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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을 나는 백구 Oct 22. 2023

마무리

또 한 해를 보내며

한 해의 마무리가 12월이 아닌 11월인 사람들이 있다. 우선 수험생과 그 가족이다. 그들은 빠르게는 작년 12월부터 늦어도 올 3월 초부터 수능 공부에 집중해 온 사람들이다. 올 수능이 11월 16일(목)에 실시되니 물론 수시와 정시 전형이 남아있지만 그래도 그날이 지나면 마음만은 전보다 홀가분해질 것이다. 

다음은 수험생을 가르치는 수능 강사도 있다. 특히 재학생을 가르치는 강사, 온라인 강사가 아닌 재수 종합반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강사라면 수능 며칠 전부터 마음만은 휴가 모드로 전환되기 마련이다. 물론 수능 당일을 포함하여 학생들 합격 소식을 듣는 그날까지 계속 긴장의 연속이겠지만, 그래도 전보다는 마음이 가볍기 마련이다. 

올해로 2년째 목동에서 재수종합반 강의와 담임 활동을 했다. 특히 올해는 예술과 체육을 전공하는 학생들을 맡아 관리하느라 이전과 다른 경험을 많이 하게 되었다. 남들은 힘든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나는 지금까지 내가 했던 경험과 쌓인 노하우와는 다른 차원의 경험을 했으므로 매우 만족해하고 있다. 

좁은 학원가에서 한 다리만 건너만 곧 알게 되는 인맥 사이에서 내가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학원 강의를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적어도 학교 교사를 그만둘 때만 해도 타의로 지게 된 빚만 갚으면 다시 학교로 돌아가리라 생각했었으니 말이다. 학교는 겨울 방학과 봄방학(요즘은 그마저 겨울방학과 봄방학을 구분하지 않는 학교도 많지만) 을 지내면서 생활기록부 작성하고 업무 분장을 하고 담임 배정이 끝나기 때문에 실제 맘 편하게 쉬지는 못했던 기억이다. 특히나 EBS 강의를 준비하고 각종 문제집 출판까지 하다 보면 오히려 방학이 더 바빴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적어도 학생을 모집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긴장하지는 않았으니 오히려 그때가 더 편했던 것 같다. 이제 교육과정이 바뀌고 대입 제도가 바뀌고, 학령인구가 급격하게 줄고 있으니, 조만간 고등학교 교사도 입학을 위해 중학교를 방문해야 할 때가 오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하기사 누가 누굴 걱정하랴. 내 일이나 먼저 챙기자.

이제 곧 수능 시험이 끝나면 종합학원은 '윈터스쿨'과 '재수 선행반'을 모집해야 한다. 늘 하던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을 찾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이 되어버렸다. 물론 '의대정원확대방침'과 '고교 학점제', '수능시험 제도 변화' 등에 따라 많은 학생들이 이미 '윈터스쿨'과 '선행반'에 등록했다는 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대치동 근처 월세, 전세가 들썩인다는 소식도 들린다. 목동도 예외는 아니다. 

이제 나는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내년을 맞을지를 준비해야 한다. 아니 기다려야 한다. 그나마 직장생활을 하고 있으니 기다릴 수도 있어 다행이다. 기다림도 사치일 수 있는 수많은 젊은이와 가장들에게 힘 내자는 말을 보낸다. 그리고 또 나에게도 같은 말을 전해 본다. 


그러므로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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