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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시간의 개고생 트러킹

에티오피아 모얄레에서 케냐 가리사까지

by 바스락북스

정말 지긋지긋하다 에티오피아!!!

에티오피아 여행을 시작할 때부터 어디선가 옮겨온 벼룩 때문에 온몸이 미친 듯이 가렵다. 매일매일 장대같이 쏟아지는 비 때문에 며칠째 옷을 빨지도 못했다. 벼룩이 내 옷 어딘가에 기생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도무지 어찌할 방법이 없어 2주째 벼룩과 함께 공생하고 있다.

동양사람에게 유독 불친절하고 거친 사람들, 양심도 없는 뻔뻔한 거지들, 지저분하고 무질서한 거리. 에티오피아라는 나라에 질릴 대로 질려버린 나는 더 이상 이 나라에 대한 관심도 호기심도 없어졌고 그냥 하루빨리 에티오피아를 떠나고 싶었다.

에티오피아부터 남아공까지 아프리카 대륙 종단을 계획하고 있던 터라 다음 목적지는 케냐였다. 남쪽으로 남쪽으로 버스를 타고 또 마타투를 타고 며칠을 곧장 내려와 드디어 케냐와 에티오피아의 국경마을 모얄레에 도착했다.

국경마을 도착시간은 오후 6시. 이미그레이션에서 가까운 호스텔에 방을 잡고 딱 하루만 더 버티자는 심정으로 잠을 청해 본다. 팬티 라인과 브래지어 라인에 벼룩이 물고 지나간 자국 개수가 더 늘어 있다.

으~ 내일 날이 밝으면 바로 이 지긋지긋한 나라를 떠나리라!

다음 날 아침 9시. 이미그레이션이 업무를 시작하자마자 첫 번째 손님으로 들어가 에티오피아 출국 수속을 밟았다. 안녕 에티오피아!!

곧장 몇 미터 앞에 있는 케냐 이미그레이션으로 뛰어 들어가 입국 수속까지 마치고 나니 오전 10시.

야호~ 드디어 케냐다!

나는 한시라도 빨리 나이로비로 가야겠다는 생각에 서둘러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이럴 수가! 이틀에 한 대 있는 나이로비행 버스는 아침 8시에 이미 출발해버렸단다.

볼 것 하나 없는 국경 마을에서 이틀을 더 기다리라고?? 그럴 수는 없다.

나는 어떻게든 오늘 나이로비로 떠나고야 말 것이다.


‘저 오늘 꼭 나이로비로 가야 해요. 방법이 없을까요? 제발 도와주세요. 플리즈’

길바닥에 퍼질러 앉아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더니 몇몇 사람들이 나이로비로 갈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을 알려주었다.


버스가 없을 때 나이로비로 가는 두 번째 방법은 나이로비행 화물 트럭의 운전석 옆자리를 얻어 타고 가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버스터미널 주변에 여러 도시로 떠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는 화물 트럭들이 제법 많이 눈에 띄었다. 나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아껴보겠다고 10킬로짜리 배낭과 작은 배낭을 앞뒤로 둘러매고 나이로비행 트럭을 찾아 여기저기 뛰어다녀 본다. 하지만 나이로비행 트럭들은 오전 8시 이전에 이미 떠나버렸다는 절망적인 이야기만 듣게 된다.

그때 경찰복을 입은 뚱뚱한 아저씨와 운전수인 듯 보이는 한 남자가 나에게 다가온다. 운전수는 자기 트럭이 지금 여기서 약 7시간쯤 떨어진 가리사라는 마을로 출발하려고 하는데 자기 트럭을 타고 그 마을까지 가겠냐고 묻는다. 가격은 15불이란다.

‘그래. 이 도시를 벗어나 일단 조금이라도 남쪽으로, 나이로비와 가까운 방향으로 이동을 하자. 지금 시간이 12시. 7시간이면 저녁때쯤 도착하는 거니까 거기서 하루 밤을 보내고 내일 아침 일찍 나이로비로 가면 되겠다.’

나는 국경 마을에서 하루를 더 보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만으로도 금세 기분이 좋아졌다.


운전수가 나를 안내한 하얀색 5톤 카고 트럭에는 쌀이 한가득 실려있었고 지붕 대신 쇠파이프로 얼기설기 지어놓은 구조물 위를 방수천으로 덮어놓았다. 나는 운전수의 안내에 따라 그 트럭의 화물칸에 올라탔다. 운전수 옆자리도 아니고 화물칸? 화물칸에 타고 7시간을 가야 한다고? 불길하고 미심쩍은 눈빛으로 트럭 안을 둘러보니 이미 6명의 손님이 쌀 가마니 위에 자리를 잡고 트럭이 출발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손님들 중에는 70이 훌쩍 넘어 보이는 할머니 두 분도 계셨는데 이 분들의 존재가 내 마음의 경계를 약간은 느슨하게 만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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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 드신 할머니들도 타고 가시는데 나라고 못 가겠어? 힘들면 쌀가마니 위에 앉거나 누워서 가도 되겠지?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이런 경험을 여기서 아니면 또 어디서 하겠어. 그래. 딱 7시간인데 뭐. ‘


드디어 우리의 트럭이 출발하고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며 달리기 시작한다. 비포장도로에 들어선 트럭은 엄청난 흙먼지를 구름처럼 일으키며 앞으로 나아갔고 그 먼지들이 순식간에 트럭 뒤쪽 화물칸으로 휩쓸려 들어온다. 눈을 뜰 수조차 없을 정도로 엄청난 먼지가 계속해서 트럭 화물칸으로 얼굴을 때리며 휘몰아치고, 출발한 지 10분도 되지 않아 새하얗던 쌀포대는 두꺼운 흙먼지로 덮여 버렸다. 사람들은 너무나 익숙하고 당연하다는 듯 스카프와 옷으로 얼굴을 감싸고 미동도 없이 앉아 있다.

이 상황이 놀랍고 당황스러운 건 오직 나 하나인 듯하다. 눈을 꼭 감고 스카프로 얼굴을 두세 번 감싸고 간신히 스카프의 틈새를 이용해 숨을 쉬는데도 숨 쉴 때마다 흙냄새가 훅 훅 들어온다. 한참 동안 감았던 눈을 뜨면 속눈썹에 흙먼지의 무게가 느껴지고 피부는 붉은 흙이 범벅이 되어 퍼석거린다.


이 어이없는 상황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내가 안쓰러워 보였는지 승객 중 한 명이 나를 부른다. 그는 쇠 파이프를 이어 만든 트럭의 덮게 위에 올라가 앉아있다. 얼기설기 만들어진 트럭 덮게 위에는 타이어 두 개가 노끈에 묶여 있었고 그는 나를 그 타이어 위로 올라와 앉게 했다.

아.. 살 것 같다. 그나마 조금 높은 곳이라고 흙먼지가 덜 몰아친다.


우리를 태운 트럭은 화물칸의 승객들이 질식을 하든 말든 상관도 없이 비포장 도로를 흔들대며 제갈길을 가고 있다. 처음 트럭을 탔을 때 그나마 마음의 위안을 주었던 두 할머니는 출발한 지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가까운 마을 어딘가에서 내려버리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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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트럭 덮게 위 폐타이어에 앉아 양손으로 타이어를 꽉 붙잡고 쌩쌩 불어오는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아프리카 사막 위를 달리고 있다. 목적지가 어딘지, 여기는 어디쯤인지,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흙먼지가 눈, 코, 입, 귀로 들어가는 것을 스카프로 막으며, 간간히 키 작은 나뭇가지들이 차를 향해 돌진해올 때는 온몸을 바짝 엎드려가며 그저 시간이 흘러가기만 바랬다.

“에잇 이 나쁜 놈들!! 아무리 돈이 좋아도 그렇지!!! 외국인을 그것도 여자를 이 트럭에 태우다니!! 정말 너무들 하는군, 거기다 바가지까지 그렇게 씌우고 말이야!”

트럭의 흔들거림과 진흙 먼지에 조금씩 적응이 되어갈 무렵 옆에 앉아 있던 아저씨가 말을 건넨다.

“네?? 뭐라고요?? 원래 이 트럭엔 외국인들이 거의 안 타나요?? ”

“그럼.. 현지인들조차도 이 길(모얄레에서 가리사 가는 길)은 진흙 먼지 때문에 트럭을 타고 가는 게 정말 힘이 든다고. 외국인이, 그것도 여자가 이 트럭 화물칸에 타고 간다는 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야..”


“헉.. 그래요??... 바가지는 또 무슨 말이에요??

“아까 보니까 넌 1500실링을 내더군.. 난.. 300실링을 내고 이 트럭에 탄 건데 말이야..”


“ 아저씨!! 그 이야길 왜 이제 해주는 거예요.. 아까 돈 낼 때 다 보고 있었잖아요.. 처음에 좀 이야기해 주고 말려주지 그랬어요..!!”

“미안해.. 나도 그러고 싶었지만.. 사실 난 이 지역 출신이 아니라서.. 그때는 함부로 그들의 일에 끼어 들 수가 없었어.. 너를 트럭에 태울 때 그 지역 경찰도 그 자리에 있었잖아.. 경찰 놈도 한 통속 이라고.. 이기적이고 돈 밖에 모르는 놈들!! 같은 캐냐인이지만 정말 화가 나는군!!”

“으악~~ 세상에! 웃으며 도와주는 척 옆에 있었던 그 경찰!! 적당한 가격이라며 얼른 돈 내고 타라고 했던 그 경찰이 한 통속이었다고요??!!”


그의 이름은 조엘. 세 아이의 아빠라고 자기를 소개하며 가족사진을 보여주던 조엘 덕분에 나는 잔뜩 긴장했던 마음이 조금씩 풀려갔다. 조엘은 여행을 마칠 때까지 계속 내가 괜찮은지 물어가며 나를 챙겨줬고 긴 여행에 말동무가 되어 줬다.


오후 2시 _트럭 여행 2시간째.


다행히도 8월의 캐냐 날씨는 트럭 여행을 하기에 딱 적당하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서늘한 가을 날씨라 바람을 온몸으로 맞아내며 달려도 그리 춥지 않다. 사방을 둘러봐도 끝이 보이지 않는 아프리카 사바나 초원을 달리고 있는 내 모습이 왠지 멋있어 보이기도 한다.


저 멀리에서 수백 마리의 사슴 떼, 양 떼, 소떼가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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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 옆에 불쑥 등장해 한가롭게 나뭇잎을 뜯어먹고 있는 기린 가족이 반갑다. 한 번씩은 달리는 트럭 옆으로 타조 한 마리가 쫓아와 잠시 동안 트럭과 같은 방향으로 뛰어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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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키보다 훨씬 높이 쌓아 올려진 개미집, 사막을 가로지르며 낙타를 기르며 살고 있는 소수 민족들의 생명력이 놀랍기도 하면서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트럭 꼭대기에 앉아 동물의 왕국 다큐멘터리에나 나올 법한 그림 같은 풍경들을 보고 있자니 내가 진짜 아프리카에 왔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그래 이게 진짜 여행이지. 이런 경험을 도대체 누가 해볼 수나 있겠어?”

낯설고 신기한 풍경에 신이 나서 나도 모르게 끼야~ 하고 소리를 지르면 옆에 앉아 있던 아저씨들이 나를 신기하게 쳐다보며 웃는다. 몸은 점점 지쳐가는데 기분은 이상하게도 날아갈 듯하다.


오후 4시 _트럭 여행 4시간째


갑자기 트럭이 멈춰 선다. 트럭이 고장이 났단다. 운전기사는 이 상황이 익숙한 듯 낡은 연장통을 챙겨 나와 자기가 트럭을 고쳐볼 테니 조금만 기다리란다. 기다리는 것 밖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승객들은 먼산만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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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트럭이 정말 다시 달릴 수나 있는 걸까? 사방을 둘러봐도 바싹 마른 흙길 밖에는 보이는 게 없는데 5명의 현지인 남자들과 함께 이 사막 한가운데서 고립되어 버리는 건 아닐까? 누군가 우리를 구조해 주러 오기나 할까? 나 살아서 돌아갈 수 있을까?’


오후 6시 _트럭여행 6시간째


부르릉~~2시간 만에 드디어 트럭에 시동이 걸렸다. 이 상황에서 저런 말도 안 되는 연장을 가지고 트럭을 고친 운전수가 대단해 보인다. 해가 지기 시작하고 트럭은 다시 남쪽을 향해 달린다. 아프리카의 석양에 붉게 물든 하늘은 그림처럼 아름답다.


오후 8시 _트럭 여행 8시간째


해가 진 하늘은 점점 어두워지고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한다. 찬바람을 피해 재킷으로 얼굴을 감싸고 배낭을 꼭 끌어안아본다. 순식간에 사방이 깜깜한 암흑으로 뒤덮였다. 눈앞에 보이는 거라고는 우리가 탄 트럭의 헤드라이트 불빛에 비친 몇 미터 앞의 바닥뿐이다. 혹시라도 순간 잠에 빠져 들어 타이어를 잡고 있는 손을 놓치기라도 하면 나는 바로 트럭 밑으로 굴러 떨어질 것이다. 이런 곳에서라면 나 같은 동양 여자 하나쯤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져 버린다고 해도 아무도 모르겠지? 갑자기 공포가 밀려온다.


“조엘.. 우리... 가리샤에 갈 수 있긴 한 거겠죠?? 도대체 언제쯤 도착할까요??”

“Sun!. 트럭이 멈춰서 있지 않는 한.. 느리게 가건 빨리 가건 트럭이 달리고 있는 한.. 걱정할 게 없어.. 제대로 된 방향으로 달리고 있기만 하면 언젠가 우린 목적지에 갈 수 있는 거라고..”

“정말 멋진 말이에요 조엘.. 그렇네요.. 멈추지만 않으면 되는 거죠. 우린 지금 계속 달리고 있어요”

한참 움츠렸던 어깨를 펴고 하늘을 올려다보니 믿을 수 없을 만큼 별이 하늘에 가득하다.


우리는 하얀 우윳빛깔의 밝은 빛을 내는 은하수와 함께 깜깜한 밤을 달리고 있다.

남쪽을 향해서..


새벽 1시_트럭 여행 13시간째!!


트럭이 갑자기 멈춰 선다. 운전수가 잠을 좀 자고 가야겠단다.

나무판자로 지어진 간이 건물이지만 사막 한가운데 휴게소의 역할을 하는 이런 곳이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낙타 젖으로 만든 뜨거운 차이 한잔을 시켜 설탕을 듬뿍 넣어 마신다. 추위와 긴장으로 뻣뻣해졌던 몸이 사르르 녹는다. “아 이게 행복이구나..” 사람이 이렇게 단순해도 되는 건지 놀랍기만 하다.

뜨끈한 차이를 한잔 마신 운전수는 천막 아래 흙바닥 위에 돗자리를 깔고서 코를 드르렁 드르렁 골며 잠을 잔다. 나와 조엘은 차이를 조금씩 아껴 마시며 밤새 이야기를 나누었다.


“ sun.. 넌 내가 지금까지 봤던 여자들이랑 정말 달라.. 다른 여자들 같았으면.. 이런 상황에서 불평을 하거나 울거나 아니면 지쳐서 잠이 들었을 텐데.. 넌 마치 남자들처럼 이 상황을 잘 견디는구나.. ”

“그런가요? 원래 한국 여자들이.. 좀 스트롱해요!!”

“그래.. 너 팔뚝을 보니.. 정말 스트롱해 보이긴 하더라.. 너.. 무슨 운동하니?”

“그럼요.. 저.. 태권도해요. 한국 사람은 전부 태권도 잘하거든요.. 팔뚝이랑 허벅지.. 이거 다 훈련으로 만들어진 근육이잖아요...”

아무런 의심 없이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끄덕하는 조엘.


“ 아무튼 너같이 용감하고 멋진 여자를 만나서 함께 여행하게 돼서 난 참 기뻐.. 니 덕분에 이 힘든 여행이 훨씬 편안하고 즐겁게 느껴져.. 내가 혹시 나중에 딸을 낳게 된다면.. sun이라고 이름짓고 싶어.. 그래도 되니??”

“ 저야 영광이죠..^^”


새벽 5시(트럭 여행 17시간째)!!


운전수가 일어나고 트럭은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동쪽 하늘에서는 붉은 태양이 떠오른다.

우리의 트럭은 가리샤를 향해 계속해서 달린다. 트럭은 오늘도 다시 한번 퍼졌고 운전수는 그 낡은 연장통을 다시 꺼냈으며 우리는 3번쯤 휴게소를 들러 볼일을 보고 낙타젖 차이를 마셨다.


오후 3시 트럭 여행 27시간째


드디어 가리샤에 도착했다.

온몸에는 진흙 먼지가 가득하고 코에서, 귀에서 끊임없이 진흙이 떨어진다. 가방 틈새 사이사이, 옷 틈 사이사이에서도 흙 덩어리들이 뚝 뚝 떨어진다. 여전히 벼룩때문에 몸은 간지럽고 나는 말 그대로 거지꼴을 하고 있지만 27시간의 트럭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난 지금, 나는 내가 너무나 자랑스럽다.


이런 100% 리얼 야생의 개고생 트레킹을 누가, 어디서 경험해보겠는가? 여행 가이드북에 나와 있는 대로 순조롭게 여행이 진행되었다면 경험해 볼 수 없었을 아프리카 야생의 초원, 쏟아지는 별과 은하수, 달리는 트럭 지붕 위에서 맞은 바람의 향기들을 나는 내 가슴에 모두 담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가리샤라는 마을은 케냐의 국경마을 모얄레에서 나이로비(남쪽)로 가는 중간에 위치한 도시가 아니라 케냐의 남동쪽 끝에 있는 아주 작은 마을이었다. 모얄레에서 27시간이나 남쪽으로 달려 가리샤까지 왔지만 나이로비에 가려면 400km 약 8시간을 더 가야 한단다. 이번에는 서쪽을 향해서..


가끔은 계획한 대로 무언가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길을 잘 못 들어서, 무모하고 대책 없이 저지른 일 때문에 예상치 못한 큰 선물을 받게 되기도 하는 것이 여행이고 또 인생이 아니겠는가? 그러니 가끔은 길을 잃어 보는 것도 나쁘진 않다. 최종 목적지로 향하는 방향을 잃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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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세계여행, 아프리카 종단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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