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치스러운 하루

소소한 이야기 3.

by 바스락북스

나는 아파트 베란다의 낮은 난간 위에 올라서서 배추가 탐스러이 몸집을 키워가는 담너머 작은 텃밭을 보았다.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어두운 새벽, 텃밭 너머 어느 집에 살고 있는 수탉 울음소리만 요란하다.


열어둔 창으로 차가운 공기가 훅 하고 불어 들어와 따뜻했던 집안의 온기를 순식간에 쨍하게 만든다.

밤새 산줄기를 타고 조용히 내려앉은 싱그러운 냄새가 나는 바람이다.

나는 크게 숨을 들이셨다가 더 크고 긴 날숨을 후~하고 내쉬었다.


따뜻한 커피를 한잔 내려 차가워진 손을 데우고

다시 한번 숨을 크게 들이쉬며 나와는 다른 세상의 속도를 생각해 본다.

바삐 가야 할 곳도 없고, 꼭 오늘 끝내야 할 일이 없는데도 괜스레 일찍 일어나 시작하는 나의 하루가

사뭇 사치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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