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이었다.
운전 중 라디오는 켰는데,
엠씨가 잔잔하고 담담한 목소리로 에세이를 읽고 있었다.
계절을 묘사한 글이었는데, 참 마음에 와 닿았다.
어떻게 이렇게 쓰지?
작가가 정말 글을 잘 쓰는구나, 부럽네.
생각했었다.
그런데, 원고를 다 읽은 엠씨가 덧붙인 한마디.
“이 글은 인공지능AI가 작성했습니다.”
;;;;;;
방송신문에서 에이아이, 에이아이 해도
그런가 보다, 딱히 체감되는 일이 없었는데,
이 때 처음으로 밥그릇을 걱정 했었다.
오프닝 쓰는 건 일도 아니겠구나 싶어서.
그리고 현재.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AI를 활용하고 있다.
여러 곳에 강의를 다니는 진행자는
AI를 이용해 커리큘럼과 자료를 만들고
코너에 출연했던 변호사는
챗GPT를 포함해 4개의 유료버전을 사용한다고 했다.
그럼 라디오작가는?
물론 나도 물어본 적이 있다.
‘OOOO으로 오프닝을 써줘.’
잘 쓰드만,
하지만 그걸 내 원고에 입히지는 않았다.
커리큘럼을 만들거나 판례를 찾는 것과는 다르다고 생각했으니까.
글 쓰는 일 자체가 내 업인데
그걸 고민 없이 대행에 맡기는 건 좀 아니지 않냐고 얘기를 했더니,
누군가는 활용을 하세요, 그대로 쓰는 게 아니잖아요.
어차피 살짝 손은 봐야하는데, 했다.
뭘 그렇게 어렵게 사냐고,
갑자기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 취급(?)을 받는 것 같기도 했고
내가 고리타분한 생각을 하는 건가 조금 혼란스러웠는데,
얼마 전 혼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계기가 있었다.
자세하게 쓸 수는 없지만 웹소설 쓰는 작가가 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재미있어서
그 이야기를 AI에게 웹소설을 써달라고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조금 다듬는다고.
그 얘기를 듣자마자 나는 분노했다.
“그건 자기가 썼다고 할 수 없지!!!”
분노와 함께 깔끔하게 정리가 됐다.
비문이 많든,
오자가 많든,
빈약하든,
뭔 말인지 모르겠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나는 내가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