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봄, 나만 뒤처진 것 같아요.

나만 빼고 다

by 정신간호사 혜니

3월인데도 아침저녁은 아직 일교차가 크죠.
이상하게 이 시기엔
날씨보다 마음이 더 오락가락합니다.

3월이면 다들
무언가 새롭게 시작하는 분위기인데,
나는 아직 그대로인 것 같아서
괜히 더 조급해질 때가 있습니다.

SNS를 보면
합격, 입사, 개강, 이사.
다들 어딘가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은데
나는 제자리인 느낌.

문득 이런 생각이 스칩니다.


나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이대로 괜찮은 걸까



겨우 하루를 버티듯 보내고
집에 돌아오면 아무것도 하기 싫어집니다.
해야 할 건 알고 있지만
몸도 마음도 따라주지 않고,
그렇다고 지금의 삶에
완전히 만족하는 것도 아니라서
더 공허해지는 순간들.

저 역시 비슷합니다.
집에 오면 아무것도 하기 싫고,
미루고 싶고, 그냥 회피하고 싶어 집니다.
다들 자기 길을 찾아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은데
왜 나는 아직 제자리인 느낌일까요.

하지만 이 시기의 힘듦은
‘내가 부족해서’라기보다,
비교할 대상이 많아지고
변화가 한꺼번에 몰리기 때문입니다.

가만히 있어도
자꾸 나를 돌아보게 되는 시기입니다.

그래서 봄은
겉으로는 밝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우울감이 올라가고
무너지는 사람이 늘어나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더 중요합니다.
지금의 나를
성적표처럼 평가하지 않는 것.

남들은 시작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나는 멈춰 있는 느낌이 들 때,
사실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그날 하루를 버티는 것만으로도
에너지를 다 쓰고 있는 상태일 수 있습니다.

당장은 달라진 게 하나도 없는 것 같고
어제와 똑같은 하루를 또 보낸 것 같을 때,
여전히 같은 자리에 머무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더 불안하고
더 조급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렇게 아무것도 아닌 것 같던 시간들이
조금씩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나 예전보단 조금은 나아졌네”
싶은 날이 오긴 합니다. 정말로요.

엄청 크게 바뀌진 않아도
그래도 조금은 앞으로 가고 있는 상태.

그래서 지금 이 시간을
억지로 의미 있게 만들려고 하기보다,
그냥 지나가고 있는 이 하루를
너무 밀어내지만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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