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세대의 문제점은 뭐라고 생각하는가

허황된 자존감

by 정신간호사 혜니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 가장 큰 문제점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난 단연코 허황된 자존감이라 말하고 싶다.

그들은 자신이 남들과는 달리 특별하고 특출 난 사람이라고 믿는다. 사실 그렇지 않다. 그들도 그렇고 나(주제에 뭐라도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이런 글을 쓰는 나)도 그렇고, 특별해 보였던 저 스타들도 모두 그저 그런 볼품없는 모순덩어리인 사람들이다.

불행은 내가 특별하다는 믿음에서 비롯된다. 나는 남들과 달리 특별하고, 도덕적으로 선하며, 결국엔 주목받아야 하기 때문에 다반수가 선택하는 것들을 기피하거나 하향평가하기도 한다.

그들의 위로방식은 거울을 보며 "그래 괜찮아. 나는 특출 난 사람이니까 기죽지 마"와 같은 맥락이다. 세상은 그들이 지극히도 평범(어쩌면 하등)하다는 것을 계속해서 증명해낼 테고, 그들은 그럴 때마다 절망하며 우울감에 빠진다. 위로방식에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는다면, 그들의 우울은 미리 예견되어 있다.

'당신은 사실 평범하다'라는 말을 허무주의, 실패자가 하는 언어라며 날을 세우는 순간, 그들은 또 자극을 받는다. 거짓된 믿음 위에 세운 자아의 이상향은 결국 스스로를 지탱하지 못한 채 흔들리기 시작한다.

난 이걸 허황된 자존감이라 부른다.
말 그대로 헛되고 황당한 자존감이다.



애니메이션에서 본 세대 가치관 변화


70~80, 그리고 90년대까지만 해도 겸손과 희생은 분명한 미덕이었다. 그 시대의 가치관은 아이들이 가장 많이 접하는 애니메이션 속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가족을 위해 싸우는 영웅, 공동체를 위해 자신을 내어놓는 주인공들이 주를 이루었다. (이를테면 아기공룡둘리, 미래소년코난, 타잔, 뮬란등)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가족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는 것이 옳다고 배웠다. 자신을 낮추고, 참고, 버티는 태도가 성숙함이라 여겨졌다. 개인의 욕망보다는 ‘우리’가 우선이었고, 빛나는 주인공조차도 결국은 가족과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존재했다.


반면, 요즘 시대의 가치관은 가족과 공동체보다는 ‘나’의 행복, ‘나’의 존재, ‘나’의 가치에 더 크게 주목한다. (겨울왕국, 모아나, 인사이드아웃)
희생보다 자존감이, 겸손보다 자기 확신이 강조된다.
공동체를 위해 자신을 낮추는 대신, 스스로를 드러내고 증명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문제는, 이 ‘나’라는 존재가 끊임없이 특별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평범함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 되었고, 각자도생의 경쟁 속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그리고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가치를 증명하려 한다.


진짜 자존감은


어느 한 가치가 옳냐, 옳지 않느냐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겸손과 희생도, 자기 존중과 자아 확신도 모두 인간에게 필요한 덕목이다. 공동체만 강조되면 개인이 사라지고, 자아만 강조되면 왜곡된 자아가 만들어진다.

우리는 공동체 속에 존재하는 평범한 개인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지만, 그렇다고 무가치한 것도 아니다.

진짜 자존감의 위로방식은, "내가 부족하고 못난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괜찮다."이다. 특별해서 괜찮은 것이 아니라, 완전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받아들이는 힘이다.

오늘날 젊은 세대가 겪는 혼란과 우울은 개인의 나약함이 아니라, 우리 세대가 신념처럼 붙들고 있는 자기 확신과 부풀려진 자존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특별함을 전제로 한 자존감은 쉽게 흔들리지만,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자존감은 좀처럼 무너지지 않는다.
우리 모두 불완전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서로를 이해하고 포용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우리 세대에 만연한 혐오 역시 여기에서 시작된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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