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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에 살고 있어요.

캐나다가 아니고 케냐라고?

by 바스락북스

네.. 케냐에 살고 있어요. 캐나다 아니고 아프리카 케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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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가난한 나라.. 동물의 왕국 그 케냐 맞아요.

선교사나 NGO 활동가 아니고요. 사업을 하고 있어요. 그러니까요, 가난한 사람들 도와주는 게 아니라 여기서 돈을 벌면서 살고 있다니까요.


그래도 이 먼 곳까지 와서 그냥 사업을 하는 건 아니고요.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고 있어요. 커피 생산국인 케냐에서 커피 농부들과 직거래로 커피 구매하고요, 농부들 교육도 시키고, 시설 지원도 해서 품질 좋은 커피 생산하게 돕고, 좋은 커피 정직하게 소비자들에게 공급하려고 남편이랑 제가 만든 회사가 커넥트 커피예요. 남편은 커피 업계에서 10년 넘게 일해왔고, 저는 교직, NGO에서 또 그만큼 일한 경험을 가지고 케냐에서 일을 벌였어요.


아니 뭐 대단하다고 할 건 없고요. 남편이나 나나 별로 새로운 도전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사람이라 이런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우리 둘 다 한국을 떠나서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도 컸던 것 같아요.


사업하기 어렵지 않냐고요? 어렵죠. 맨땅에 헤딩이에요. 언어, 사고방식, 사업 관련 법률과 시스템이 완전히 다른 나라니까요. 죽자 살자 돈을 벌어보겠다고 전력을 다해도 낯선 땅에서 살아남기가 힘든데, 우리가 정해놓은 사회적 미션까지 달성해야 하니 아직 버는 돈보다는 쓰는 돈이 훨씬 많아 적자를 벗어나지도 못했어요. 사업에 대해서는 경험이 하나도 없었던 저는 하루하루 돈과 전쟁을 하는 기분이에요. 하루하루 나 자신과도 전쟁을 하고 있고요. 전쟁을 겪으며 하루하루 보내다 보니 벌써 3년이 흘렀고 이제 사소한 문제 정도는 웃어넘길 수 있을 만큼 적응이 된 것 같네요.


아프리카에서 사는 거요?

일단 아프리카는 나라 이름도 아니고 도시 이름도 아니에요. 대륙이라고요.

제가 있는 곳은 케냐의 수도인 나이로비라는 도시예요. 나이로비는 UN 환경회의 본사가 위치한 도시이기도 하고 동아프리카에서는 가장 경제적으로 발달한 도시라 외국인들이 많고, 국제 학교나 유치원도 많이 있어요. 연중 날씨가 한국의 봄, 가을 날씨를 유지하고 인건비가 싸서 집에 가정부나 운전기사를 두기에 부담이 적은 편이에요. 렌트비, 식료품비, 외식비, 교통비 등 기본적인 생활 물가는 서울 못지않게 많이 들어요. 가장 좋은 거 한 가지만 뽑으라면 눈이 시릴 정도로 파란 하늘, 햇빛에 반짝이는 나뭇잎을 거의 매일 볼 수 있는 걸 뽑겠어요. 하늘이 정말 예뻐요.


근데 사람 사는 건 어디나 똑같다고 느끼며 살고 있어요. 어려움도 있지만 장점도 분명히 있고요.

무엇보다 지금 여기서 이 일을 하며 사는 것에 만족하고 있어요. 3년 전 여행가방 2개 가지고서 케냐로 오면서 남편과 내가 계획했던 것들이 하나씩 하나씩 현실이 되어가는 것을 보는 게 얼마나 짜릿한지 몰라요. 이제 50% 정도 이룬 것 같아요. 앞으로의 일들도 정말 많이 기대가 되네요. 이젠 조금 여유가 생겨 그 이야기들을 하나씩 펼쳐놓아보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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