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다현 May 01. 2019

한 달 살기 환상깨기

4. 예상치 못한 변수_ 병치레

뽀글뽀글 물방울이 올라온다. 아 여기가 천국이구나. 해변 가서 스노클링이라도 한 거라고 생각하신다면 너무나 큰 착각. 뽀글뽀글 물방울이 올라오는 수액 주머니가 보이는 이곳은 바로 병원이다. 아침에 일어나 몸이 으스스 추워서 열을 재보니 38.5도였다. 오늘은 친구네 집에 놀러 가기로 했던 터라 바로 친구에게 연락해서 못 간다고 이야기했다.



  임신 7개월 차인 친구는 3년 전 제주도에 여행 왔다가 지금의 신랑을 만나 제주댁이 되었다. 처음엔 가족, 친구를 떠나 섬으로 온 게 외롭다고 투덜거리기도 했지만, 착한 신랑에게 공주 대접받으며 알콩달콩 살아가고 있다. 친구는 친청엄마가 그러듯이 이불이며 집안 살림도구며 이것저것 챙겨줬다.


 "너 한 달 있는 동안 우리 자주자주 만나서 놀자."

 "정말? 나야 좋지! 그런데 애들 둘 난장판을 견딜 수 있겠어?"

 친구는 대답이 없었다.

 

 "지금 너네 숙소 거의 다 왔는데 전화하면 나와. 병원 좀 데려가게 "

 제주도 오기 전부터 여러 정보도 주고 이것저것 챙겨줬는데, 이번엔 직접 병원까지 데려다준다니 과연 제주도 친정엄마가 맞다. 휴일에도 못 쉬고 와이프 친구 때문에 제주시에서 협재까지 왔다 갔다 운전만 몇 시간을 해준 친구 남편에게도 너무 고맙고 미안했다.


 31년 동안 제주도를 8번 여행하며 제주도 사투리를 그렇게 많이 들었던 건 처음이었을 거다. 제주도 현지 체험을 할 수 있었던 그곳은 바로 종합병원이다. 병원에서 진찰을 받고, 수액도 맞고, 약도 지어왔다. 사촌언니의 부모님, 나의 고모와 고모부가 오신 덕분에 시현이를 떼어놓고 나와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 그 시간을 병원에 갈 이유로 썼다는 게 서글프긴 하지만 말이다. 친구가 집으로 데려다주는 자동차에서 바라보는 바다도 멋졌다. 내가 운전할 땐 보이지도 않던 그 바다다.


 인간은 (나는) 음식 앞에서 참 미련하다. 다음날 미열이 떨어진 게 기쁘고, 두드러기가 사라진 게 신나서 돼지김치볶음을 먹었다. 그 누구도 탓할 수 없는 나의 미련함… 설사를 또다시 시작하고 두드러기도 났다. 벌써 보름이 지나가고 있는데, 언니는 내 몸을 보며 조심스럽게 서울로 돌아갈 이야기를 한다.

 “친구들, 친척들 놀러 오는 날짜까지만 있고, 일주일 일찍 돌아가는 건 어때?”


 나 무사히 제주도 한 달 살기를 마칠 수 있을까..?




13일차 협재해수욕장


14일차 테디베어 뮤지엄


15일차 오설록 티 뮤지엄
매거진의 이전글 파리야 파리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