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신고와 출생신고
학교에서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웃음이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웃음에는 웃겨서 나오는 깔깔깔 웃음, 행복하고 기쁠 때 나도 모르게 나오는 함박웃음 그리고 사랑하는 이를 보면 짓게 되는 아름다운 미소도 있지만 내가 주로 아이들과 대화하며 얻는 웃음은 어이가 없어 나오는 실소인듯 하다.
대학수학능력 시험이 끝나고 대학교 수시모집의 합격자가 속속 발표되는 요맘때에는 결석하는 고3이 많은게 실정이다. 담임은 이러한 오지 않는 아이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하며 그들의 생존을 확인하는게 중요한 하루의 시작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늦잠을 잔다던지 아니면 아프다는 하소연을 늘어놓는다. 담임은 이런 상황을 파악하고 출석부에 기록한다. 하지만 장기간 결석을 하게되면 정해진 메뉴얼에 따라 행정적인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가정방문이라던지 학부모의 학교 방문 요청 등의 일 말이다. 이러한 절차는 아직 미성년인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기에 담임은 학생들의 출결에 대해 무엇보다 예민하고 관심을 갖는다.
따라서 아이들은 학교에 나오기 싫어도 연속으로 학교를 빠지지 않고 담임선생님에게 생존을 신고하기 위해 등교를 한다. 본인들의 집에 선생님이 방문하는 끔찍한 일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오늘 쉬는 시간에 그러한 것으로 추정되는 옆반 아이를 복도에서 만났다.
"OO아~ 오랜만이네? 별일없지?"라고 안부를 물었다.
이에 OO은 멋쩍게 대답한다.
"네 선생님~ 출생신고 하러 학교 왔어요~~"
엥? 출생신고를 하러 학교에 왔다니.. 아마도 생존신고라고 말해야 할 것을 출생신고라고 한 듯 하다. 공무원이었던 나의 경력을 살려 출생신고는 동주민센터에 가서 해야한다고 알려주고 싶었으나 나는 마지막까지 학교생활 잘 마무리 하자라는 조언으로 그 상황을 종결지었다.
설마 진짜 신생아를 낳은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그건 아닐것이라 믿으며 생존신고 목적의 출생신고를 하러 온 아이의 무사안일을 기원한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아이들의 모습도 사랑스럽다. 아직까지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