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환자였던 내가

정신과 간호사라고

by 정신간호사 혜니

언제부터 바라왔을까.

대단한 무언가의 통찰력 있는 글을 쓰기엔 나는 멋진 문장력을 구사하지 못하고 어떤 분야의 뛰어난 전문가도 아니어서 부끄럽다.

이상과 현실의 나의 간극은 늘 괴롭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생각과 경험, 감정들이 재미있어서 글을 쓰기로 했다.


나는 나랑 노는 것이 제일 재미있다. 내가 쓰는 글들은 ‘나’라는 예민하고, 피곤하고, 뭐든 사서 고생하는, 미련한 여우인척 하고 싶어 하는 곰인 내가, 정신과 간호사라는 탈을 쓰고 전하는 이야기다.

작고 하찮은 나는 내일을 살아가는 것이 죽도록 원망스러웠던 우울증 환자였다.

10살의 통통한 땀 삐질삐질 남자아이가 자신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타이머를 맞추고 기가 막힌 타이밍인 자정에 세상 가득 행복한 웃음으로 케이크를 먹는 영상을 보며 부러워서 울컥했다.


그 아이의 미소가 내가 정신과를 선택한 이유다.

‘나는 나를 치료한다. 그래서 내 환자들에게 나의 실력으로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으며 나만의 간호철학을 가진 정신과 간호사가 된다'

이 문장을 일기에 1500번 정도 쓴 뒤에서야 정신과간호사가 되었다.


전문가라고 하기엔 멀었다. 하지만 병동에서는 꽤 그럴듯해 보이는 간호사다. 내 글은 환자와 치료자 사이의 애매한 ‘내’가 복잡하고 태산같이 커 보이기만 하는 삶에 대한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