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피해 갈 줄 알았는데..

우리의 이스탄불

by BADA

B의 Story


네팔여행이 끝난 뒤 우리는 튀르키예로 향했다.

동 서양이 만나는 곳, 거대 오스만 제국의 뿌리, 케밥을 비롯한 3대 미식의 나라

한 나라에 이만큼이나 유명한 도시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다양함이 공존하는 나라.


우리도 그 많은 도시들을 천천히 느껴볼 심산으로 다른 나라들에 비해 긴 시간을 잡고 여행하기로 했다.

첫 목적지는 이스탄불! 부루마블에서만 보던 도시에 드디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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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도착한 곳은 이스탄불의 최대 번화가 탁심광장이었다.

빼곡한 유럽식 건물들에는 튀르키예 국기가 흩날리고 있었고

흩날리는 국기가 말해주듯 선선한 날씨는 여행자의 마음을 한층 더 설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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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개월 동안 유럽여행을 했던 우리는 자연스럽게 에어비앤비를 이용하기로 했다.


이스탄불의 지리보다는 숙소 컨디션에 의해 예약한 숙소는 운 좋게 탁심광장에서 도보로 15분 거리에 있는 골목에 위치했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뒤섞인 골목 안 2층에 햇살이 잘 들어오는 곳이었다.

바로 옆에는 동네의 작은 상점이 있었고 까르푸, 식당등 걸어서 5분이면 닿는 초 럭키의 집이었다.

그렇게 우리에게 이스탄불은 행복만 줄 줄 알았다.




사건 1.


며칠 뒤, 우리는 갈라타 탑을 포함한 이스탄불 첫 관광에 나서기로 했다.

술술 풀리는 일상에 취해 우리는 큰 정보 없이 교통카드를 만드려다 큰 코를 다쳤다.

세계 여행자로서 모든 호의를 받아들이자는 나의 순수함이었을까?

악명 높은 이스탄불을 쉽게 봤던 걸까?


카드 기계 앞에서 어리바리하고 있던 우리는 그들의 타깃이 되었고

도와주는 척 등쳐먹으려는 계획을 우리는 호의로 받아들였다.

나름 변명을 해보자면 전 세계 어디에나 영어가 잘 되어있고 키오스크에 설명도 되어있으니 굳이 정보를 찾지 않아도 이깟 교통카드 만드는 것쯤이야, 내가 세계여행 몇 개월 차인데- 라며 여행의 일부라고 생각했다.

(물론 사기도 여행의 일부겠지만…)


그렇게 우리는 시키는 대로 순순히 한화 3만 원 정도의 금액을 카드에 충전했고

충전한 카드 중 한 개는 잔액이 19리라 남은 카드로 바꿔치기당했다. (약 700원)


불행 중 다행이라면 그 자리를 떠나기 전에 알아차렸다는 것.

두 명의 일당 중 한 명은 잡았다는 것.

그리고 기가 막힌 타이밍에 경찰이 왔다는 것.


아 물론 경찰은 우리 때문에 온 건 아니었다.

이 놈은 원래 상습범이었는지 우리랑 실랑이하고 있는데 경찰이 그를 잡으러 왔고

나는 본능적으로

‘이 남자 데려가면 안 돼요, 이 남자의 친구가 우리 카드를 바꿔치기했어요!’ 라며 경찰을 잡았다.


그렇게 인생 첫 타지에서 경찰서 방문을 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바꿔치기 한 카드를 돌려받았다거나 돈을 환불받았다거나

혹은 도망간 한 놈마저 잡아넣었다거나 하는 사이다스러운 결말은 아니지만

경찰들은 자초지종에 대해 주의 깊게 들어주었고

한국 드라마의 영향으로 우리에게 굉장히 호의적이었으며

잡혀간 한 놈이 소리를 치고 우리에게 친구라며 되지도 않는 말을 할 때

우리 편에서 그놈을 따끔하게 혼내주는 모습을 보여줬다.


사실상 형식적이었겠지만 투어리즘 폴리스까지 와서 조서를 쓰는 걸로 마무리가 되었다.

진행사항이 있으면 메일로 연락을 준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메일은 감감무소식이다.


고작일지도 모르는 그 3만 원 때문에 몇 시간 내내 경찰서에서 진을 다 빼고 나온 우리는 관광할 힘을 잃어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하지만 경찰서에 간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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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2.


멋모르고 예약했던 첫 숙소는 너무 좋았지만 연장이 불가해 아쉬운 대로 다시 에어비앤비를 검색했다.


우리가 숙소를 고를 때는 몇 가지 기준이 있다.

작업공간이 있어야 하며, 세탁기가 있어야 하고, 유럽이라면 특히 주방이 있어야 한다.


이 세 가지를 부합하면서도 꽤 넓은 집이 있었다.

한 가지가 걸렸다면 <후기가 없음>이었는데 사랑스러운 금액에 빠져 예약 버튼을 눌렀다.

그렇게 우리는 일주일을 예약했는데 아뿔싸 지금 숙소와 하루 텀을 두고 예약을 한 것이다.


이것이 제앙의 시작이었다…


호스트에게 연락해 하루 먼저 갈 수 있냐 물었고

호스트는 가능하다, 1일 치는 현금으로 하면 얼마로 깎아주겠다고 제안을 했다.

우리는 마다할 이유가 없기에 기분 좋게 그 집을 찾아갔다.


사람에게 촉은 확실히 있다.


걸어가는 길부터 싸한 느낌이 엄습했는데

5층에 위치한 집의 올라가는 계단은 철로 된 간이 계단으로 굉장히 좁으며 심지어 흔들려 위험했다.

계단만 봐도 알 수 있듯 집안에는 먼지가 가득했고 커튼은 찢어져 있으며

냉장고와 싱크대에는 치워지지 않은 음식물 찌꺼기가 있었고,

화장실에는 글로 표현할 수 없는 악취와 물때가 가득했다.


이건 집이 아니다. 창고였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집을 내놔?’라는 말을 수 번 뱉으며

호스트에게 당장 연락을 했으나 받지 않았다.

그리고 이 집엔 있을 수 없어 차선책으로 집의 상태를 영상과 사진으로 남겼고 에어비앤비에 연락을 취했다.


하지만 우리는 간과한 게 있었다.

우리의 예약은 내일부터라는 것.

에어비앤비 측에서는 시스템상 오늘은 너희가 예약한 날이 아니라 해줄 수 있는 게 없다였고 호스트는 ‘이 집이 왜?’로 시전 했다.

이런저런 실랑이 끝에 전액 중 반을 돌려받는 조건으로 다른 에어비앤비를 급히 예약했다.

너무 화가 나 양아치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지만 할 수 있는 최선이었고

날아간 절반의 금액은 인생공부라 치기로 했다. (내 17만 원......)



부당함에 길길이 날뛰던 나 자신도 여행이 거듭될수록 흘려보낼 줄 알게 되었다.

여행이란 자고로 내 맘되로 되지 않는 법…

많이 속상했던 이 날 저녁은 튀르키예의 전통술인 라키와 함께 훨훨 날려 보내려 했지만

라키마저 우리의 입맛이 아니었다.


안 맞는 여행지도 있는 법..




D의 Story



유럽과 아시아아가 동시에 존재하는 나라.

그중에서도 세계 1위의 관광 도시 이스탄불, 첫인상은 신기함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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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여행 때 두바이에 잠깐 발을 담그긴 했지만 장기간의 여행을 인터넷으로만 보던 이슬람으로 가다니..

흥분보다는 다시금 마음에 두려움과 불안함이 스며들었다.

하지만 그런 마음만 가졌지 미리 알아보는 행동을 하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나에겐 사기가 일어나지 않을 거란 막연한 생각이었을까?

아무 대비 없이 이스탄불을 관광하던 중 사건이 일어났다.


지금 돌이켜봐도 생각해도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었다.


인터넷에는 이미 그런 종류의 사기 유형을 조심하라는 많은 글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촬영을 하면서 표를 구매하고,

처음 해보기에 타인의 도움을 순수한 선의라고만 생각했다.


교통카드를 만드는 곳에서 도와준다는 한 사람이 있었다.

별생각 없던 나는 그대로 선의를 받아들였다.

순진함이 표적이 되는 순간이었다.

짝꿍은 경계를 하고 있었지만 잘 몰랐기에 확인해가며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다른 제삼자가 나타나 찰나의 순간 우리의 카드를 가져가 충전 후 트램 개찰구까지 도와주는 척했다. (아주 조직적이지 않은가?)

실제로 카드를 찍어주고 우리를 안으로 들어가게 만들었다.

여기서 짝꿍이 충전금액과 카드 남은 잔액이 다르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 자리에서 급한 우리는 트램역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직원은 이미 우리 같은 사람들이 많았는지 별 관심을 갖지 않았고

자기에게 이야기하지 말고 다른 직원에게 이야기하라고 했다.

(아니 그럼 지금 왜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걸까?)

여기서 한국과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도와줄 의사가 없다는 걸 확인했기에 다른 방법을 찾으려 하는데 경찰이 왔다.

우린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경찰에게 가서 번역기와 손짓 발짓으로 현재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리고 경찰과 범인과 함께 경찰서로 이동했다.


경찰서에서의 시간은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이야기를 나누고 서류를 작성하고 나오기까지 3시간 이상 걸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해결되는 건 하나도 없었다.

돈을 돌려받지도, 범인들을 잡지도, 처벌했다는 연락도 받지 못했다.

(우리가 촬영한 영상이 있었음에도.)


경찰들도 신기했다. 한국을 좋아한다며 별일 없을 거라 이야기를 해주는 경찰도 있었지만

이런 영상은 의미가 없다고 자기 나라 말로 뭐라 뭐라 하는데

언어에서 느껴지는 뉘앙스가 이런 일로 자신들의 업무가 많아졌다는 것을 투덜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했다.

서류를 작성했고 영상 파일을 넘겼고 연락처와 메일을 공유했다.

그 과정에서 흥분상태는 다 지나가고 경찰서를 나오고 나니 진이 빠지고 허기가 급격하게 몰려왔다.

우선 가까운 식당에 가서 뭐라도 먹어야 했다.

짝꿍과 눈에 보이는 곳에 들어가 빠르게 케밥을 주문했다. 기분 좋게 무언가를 고를 에너지가 없었다.


여기서 배운 건

당하는 건 순간이고 외국인은 해외에서 최약자라는 점이다.

물론 사기를 치는 사람이 잘못하는 거다.

그렇지만 내가 피해 입은 시간, 생각들은 아무도 보상해 주지 않는 것을 알았다.

이 경험이 없이 한국에서 지냈다면 어떻게 서든 범인을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처벌까지 할 수 있을 거라고 안일하게 생각했을 거다.


생각의 방점은 나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

내가 조심해서 우리를 지켜야 한다는 것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배웠다.

밥을 먹으며 짝꿍과 오늘 있었던 일을 복기했다.

벌어진 사건은 어쩔 수 없고 우리는 경찰서까지 가서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이후 여행은 어떻게 되었냐고?

미리 알아보는 습관을 가지면서 더욱 적극적으로 외국인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했다.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는 바보 같은 행동은 하지 않았다.

3주간 튀르키예의 여행이 지속되었지만 대부분이 좋은 기억들이다.

물론 몇 가지 사건들이 더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친절했다.


그리고 튀르키예는 정말 볼 게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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