을 소냐.


머언 미개(未開)적 유풍(遺風)을 그대로

성신(星辰)과 더불어 잠자고


비와 바람을 더불어 근심하고

나의 생명과

생명에 속한 것을 열애(熱愛)하되

삼가 애련(愛憐)에 빠지지 않음은

---그는 치욕(恥辱)임일레라.


나의 원수와

원수에게 아첨하는 자에겐

가장 옳은 증오(憎惡)를 예비하였나니.


마지막 우러른 태양이

두 동공(瞳孔)에 해바라기처럼 박힌 채로

내 어느 불의(不意)에 짐승처럼 무찔리기로


오오, 나의 세상의 거룩한 일월(日月)에

또한 무슨 회한(悔恨)인들 남길소냐.


-<문장>(1939)-


누가 뭐라고 해도 너희들은 나의 자랑스런 제자(弟子)들이야. 학생(學生)들이야. 그리고 올해 너희들은 모두 원하는 대학보다 조금 더 좋은 곳에서 너희 꿈을 맘껏 펼칠 수 있을 거야. 그러리라 믿어 의심치 않아.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다면 따라서 해봐. 똑같이!


할 수 있어.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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