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디자인 회사 IDEO가 디자인적 사고를 실무적 관점으로 바라본,
100up에서는 문제정의와 더불어 그 이후의 문제 해결 과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론들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이 방법론들이 문제 해결의 완벽한 솔루션은 될 수 없지만, 분명 문제를 바라보는 인사이트를 주고, 문제해결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도구가 될 거에요. 우리 함께 살펴볼까요? :)
-
#디자인적사고 #공감의힘 #혁신적문제해결
2019년부터 SK그룹은 주요 관계사의 신입사원 연수과정에 디자인씽킹을 도입했습니다. 왜 SK와 같은 대기업은 신입사원에게 가르쳐주고 싶고 전수하고 싶은 많은 이야기 중에 디자인씽킹에 주목한 걸까요? 2천명이 넘는 신입사원에게 전달했던 디자인씽킹 세계관과 주요한 개념 등 MYSC가 생각하는 디자인씽킹의 매력과 활용법을 이곳에도 소개하고자 합니다.
디자인씽킹이 없다면? 우리 현실을 반영하는 다음의 사례에서부터 시작해볼까요?
#1 당신은 정부의 고위급 공무원입니다. 순환보직을 통해 새롭게 맡은 업무 중 하나는 좀처럼 활용도가 높지 않은 수급자 가족 자녀들에게 지급되는 ‘복지카드’입니다. ‘복지카드’에 더 유익한 혜택을 추가하면 활용도가 높아질 것 같다는 생각에, 복지전문가와 해당 프로그램의 실무를 맡고 있는 전담기관 PM과의 미팅을 여러 차례 진행합니다. 이제 ‘개편된 복지정책’ 간담회에서 해당 내용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혹시 여기에서 불편한 점이 느껴지나요?
#2 당신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설립된 비영리 기관의 대표입니다. 해당 지자체와 전략적 협업 체계를 구축했고, 혁신적으로 사업을 추진해보라는 지자체장의 응원이 있기에 열정을 다해 커다란 기획을 하고 있습니다. 지역 내에 있는 해수욕장에 좀처럼 방문객들이 늘지 않아 고심인 가운데 최근 설문조사를 해보니 여성 이용객 중에 ‘남자들의 시선 때문에 자유롭게 일광욕과 해수욕을 즐기가 어렵다. 여성만이 입장할 수 있는 구역이 있다면 좋겠다’는 유사한 의견들을 보고, 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그렇다면, 세계 최초로 여성 전용 입장 해수욕장을 만든다면 어떨까? 우리 지역 해수욕장에 수없이 많은 여성 이용객들이 찾아오겠지?” 일주일 후면 해수욕장이 새롭게 개장합니다.
혹시 여기에서 궁금한 점이 있나요?
#3 당신은 스타트업의 대표로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미투 운동과 관련된 문제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여성들이 이러한 사안에 대해 더욱 용기를 내고, 또한 그러한 상황과 관련된 성폭력 문제까지 예방할 수 있도록 돕는 방안을 개발하기 위해 정부 R&D 지원 프로그램에 지원했습니다. 사안이 사안인지라 어렵지 않게 적지 않은 지원금을 토대로 기획했던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습니다. 외부 전문가들을 초청해 결과보고를 하는 자리에서 회사 내에 참여했던 전문가들도 다 참여해 열띤 논의를 주고받았습니다. 외부 전문가도 내부 전문가도 다 남성으로서 우리 사회의 미투 운동에 기여할 수 있음에 감사했습니다.
혹시 여기에서 의아한 점이 있나요?
앞서 세 가지 사례는 쉽게 볼 수 있는 사례들 입니다. 실제 사례를 어느 정도 각색 했기에 현실감 있게 느껴졌을 겁니다. 디자인씽킹이 왜 필요한지, 어떤 효과가 있는지 살펴보기에 앞서, 디자인씽킹이 없기에 우리가 직면하는 우리의 현실은 무엇일지에서부터 시작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첫번째 사례에서 불편한 점을 느꼈다면, 당신은 앞으로 디자인씽킹의 멋진 기획자가 될 잠재력이 높습니다. 이 사례에서 초점을 맞출 부분은 복지카드의 주 사용자인 청소년에 대한 공감이 빠져 있다는 점입니다. "복지카드를 안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카드 사용 활성화가 진짜 문제가 아니라, 사용할 때마다 드러나는 자신의 경제적 상황 등 주변 맥락과 환경이 사용을 억제하는 것은 아닐까요? 고위 공무원으로서 이를 알 수도 모를 수도 있지만, 만약 처음부터 해당 청소년들과의 면담, 현장동행, 공동개발 워크숍 등(모두 디자인씽킹의 실행 방법론이기도 하죠!)을 진행했다면 반드시 알게 되었을 부분이기도 합니다.
두번째 사례에서 궁금한 점이 느껴졌나요? 개장을 바로 앞둔 해수욕장에 대해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면, 당신은 앞으로 디자인씽킹의 탁월한 분석가가 될 잠재력이 높습니다. 두번째 사례는 첫번째 사례와는 달리 직접적인 사용자에 대한 어느 정도의 상호작용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설문 등을 통해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 파악할 수 있었고, 또한 어떤 필요(needs)가 있는지 공감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불안한 지점은 어디에서 발생하는 걸까요? 그런 지점 중 하나는 바로 여성분들이 느끼는 어려움의 해결책으로 ‘여성 전용 해수욕장’이 적합할까입니다.
실제 디자인씽킹은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필요에 곧바로 집중하기 보다는, 실제 원척적인 필요와 욕구는 무엇일까에 집중합니다. 표면적 필요에 곧바로 실행을 하기보다는 그러한 필요가 과연 어떤 맥락과 원척적인 필요로 인해 만들어진 것인지 더욱 몰입해서 디자인씽킹을 해본다면 진짜 효과가 있는 해결책을 찾을 확률이 높아집니다.
세번째 사례에서 의아한 점이 있었나요? 해당 스타트업의 행보와 별개로 납득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면 당신은 앞으로 디자인씽킹의 능동적 실행가가 될 잠재력이 높습니다. 세번째 사례는 공감 및 문제정의라는 부분에서는 어느 정도 사회적 합의를 이룬 것으로 보이지만, 문제정의를 해결해가는 과정(프로세스)에서는 놀랍게도 실수를 범하고 있습니다. 바로, 연구진이 모두 남성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에 대한 전문적인 조언을 하는 전문가들도 모두 남성인 부분입니다.
문제정의가 올바르게 되는 것도 힘들지만, 올바르게 만들어진 문제정의 조차 때로는 해결 과정에서 엉뚱한 경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남성만으로 구성된 개발진이 해당 결과물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을 그 누구도 떠오르지 않았고, 전문가들의 피드백에서도 이러한 부분이 관찰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디자인씽킹은 문제정의를 기반으로 진행되는 과정 속에서 노이즈는 없는지, 우리가 모르는 그 무엇이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닌지 면밀히 관찰하고 실행할 수 있는 프레임을 제공합니다.
디자인씽킹 세계관을 통한 사회혁신 기여
사회혁신은 거대한 규모로 시작하는 기술혁신과는 다소 다른 양상인데요, 작게 시작하고 해당 효과를 검증해가면서 더욱 규모화하고 시스템 차원으로 발전해가는 모습에서 다음의 디자인씽킹 프로세스는 유용한 지침이 됩니다. 더블 다이아몬드(double diamond)라고 불리는 아래 프로세스는 모든 접근의 초점이 수요자 또는 사용자 중심이 되도록 돕습니다.
참고로 디자인씽킹은 과거 디자인의 창의혁신적 접근에 주목했던 많은 선구자들을 통해 발전해왔는데요, 가장 빠른 연원은 1960년대 진행되었던 ‘창의성 연구’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현재의 디자인씽킹은 혁신과 비즈니스라는 두 축과 밀접한 관련을 갖게 되었는데, 그러한 개척자로는 IDEO의 공동창업자인 톰 켈리(Tom Kelly)와 CEO 팀 브라운(Tim Brown)가 있고, 특히 이론적 집대성은 로트만경영대 학장을 역임한 로저 마틴(Roger Martin)이 기여한 바가 큽니다. 또한, 한국에도 많이 알려진 스탠포트대학교 디스쿨(d.school)은 세계적으로 디자인씽킹 교수법이 확산되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첫번째 단계는 발견하기입니다.
디자인씽킹 세계관의 국내 확산과 적용을 도우면서 깨달은 몇 가지 사실은 통상의 한국인들이 가장 어렵게 느끼는 부분이자, 가능하면 이 부분은 빼고 가면 좋아하는 부분이 바로 ‘발견하기’입니다. 발견하기란 문제의 탐색, 새로운 문제의 정의, 또는 기존 문제의 재정의를 의미하는데요, 사실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새로운 문제를 발견하는 것은 별개의 역량이긴 합니다. 문제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연습이 필요합니다.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왔던 것을 ‘초심자의 관점’(beginner)에서 바라볼 수 있고, 아예 내가 알지 못하는 관점으로 ‘역할 수행’(role-playing)을 해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시각장애인과 같은 비슷한 경험 장치를 통해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많은 편의시설이 사실은 매우 불공정하다는 문제 발견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 대부분은 문제정의를 그 동안 나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발견하기 단계에서는 확산적 사고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만약 5살 어린아이라면 이러한 프로세스는 어떤 경험일까?” “한국어를 전혀 알지 못하는 외국인이 이곳에서 비상 알람을 들었을 때도 안전하게 피신할 수 있을까?”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이러한 구조와 디자인이 원래 의도했던 맥락은 무엇이었고, 그 의도와 맥락은 지금도 유효할까?”
좋은 문제정의는 사실 좋은 질문에서 시작되고, 좋은 질문이란 무수히 많은 질문들을 하는 가운데서 얻어지기에 처음에 많은 질문을 의도적으로 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두번째 단계는 해석하기입니다.
흔히 우리는 어떤 문제를 발견하면, 곧장 문제해결로 직행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디자인씽킹에서는 관찰된 의미있는 사실에 조금 더 시간을 보내길 권장합니다. 파악된 문제를 둘러싼 맥락, 이해관계자, 선후관계, 인관관계 등에 대해 심도 깊은 이해를 해보면 놀라운 인사이트들이 추가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평소에도 연락을 자주하는 자녀가 ‘부모님 사랑해요! 꼭 행복 하세요!’라는 문자를 보내면 무척 자연스러운 문자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평소 연락이 없고 우울증이 있던 자녀가 갑자기 ‘부모님 행복하세요’라는 문자를 보낸다면 같은 동일한 메시지라도 맥락에 따라 다른 메시지로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개인이 해석하기를 하기보다는 다수가 모여 관련된 개개인의 경험, 또는 개개인의 해석을 추가하며 대화를 나눠보는 것이 좋습니다. 해석하기 단계에서는 이러한 관점들을 충분히 많은 수의 포스트잇 등으로 기록해 놓은 후에, 각 포스트잇을 주제, 맥락, 선후관계 등 여러 기준에 따라 패턴을 살펴보며 포스트잇 사이의 관계와 상호작용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세번째 단계는 아이디어 내기입니다.
이 단계는 많은 분들에게 익숙한 단계이기도 합니다. 통상 기업이나 조직에서 ‘아이디어 회의 한번 해요!’라는 제안을 받고 회의실에 들어가, 순서대로 생각을 내본 적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러한 형식의 아이디어 회의가 무척 즐거웠거나 새로움을 탐색하는 놀라움이 있었다고 기억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이디어 내기가 지루하고 별다른 감정이 없었다면 필히 앞서의 첫번째 그리고 두번째 단계가 생략되었기 때문입니다. 참석자들이 어떤 종류의 역할이든 ‘발견하기’와 ‘해석하기’의 단계를 거쳤다면 세번째 단계가 되어서는 넘쳐나는 아이디어들에 새삼 놀라게 될 수도 있습니다.
아이디어 내기를 잘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구조도 필요합니다. 다섯 명이 모인 미팅에서 아이디어를 내고자 한다면, 우선 개별적으로 포스트잇 등 기록하는 도구를 활용해 개개인이 아이디어를 양적인 면을 중시해서 작업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흔히 서로 돌아가며 이야기를 하게 되면, 조직 내의 직급과 같은 구조가 또는 앞 사람의 이야기에 따라 자신이 가진 아이디어를 쉽게 판단하며 아예 이야기를 나누지 않을 수도 있기에 초창기 아이디어를 내는 것은 개별 작업으로 진행하고 이후에 함께 공유하는 것이 추천됩니다.
또다른 아이디어 내기에 대한 조언은 실제 이해당사자들과 함께 아이디어를 내는 공동개발(co-creation)입니다. 많은 디자인씽킹에서는 해당 아이디어가 실행될 때 영향을 받거나 영향을 주는 모든 이해관계자가 함께 참여하는 아이디어 회의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MYSC에서는 초창기 아이디어 회의는 전문가 중심보다는 직접적인 수요자나 사용자 중심으로 별도 진행을 선호합니다. 전문가와 함께 할 때 수요자나 사용자가 주눅이 들 수도 있고 전문가의 관점이 너무 강해서 신선한 아이디어들이 나오지 못하고 평범한 수준으로 그치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네번째 단계는 실험하기 입니다.
실험하기란 앞서 아이디어 단계에서 도출된 아이디어 중에서 가장 먼저 실험과 실행을 통해 피드백을 수집하고 그에 따라 아이디어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단계를 말합니다. 이 단계는 실제 수요자와 사용자의 환경과 거의 동일한 맥락을 구성하여 아이디어의 일부를 재현하며 피드백을 받거나, 목업(mock-up)과 프로토타이핑 제품과 서비스 등을 통해 유효한 피드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 서비스인 경우 간단한 랜딩 페이지를 통해 잠재 수요자와 사용자가 실제 기대되는 행동과 선택을 하는지도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다섯번째 단계는 발전 시키기 입니다.
실험을 통해 유효한 피드백을 확보하고 실제 타당성을 입증한 아이디어는 이제 비즈니스모델을 통해 이를 지속가능하게 하는 구조와 가치사슬을 확보해야 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R&D를 넘어서 이제 본격적인 사업화의 영역에 속하기 때문에 해당 팀 외에 사업화 전문가 등이 추가되어 논의를 발전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간단하게 살펴본 디자인씽킹의 과정과 단계별로 활용할 수 있는 조언 등 도움이 되셨나요? 디자인씽킹은 문제정의와 문제해결을 동일 선상에 놓고 진행되는 여정입니다. 문제정의가 올바르지 않으면, 아무리 정교한 문제해결 과정이 진행되더라도 효과를 볼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문제정의가 올바르더라도 문제해결 방식이 올바르지 않다면 앞서 사례에서 살펴보았듯이 엉뚱한 결과로 끝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디자인씽킹이 언제든 효과적일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디자인씽킹이 효과적인 맥락이 존재하는데요, 문제나 목표 자체가 모호하고 불확실할 때,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의 관점과 복잡성이 높을 때 디자인씽킹의 진가가 드러납니다. 반면, 문제정의가 명확하거나 이미 고안된 효과적인 솔루션을 개선하고 개량해야할 때는 디자인씽킹의 초기 단계는 큰 의미가 없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디자인씽킹의 한계를 이해할 때 더욱 유용한 활용이 가능하겠죠?
디자인씽킹을 통해 여러분의 체인지메이커 여정이 더욱 즐거워지길 기대합니다.
_
written by 김정태
임팩트 투자 및 컬설팅 기관 MYSC(엠와이소셜컴퍼니)의 대표. 5년간 유엔 경제사회국 산하의 유엔거버넌스센터에서 홍보담당관으로 일하였고, 2012년 MYSC에 합류하여 현재 대표로서 사업 기획 및 전략 개발을 담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