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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현 Sep 13. 2018

파리야 파리야

3, 예상치 못한 변수_ 벌레

신랑도 일주일 휴가를 내서 제주도 첫 주는 우리와 함께 보냈다. (신랑이 돌아간 뒤에 느낀 거지만, 성공적인 한 달 살기를 위해서는 무조건 어른의 수가 아이보다 1은 많아야 한다. 아이들이 어릴수록 더더욱!) 아침에 아이들 밥을 먹이고 집 앞 정원에 돗자리를 가지고 나왔다. 잔디밭이다 보니 벌레도 생각보다 많고, 파리 모기 벌 나비 거미 개미 등 벌레들의 총집합이다. 시현이는 겁이 많아서 잘 놀다가도 모기가 팔에 앉은걸 보고 말했다.

우리 이제 집에 갈까?

  

 세상에. 놀이터에 나가면 기본 1시간, 들어가자고 하면 도망 다니기 일수인 시현이가 먼저 집에 가자는 소리를 하다니. 밖에 나온 지 딱 8분. 10분조차 안되었다. 햇살이 좋고, 풀냄새 흙냄새가 좋아 뭉그적 뭉그적 돗자리를 정리하는데, 시현이는 이미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아이들과 언니는 먼저 집에 들어가고, 일기를 쓰고 간다는 핑계로 잠깐 밖에 머무르다 들어갔는데, 신랑과 애들이 파리 잡기 (전기 파리채로) 놀이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집에 들어간 나를 보자마자 시현이가 말했다.

 우리 이제 집에 갈까?

 

애들 다루기 신공인 나도 당황 시켜버린 한마디. 순간 뭐라고 대답해야할지 몰라 헛웃음이 나왔다.
“시현아! 우리이제 겨우 3일째인데!? 앞으로 27일은 더 있을거야 이집에!”
잘 울지 않기로 소문난 우리 순둥이 시현이가 갑자기 서럽게 울음을 터트렸다. 나 어떡하지? 아이가 왜이러지? 라고 잠깐 생각해보니, 순간 아빠가 들고있는 파리채가 보였다. 그리고 그 파리채 안에 파리가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타죽고 있었다. 아.... 울고 있는 시현이를 재빨리 안아 방으로 들어와서 같이 창문을 내다봤다.


-시현아, 우리집에 가고싶어?
-응
-그런데, 한솔아파트 우리집에도 파리가 있어.
-응?
-우리집에 돌아가도 파리가 있어. 이제 여름이 됬자나. 그래서 파리가 있는거야.
-벌레 무서워
-벌레가 무서워?
-응
-그런데 나비도 벌레야
-나비도?
-응 나비도 벌레야. 무당벌레도 벌레야. 달팽이도 벌레야. (시현이가 좋아하는 곤충 다나옴)
-벌레야?
-응 벌레야. 우리 이제 파리 노래 불러볼까?
-응.
-파리야~ 파리야~ 이리날아 오너라~ 검정파리 흰파리 춤을추며 오너라~
(같이 부름)

  

 시현이가 내 어깨에 얼굴을 기댔다. 그리고 나는 몇 번 더 파리 노래를 불렀다. 시현이는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며 낮잠에 들었다. 창밖을 보니 하얀 나비가 날아다녔다. 바람도 나뭇잎을 스치며 날아다녔다. 평소에는 보이지 않는 작은 움직임들이, 이 창문을 통해서는 유일하게 눈에 띄는 움직임이었다. 도심 아파트에서 시선을 끌던 큰 이삿짐 사다리차, 또는 기괴한 소리를 내며 달리는 오토바이는 찾아볼 수 없었다. 나비의 날갯짓이 유일한 움직임인 이곳이 앞으로 더 좋아질 것 같다.



6일차 브릭캠퍼스



7일차 여미지식물원, Cafe 오드리



8일차 송당승마장 승마체험 (24개월 이상 아기 가능)



11일차 유진이네 회초밥 (회코스요리 추천!), 이호태우해변, Café ihod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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