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과학자 알트슐레가 고안한 창의적인 문제해결 방법론 'TRIZ'
100up에서는 문제정의와 더불어 그 이후의 문제 해결 과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론들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이 방법론들이 문제 해결의 완벽한 솔루션은 될 수 없지만, 분명 문제를 바라보는 인사이트를 주고, 문제해결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도구가 될 거에요. 우리 함께 살펴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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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을찾아라 #알고보면발명이론 #생각을바꾸면답이보인다
"Good artists copy, Great artists steal."
21세기 최고의 혁신가로 손꼽히는 스티브 잡스는 좋은 예술가는 복제를 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는 말을 공개석상에서 자주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은 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가능한 많은 아이디어들을 훔치려고 노력했다고 말합니다. 여기에서 일컫는 ‘복제’가 남의 것을 가져와서 그대로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면 ‘훔친다는 것’은 남의 것에 영감을 받고 발전시켜 완전히 새로운 나만의 것으로 만든다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많은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품들도 모방을 통해 만들어진 경우가 많습니다. 세기의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15세기에 최초로 비행기의 모형을 설계했는데 하늘을 나는 새의 날개 모양과 골격을 모방하였다고 합니다.
흰개미 집의 구조를 연구하여 건축에 응용한 사례도 있습니다. 흰개미는 주로 아프리카와 같은 열대 지방에 서식하는데 최대 높이가 6m에 이르는 개미탑을 짓고 수백만 마리가 모여 삽니다. 특이한 점은 개미집의 내부 공기가 항상 31도 정도를 유지한다는 것입니다. 개미탑 하부에 있는 구멍으로 주변의 찬 공기를 받아들이고 뜨거워진 공기는 상부의 구멍을 통해서 내보내는 것이 비법입니다. 이를 모방하여 마이크 피어스(Mike Pearce)는 호주 멜버른의 제2 시청사를 설계하였습니다. 에어컨과 같은 냉방장치가 전혀 없음에도 흰개미 집의 구조를 모방하여 항상 24도 정도의 실내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세상에 온전히 새로운 것은 찾아보기 쉽지 않습니다. 과거의 지혜들을 모방하여 조금씩 조금씩 새로운 것들이 창조되고 있습니다.
알트슐러의 발견, 트리즈(TRIZ)
어떻게 하면 과거의 많은 교훈들을 현재 우리가 원하는 혁신과 발명을 위해 활용할 수 있을까?
러시아의 천재적인 발명가 겐리히 알트슐러(Genrich S. Altshuller)는 어려서부터 발명하기를 좋아했다고 합니다. 그는 다양한 발명활동을 계속하면서 체계적인 발명 이론을 정립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그래서 그가 찾은 방법은 과거의 많은 지혜들이 담겨있는 200만건 이상의 발명 특허들을 일일이 분석하여 우수한 발명들이 가지는 특징들을 탐색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하여 탄생한 것이 바로 '발명문제 해결이론'이라 불리는 '트리즈(TRIZ)'입니다.
그가 오랜 기간의 연구를 통해 찾은 결론은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 첫 번째로 '우리가 고민하는 많은 문제들 중에 90% 이상은 과거에 고민된 적이 있거나 해결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는 지금껏 세상에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문제는 극히 드물다고 보았습니다.
- 두 번째는 '혁신은 임의적인 프로세스가 아니다.'는 것입니다. 흔히들 혁신이나 발명과 같은 창의적인 작업은 오랜 노력 끝에 우연히 얻어지는 결과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체계적인 문제해결 절차에 의해서 얻어질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 세 번째는 '혁신에는 어떤 정해진 법칙들이 있고 이것들은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있어 누구나 배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많은 이들이 보통 창의력은 타고난 능력으로 여기기 때문에 후천적인 노력으로 얻을 수 없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알트슐러는 자신이 찾아낸 모든 문제해결에는 공통적인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패턴이 있음을 발견하였고 이러한 패턴을 익힌다면 창의성도 학습이 가능하다고 하였습니다.
트리즈에서 문제를 다룰 때에는 크게 4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첫 번째 단계는 '문제발견'입니다. 무엇이 진짜 문제인지를 찾는 과정입니다. 문제를 일으키는 근본원인들을 분석하면 해결이 필요한 진짜 문제를 발견할 수 있게 됩니다. 두 번째 단계는 '모순정의'입니다. 트리즈에서는 모든 문제에는 모순이 있고 이 모순이 극복되었을 때 문제가 해결된다고 봅니다. 전 단계에서 발견에 문제에 포함된 모순을 정의하는 단계입니다. 세 번째 단계는 '사고전환'입니다.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이상적인 방향을 설정하고 이를 달성할 수 있는 다양한 대안을 트리즈에서 제시하는 다양한 생각의 패턴을 활용하여 탐색하는 과정입니다. 마지막 과정은 '문제해결'입니다. 도출된 대안들을 평가하고 실제로 어떻게 적용할지 구체화하고 실행하게 됩니다. 이 글에서는 각 과정에 대한 자세한 설명보다는 전체를 아우르는 기본 개념에 대해서 다루고자 합니다.
모순회피 안하기 ㅣ안되는 것을 안된다고 인정하지 말라
이솝우화 중에 '여우와 두루미'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느 날 여우는 두루미를 집으로 초대해 맛있는 음식을 넓은 접시에 담아 내어놓았습니다. 긴 부리를 가진 두루미는 하나도 먹지 못하고 입맛만 다셨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두루미는 똑같이 여우를 골탕 먹이고자 자신의 집에 초대하여 주둥이가 긴 호리병에 음식을 담아 내어주자 여우도 음식을 하나도 먹지 못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이 이야기를 통해 상대를 배려해야한다는 교훈을 배웠습니다.
"어떻게 하면 먹을 수 있을까?"
그런데 정말 여우는 먹을 방법이 없었을까요? 만약 여러분이 여우였다면 어떻게 먹으려고 시도했을까요? 병을 들고 마실 수도 있고 바닥에 부어서 마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혹자는 병을 깨서 먹겠다고 하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분명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도 왜 동화 속의 여우는 먹지 못했을까요? 그것은 바로 주둥이가 긴 병에 담긴 음식은 못먹는 것이라 인정해버리고 '먹을 방법이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안 되는 것을 안된다고 인정해 버리면 절대 변화와 혁신은 생겨 날 수 없습니다. 혹시 우리에게도 주둥이가 긴 병에 담겨있다는 이유만으로 가질 수 없는 것으로 치부해버리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들이 있지 않을까요? 안된다고 포기하기 전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먹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보시기 바랍니다. 분명 새로운 기회를 포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상적 질문 찾기 | 이상성을 추구하라
트리즈에서는 모든 유용한 기능의 합을 모든 해로운 기능의 합으로 나눈 값을 '이상성(Ideality)'이라고 부릅니다. 이 이상성을 무한대로 보내는 상태를 가리켜 '이상해결책'이라고 합니다. 트리즈의 가장 중요한 개념 중의 하나인 이상해결책은 문제 해결의 실마리와 방향성을 제시해줍니다. 주어진 조건에서 가장 이상적인 방향을 설정함으로써 기존의 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새로운 질문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
이상성을 무한대로 보내려면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도 있겠지만 더 좋은 방법은 비용을 0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즉 이상해결책은 비용은 전혀 소요되지 않으면서도 효과 즉 기능은 수행될 수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를 영어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이 기술할 수 있습니다.
"The ideal technical system is NO SYSTEM, but the function is performed."
가장 이상적인 시스템은 'NO SYSTEM'이라고 합니다. 시스템은 없지만 해당 시스템에 기대했던 기능은 수행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 세상의 많은 시스템들은 저마다 이상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진화를 해왔습니다. 미래의 이상적인 시스템을 예측해 보려면 그것 앞에 'NO'라는 단어만 붙여보면 됩니다.
예를 들어 가장 이상적인 병따개는 무엇일까요? 당연히 'NO 병따개'입니다. 병따개가 없더라도 병따개의 기능은 구현되는 상태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뚜껑을 돌리기만 해도 열리는 병뚜껑이 생겨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른 예를 든다면 가능 이상적인 현금은 무엇일까요? 'NO 현금'입니다. 현금은 없지만 현금의 기능은 수행되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널리 사용하고 있는 것이 바로 신용카드인 것입니다. 좀 더 나아가 가장 이상적인 신용카드는 무엇일까요? 이제는 아주 쉽게 'NO 신용카드'라고 답하실 것입니다. 그래서 나온 기술이 삼성페이,LG페이 등의 간편결제 기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NO SYSTEM
이러한 방식으로 여러분만의 새로운 미래의 모습을 예측해볼 수 있습니다. 내 주변에 있는 많은 물건들과 내가 하는 일의 앞에 'NO'를 붙여보시기 바랍니다. 내 시스템의 존재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문제를 정의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의 기능이 수행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보는 것만으로 이전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새로운 생각 찾기 | 주저없이 슬쩍하라
어떻게 하면 새로운 생각을 찾을 수 있을까요? 그 비밀은 바로 '슬쩍'에 있습니다. ‘슬쩍’이란, 이미 있는 것들을 ‘새롭게 보고 다르게 연결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남보다 더 빠르게 도약하기 위해서는 ‘슬쩍’의 힘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슬쩍의 의미를 한 예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휴가철 가장 인기 있는 국내 여행지는 단연 아름다운 섬 제주도입니다. 문제는 제주도의 관문인 제주공항을 이용하는 관광객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활주로가 포화상태가 되어간다는 것입니다. 이에 정부에서는 2025년까지 서귀포에 제2제주공항을 건설할 것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공항을 계속 늘려가는 것 이외의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 등의 항공 관련 업체들이 활주로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제안을 내놓았습니다.
기존의 직선으로 된 활주로 대신 지름 3km 정도의 거대한 원형의 ‘the Endless Runway’라 불리는 활주로입니다. 직선 활주로와는 달리 어느 위치나 이착륙 지점이 될 수 있어서 동시에 3대까지도 이착륙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게다가 활주로가 길이가 무한대이므로 긴 활주로가 필요한 대형여객기도 충분히 이착륙이 가능하게 됩니다. 현재 안전을 위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제안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실현 가능성 여부를 떠나 활주로를 원형으로 만들고자 하는 생각을 하였다는 것만으로도 기존의 틀을 깨는 멋진 일입니다. 혹시 우리 생활 속에서 접할 수 있는 것들 중에 이와 유사한 발명이 생각나는 것이 있나요?
큰 건물의 입구에도 빙글빙글 돌면서 연속적인 작용을 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회전문입니다. 회전문은 미국의 발명가인 밴 카넬이 1888년 ‘바람을 막아주는 문’이란 명칭으로 특허를 등록한 발명입니다. 120도 간격으로 배치된 문이 회전하면서 사람들이 서로 부딪히지 않고 연속적으로 드나들 수 있게 해주고 게다가 항상 닫힌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외부의 공기가 내부로 들어오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멋진 발명입니다.
회전문과 동일한 이치의 발명이 우리가 날마다 지나다니는 도로에도 존재합니다. 바로 회전교차로입니다. 회전교차로는 회전문의 아이디어에서 착안하여 1960년대에 도입되었다고 합니다. 회전문의 원리와 마찬가지로 많은 차들이 한쪽 방향으로 빙빙 돌면서 연속적으로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발명의 공통점
원형 활주로, 회전문, 회전교차로 세 사례를 보면서 어떤 공통점을 찾았나요? 바로 직선을 구형으로 바꾸어 연속적인 작용이 가능하게 했다는 것입니다. 트리즈(TRIZ)에서는 이러한 발명의 공통된 패턴을 40가지 발명원리로 설명합니다. 위에서 설명한 발명들의 공통점은 발명원리 중의 하나인 ‘구형화’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이미 존재하는 발명들의 생각의 패턴을 이해하는 것이 바로 ‘새롭기 보기’입니다.
생각의 패턴을 이해하면 새로운 대상에 대해 동일한 원리를 적용하여 다르게 연결할 수 있게 됩니다. ‘당신은 무엇을 원형 활주로처럼 둥글게 만들어 보겠습니까?’, ‘당신을 무엇을 회전문처럼 둥글게 만들어 보겠습니까?’, ‘당신은 무엇을 회전교차로처럼 둥글게 만들어 보겠습니까?’ 식으로 새로운 질문을 검토해보는 것입니다. 즉, 새롭게 보고 다르게 연결하는 ‘슬쩍’은 바로 이미 있는 발명의 패턴을 새로운 대상에 적용하여 창조적으로 모방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괄호 안에 무엇을 넣어 보시겠습니까? 세상에 둥글지 않았던 모든 것을 앞서 제시된 예처럼 둥글게 만들었을 때 어떤 좋은 점이 있는지 생각해 보십시오. 아이들의 생각처럼 동그란 책, 동그란 기차, 동그란 컵 등등 모든 것이 가능합니다.
문제 해결은 모순을 찾아 극복해 나가는 과정
지금까지 트리즈의 기본개념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하였습니다. 문제 해결은 모순을 찾아 극복해 나가는 과정입니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모순은 해결이 힘든 것으로 인정하고 회피하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모순을 회피하게 되면 도전가치가 있는 좋은 문제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좋은 문제를 찾을 수 없다면 좋은 해답을 찾기는 불가능한 것이 당연한 이치입니다. 안되는 것을 안된다고 인정하지 않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결할 방법이 있는지를 검토하다보면 분명 우리는 남보다 앞서 새로운 질문을 찾게될 것입니다. 세상의 변화와 혁신은 뜬금없이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남들보다 의미있는 질문을 먼저 찾게 되면 그만큼 남들보다 오랫동안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모순을 찾아 극복해가는 문제해결 과정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는 작은 기쁨을 누려보시기 바랍니다.
트리즈가 더 궁금하다면 함께 보세요.
- 트리즈씽킹,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1751212
- 트리즈닥터의 창의성 이야기 블로그, http://bit.ly/td_nblog
- 트리즈닥터의 창의성 이야기 유튜브 : http://bit.ly/td_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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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신정호
창의성 및 문제해결 컨설팅 전문기업 이트리즈의 대표. KAIST 기계공학 박사로 베를린 공대에서 연구원으로 지냈고, LG 전자 생산기술원에서 창의적 문제 해결 업무를 수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컨설팅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