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 그저 제 일상입니다만 2

(엄마의 스무고개 feat. 정월대보름)

by 한선우

‘ 띠 띠 띠 띠, 띠띠띠띠~‘

현관 비밀 번호를 꼭 틀리는 엄마.

한 번씩 꼭 틀리는데 그게 루틴이 된 것도 같다.

며칠 전에는 전화로


”거기 버스가 가잖아~건너서 타면 되지~“

”????“

”거기서 말고 건너서 그렇지? 거기서 타면~“

”엄마 엄마? 누구랑 통화하고 있어????“

”거기서 타면 중랑 거기서 너네 집을 지나서

떡전교로 나오더라고”

“아아~~~어~”

“그러니까 갈 때는 반대편에서 타면 되지?”

“맞아 그렇지 그래 맞아 거기서 타면 돼 “

엄마랑 통화는 대부분이 이렇게 시작된다.

약간 스무고개를 하는 느낌이랄까?

조금이라도 답답함을 내비치면

오히려 더 큰 화를 내는 엄마.


엄마는 내 눈빛만 봐도 다 알아맞히는데

우주의 언어인 옹알이만 해도 다 알아들었는데

새로운 길 찾아가는 게 얼마나 걱정이 됐으면

다 떼고 그거부터 말을 했을까..

지금 나에게 새로운 곳을 가라고 하면

그때부터 얼마나 떨리는데

엄마라고 왜 안 그럴까

생각할수록 웃음이 나다가 밥을 먹으려는데

반찬의 정갈함을 보니 코 끝이 시큰해진다.


정월 대보름, 동지 꼭 무언가를 해 먹어야 되는 날을 단 한 번도 그냥 넘어간 일이 없는 엄마.

“지나는 흰밥 줘 찰밥 안 먹으니까”

찰밥을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

어려서부터 한 번도 억지로 먹으라고 하지 않고

하얀 밥을 꼭 새로 지어준

엄마를 닮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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