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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경 Mar 26. 2018

프롤로그.
나는 왜 횡단열차를 탈 수 없었는가?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싶었다.

 

오래전부터 바라 왔던 일이라 언제, 어떤 계기로 시작되었는지 잘 모르겠다.

 

교과서 한 페이지에 수록된 성 바실리 성당 사진을 본 이후 일 수도 있고, 

아니면 우연히 TV나 인터넷에서 본 누군가의 여행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유가 어쨌든 혼자 갈 용기가 없었던 나는 주변에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 타러 러시아 갈 사람?'


'시베리아 열차? 얼어 죽는 건 아니지?' 


'열차를 일주일이나 어떻게 타?' 


대부분 부정적이었다. 


그런데 딱 한 명, 꼭 타보고 싶다고 말한 사람이 있었다. 


우리는 횡단 열차를 타기로 약속했다.

 

약속하면서도 이뤄질 거라 믿지 않았다. 


그때 난 28살이었으므로.


 '시간 나면 다음에 같이 밥이나 먹자.'


이런 말은 마치 인사말처럼, 

스치듯 하는 말이라는 사실을 막 깨달은 나이다. 


또한 20대 후반에 단지 가고 싶다는 이유로 훌쩍 떠나기엔 리스크가 너무 컸다. 


단 몇 주간 나를 위한 시간일지라도, 

다른 무언가를 포기하지 않으면 낼 수 없는 사치였다. 



그런데 1년 후, 친구가 회사를 그만두고 영국에 워킹홀리데이를 간다고 했다. 


어차피 가는 길이니까(?) 횡단 열차 타고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가서 런던행 비행기를 타겠단다. 


나는 프리랜서니까 회사를 그만둘 필요도 없었다. 


그렇게 우리는 러시아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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