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갑자기 쏟아지면 일어나는 일들.

그리고 남은 글.

by 바다



꾸물거리는 날씨에 나도 꾸물거리다가 오늘 보러 가기로 한 전시를 취소해 버렸다. 아쉬움도 안 생기는 걸 보면 안 가길 잘했다.

그대로 파묻힌 채 하루를 보내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가, 다시 벌떡 일어났다.

뭐라도 해보자 하며 밖을 나왔는데, 꾸물거리는 하늘은 비를 천천히 뚝 뚝 떨어뜨린다.

괜한 오기가 생겨, ‘막아보시지-‘하며 되돌아 계단을 척척 올라, 문을 열고 우산을 챙겼다.

구름관찰자가 되고 싶다는 바람이 하루도 되지 않아 이렇게 축축하고 어두운 하늘이라니..


거리를 걸으며, ‘지금 내 땀이 수증기가 돼서 이 날씨에 한몫을 해주려나 ‘하는 쓸데없는 생각(놀랍게도 어제 책에서 읽은 내용이다)을 하다 보니 카페에 도착했다.

어두운 바깥 때문에 내부의 노란 조명이 더 밝다. 한낮의 카페엔 동네의 아주머니들이 삼삼오오 모여 울리는 소리들을 만들고 있다.


기껏 시킨 아메리카노는 오늘따라 왜 이리 쓴 거지..?


뭐라도 해보자며 챙겨 온 것들을 테이블에 다 꺼내두기 도전에 비가 엄청나게 쏟아진다.

뭘 해야 하나, 난 뭘 하고 싶은가, 멍해지네.

48%의 배터리가 남은 아이패드로 글을 써볼까, 가져온 책을 읽어볼까 (이 날씨에 구름관찰자를 위한 가이드는 어울리지가 않아..)

노래 두어 곡을 들으며 창밖에 쏟아지는 비의 선들을 바라보다, 벅에 살짝 기대 눈도 좀 감아봤다가,

커피 한 모금을 다시 마시는데 그제야 초콜릿맛이 느껴진다.


괜찮다, 갑자기 비가 내려서 이러는 것뿐이다.

지금 이 순간의 작은 것들에 하나하나 시선을 두며 생각을 이리저리 옮겨보기로 한다.


그때 우연처럼 이런 노래가 재생된다,

<사랑이 아닌 단어로 사랑을 말해요 - 시소>

한 곡 반복을 눌렀다.


그래, 적어보자 사랑이 아닌 단어로 사랑을 말해보자, 그렇게 써보자며 펜을 들었는데 여기까지 후루룩 적고 있는 나.


파도, 바람, 빛, 그림자, 계절., (아아, 이러다 자연의 모든 것을 적어버릴지도 모른다.)

눈빛, 숨, 손끝, 노래, 기다림, 들어주는 일, 침묵.


결국 모든 단어에 사랑을 대입하면

그 전부가 사랑이 된다.


사랑의 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이 세상의 모든 단어들.

전부 사랑이다.



화요일의 어두운 오후 3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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